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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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프로젝트, 〈Recall; 불러오기〉: 서커스를 불러오기REVIEW/Dance 2023. 2. 10. 15:21
무대 오른쪽은 움푹 파여 있다. 반듯이 잘려 나간 네모난 구멍은 어떤 ‘근원’으로서의 세계라는 메타포를 설계하기보다는 ‘근원 없는’ 실재의 감각을 유도하는 매개물이 된다. 음수의 구조물에는 기계적 증폭 장치가 숨겨져 있는데, 이는 트램펄린이다. 극단적인 조명의 켜짐과 꺼짐의 극단적 대비 속에 정성태가 등장한다. 먼저, ‘그’는 일상 너머가 아니라 일상에서 출발한다. 다른 이들과 대별되는 후줄근한 복장은 그가 일상에서 나온 존재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설정이다. 전적으로 패션을 수용하거나 움직임이 쉬운 옷을 입거나 하는 다른 퍼포머들과 비교해서, 곧 그들이 작위적으로 멋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연극적인 양상을 그와 마찬가지 차원에서 조금 다르게 연장하거나 단순히 퍼포머로서의 기능적인 차원을 가져가는 것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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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댄스프로젝트 〈> "hello world" ;〉: 몸의 자율성 vs 이미지 이후의 몸REVIEW/Dance 2023. 1. 24. 22:56
댑댄스프로젝트의 〈> "hello world" ;〉(이하 〈hello world〉)의 무대는 몸 이외의 것들로 채워지고 변화한다. 무대를 채우는 몸의 엔트로피를 확인하는 빈 공간의 미학이 꽤 잘 활용될 수 있는 무용의 어떤 향상적인 전제는, 여기서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리게 된다. 매체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공존하는 무대는, 디지털 이미지의 반영성을 몸으로 재조합하는 행위로 변환된다. 무대 중앙에는 브로콜리 하나를 비추는 영상이 박혀 있고, 이후 이는 몸의 형상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재가시화된다. 태블릿 PC에는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미지는 추상적이지 않은, 어떤 형상을 띤 ‘이미지’들로서, 이는 상징의 한 표식이 되어 현실의 개념들을 각인시키거나 신체의 한 부분을 대체하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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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 반향과 굴절의 언어REVIEW/Dance 2023. 1. 24. 22:36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이하 〈당신이〉)는 퍼포머와 관객의 일 대 이의 만남을 전제로/통해 진행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로 내려온 관객들은 글러브라는 신체 보족 장치를 끼고 매트에 누워 자기 몸을 맡긴 채(?) 공연 내내 이끌려 다닌다―그 전에 무대 진입 지점 전에 종을 칠 것이 요청되고, 이를 수행한다. 속삭이는 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향하고, 두 퍼포머는 간헐적으로 몸을 올려서 열린 하나의 공간에서 말을 섞는다. 이러한 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의지를 갖지 않는 대신, 프로그래밍된 언어 설계 아래 수행 자체의 어떤 모듈로서의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이것이 “리허설”이라는 것이다. 정식 오픈 이전에 시험적인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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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WORK〉: 극장으로 돌아가는 몸들REVIEW/Dance 2023. 1. 2. 19:47
춤판야무의 〈WORK〉는 무대 위에 몸을 두고자 한다. 이 몸들은 우화적이거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하게 작동하지만, 이들은 뭔가 신성한 무대를 향해 간다. 수행적인 몸은 표현 양식의 심미적인 차원만을 추출할 수 없음을 가리키기보다는 몸이 작동하고 있음 자체를 확인하게 한다. 관객이 이 몸이 어떻게 기어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몸이 얼마나 더디고 떨리며, 따라서 진동과 호흡의 신체로 육박하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몸은 인식 주관을 따라올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진다. 옴브레의 음악은 몸과 몸,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적절하게 ‘간격’을 삽입한다―그것은 전개되기보다 진행된다. 무대 안쪽에는 각재를 활용해 임시로 짠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가 있는데, 최종 화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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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안무,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 ‘이 시대의 신화가 발화하는 법’REVIEW/Dance 2022. 12. 26. 14:13
여성의 어떤 특별한 감각이라는 것을 지칭할 수 있을까. 서영란 안무가의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이하 〈신화 짓기〉)는 그러한 감각을 고대의 배제되었다고 하는 여신 신화와의 너른 연결을 통해 확장하려 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에 남아 있던 어떤 감각 또는 꿈에 나온 신체의 다른 표현형과 같은 것이 어떻게 기존 신체와 연결되는지를 서술하고자 하는데, 이는 일종의 전의식적 발화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의 말은 다른 누군가의 신체가 닿는 보족 또는 지지 행위를 통해 몸의 경로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차원과 맞물리지 않으면서, 비가시적인 차원에서 몸의 연대, 여성 간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다른 메타포를 낳는데, 이는 그 여분의 존재들이 특정 존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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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REVIEW/Dance 2022. 11. 16. 00:33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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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희 안무, 〈뿌리집〉: 일상의 어떤 감각-이미지들REVIEW/Dance 2022. 11. 15. 23:49
〈뿌리집〉(송송희 안무/연출)에서 몸은 비교적 명확한 재현의 양태를 띤다. 움직임은 몸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깝다. 도시의 어떤 부분들 안에 있는 몸, 또는 일상 안에 있는 몸은 그 바깥의 배경과의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 있음을 반증한다. 가령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다랗게 선 몸들은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있고, 상대방에 의해 밀려 상반신은 좌우로 오간다. 이는 어떤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통의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미적인 차원은 그것이 어떤 형태적인 차원에서의 구불거림이나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지체됨 없이 점·선·면의 기본적인 차원으로 수렴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순간의 파동과 함께 직선을 축적하여 입체적인 면으로 확장되며 반복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뿌리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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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하사비, 〈투게더〉: ‘곁’이라는 지지체REVIEW/Dance 2022. 11. 15. 23:30
두 퍼포머―마리아 하사비(Maria Hassabi), 오이신 모나간(Oisín Monaghan)―는 약간의 간격만을 두고 밀접하게 동선을 같이 한다. 이러한 수행은 일정하고 지속적으로 더디다. 두 퍼포머 사이에 간격은 결코 완전히 줄어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포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게더〉는 합치에 대한 불가능성을 시험하고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것과 같다. 둘은 서로를 향하면서 각자의 범주 안에 온전히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시선에 대한 것으로, 몸의 지향은 서로를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시선은 완전히 서로를 향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시선이 서로를 마주한다는 짧은 순간은 끊임없는 더딘 움직임의 이행을 통해 비켜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몸과 시선의 엇갈림은 바닥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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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구조의 구조〉: 분절된 움직임에 관한 탐구REVIEW/Dance 2022. 11. 10. 12:13
시나브로가슴에의 〈구조의 구조〉에서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구조의 구조〉는 최소 단위의 움직임으로 분류될 만한 형태들을 쌓아 올리면서 시간을 ‘축적’한다. 이는 정지된 조각 형태로의 해체와 기본적인 선분에서 파생되는 ‘차이의 변주’와 같은 연장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쉽게 위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완전한 정지‘들’에도 어떤 일정한 반복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의 구조’는 어떤 하나의 단위를 지정하고 거기에 또 다른 것이 더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하나의 단계적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로봇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장면―이나 어떤 움직임으로 연장되는 대신 작은 신체의 분절을 통해 고정된 형체를 만드는 것―인어공주의 다리처럼 두 발을 비틀어 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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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22 HOTPOT: 후즈넥스트, ‘가깝고도 가까운’REVIEW/Dance 2022. 10. 26. 18:09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 〈일일운동〉 Dantraaa 〈춤추는 여행가〉 네이키드 프로젝트 〈생산적 활동〉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의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의 〈일일운동〉, 춤추는 여행가 Dantraaa의 〈바르게 서기까지〉, 네이키드 프로젝트의 〈생산적 활동〉 순으로 열린 ‘후즈넥스트’는, 포스트극장의 가깝게 열린 공간의 내밀하고 직접적인 특징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주로 일상적인 몸짓을 연장하거나 상징계적 자리를 유추할 수 있는 작업으로, 추상성과 모호함의 요소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현실의 양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인지 가능한 표면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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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잉바르첸, 〈to come(extended)〉: 누드를 매개하거나 탈각하는 법REVIEW/Dance 2022. 10. 26. 17:36
덴마크의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이 안무한 〈to come(extended)〉는 적나라한 신체 움직임에 대한 엄격한 통제이다. 이는 전신을 가린 옷을 입었을 때와 하얀 신발만을 신었을 때는 이미지적 분기를 구성한다. 먼저 파란색 계열의 보디 수트를 입은 퍼포머들의 옷은 크로마키 수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배경과 구분되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의상을 배경막 없는 가운데 착용함으로써 일종의 움직이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의상을 입은 신체들은 하나의 피부색을 갖고 얼굴과 표정을 지운다. 섹스의 제스처가 끊임없이 발현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집단의 움직임은 움직임을 멈춘 채 하나의 거대한 조각을 구현하는 것으로부터 경계를 이탈하는 한 명의 움직임이 (이 조각의 차원이 언제까지 정지된 상태일 것이라는 의식의 고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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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로젝트보라, 〈유령들〉: 현상학적인 비-신체REVIEW/Dance 2022. 10. 26. 16:57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유령들〉은 옷과 누드 사이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처음에 하나의 옷을 입고 벗는 행위, 이것을 연이어서 반복하는 퍼포머들의 행위가 쌓이면서 옷을 입고 벗는 건 무용한 것이 아니라 제의적인 차원으로 변화되어 간다. 이는 의식적이지 않지만 하나의 규칙이며 동시에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기에 저마다의 다른 외계어를 내뱉는 퍼포머들에 의해 언어의 차원이 강조된다. 이는 기표의 흔적을 간직하면서―그러니까 언어에서만 비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동시에 그 기표가 기의로 치환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기의에 종속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기의가 주어지지 않을 것임을 말할 뿐이다. 사실 이것은 어떤 말이다. 그 뜻을 알 수 없는. 하지만 그 뜻이 있으리라는 가정을 버릴 수는 없다. 곧 그 말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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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컴퍼니,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다른) 문화와 지역의 잠재된 시간성REVIEW/Dance 2022. 9. 9. 01:35
안은미컴퍼니의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이하 〈잘란잘란〉)은 “누산타라”라는 수도 이전을 준비하는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이름이며, “잘란잘란”은 인도네시아 말로 ‘산책하다’를 뜻한다. 곧 인도네시아의 근미래에 보내는 인사로, 기본적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협업에서 산책이라는 기본적인 움직임으로부터의 출발을 움직임의 형상적 차원과 교류의 방식적 차원 모두에서 중층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는 어떤 민족적인 원형을 그 자체로 재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모습과 형태들의 다양성을 일종의 알레고리 차원으로 선보일 것임을 전제한다고도 보인다. 먼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각각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출현하는 〈잘란잘란〉은 안은미컴퍼니가 2015년 이후 선보인 ‘땐스 3부작’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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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피부와 공간의 극작술 연구: 장면 둘〉: 신체-이미지의 유령적 탐구REVIEW/Dance 2022. 8. 12. 11:03
〈피부와 공간의 극작술 연구: 장면 둘〉(이하 〈피부와 공간〉)은 극장 전반에 들고나는 통로로 공간의 구멍을 만들고 마주 보고 어긋나게 객석을 배치하고, 앞뒤로 너울거리는 커튼 위에 투사되는 흐릿한 글자들과 그 글자들을 비집고 나오며 말과 움직임 사이에 위치하는 신체 형상들을 통해 ‘틈’과 ‘간격’의 공간으로 극장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틈과 간격의 안무는 신체와 신체, 신체와 이미지, 신체와 스코어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여기서 ‘극작술(dramaturgy)’은 신체 자체보다는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이나 과정, 신체를 구성하는 인지를 시험하려는 기술로 보인다. 공간 구조화로서의 시노그라피에서 시작되는 극장은 등장과 퇴장의 구멍과 공간 사이의 틈을 내버려 두고 우발적으로 몸이 그 구멍과 사이에서 시작되는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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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 음악이 되기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2. 8. 5. 00:38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이하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Arnold Sch nberg)의 동명의 곡 ‘위’에 펼쳐진다. 말 그대로 움직임은 음악에 얹어지며 음악에 ‘감염’된다. 음악은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미디어로, 몸은 그것을 지지한다. 또는 그 몸을 지지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악에 감염된 주체를 위해 최진한은 특별한 움직임 메소드를 창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은 음악의 파동과 같이 진동하는 것이자 음악의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감염’은 이러한 두 매체 간의 상호 접촉과 전이의 상태에서 움직임에 해당하는 한 측면을 가리킨다. 걷기의 변형태로서 존재하는 기본 단위의 움직임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한껏 가슴을 뒤로 젖힌 채 두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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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메커니즘〉, 움직임을 구성하는 독특한 셈법REVIEW/Dance 2022. 7. 12. 12:34
〈메커니즘〉은 분절된 단위로 움직임이 구성됨을 쌓아가며, 사운드와 함께 서서히 증폭시키는 구조를 취한다. 〈메커니즘〉이 보여주는 건 일견 안무의 경로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하나 분절된 몸짓을 통한 결과는 움직임의 느리게 감기를 통한 일종의 시각적 클로즈업이 아니라, 곡선의 흐름과 그 흐름을 추동하고 있는 인간의 정념이 삭제된다는 것이다. 레슬러의 복장을 한 무용수들은 동작 하나하나를 섬세하고 강력하게 이행한다. 춤은 마치 스포츠의 효율과 훈육된 신체의 퍼포먼스 역량 자체를 전시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 ‘힙합’을 전유한, 국립현대무용단의 프로그램 제목 ‘HIP合’은, 그 이름만 놓고 보면 힙합과는 직접적인 친연관계를 지양하는 듯 보인다. 하위문화의 일종으로서 저항의 코드를 지니며 여러 장르/매체를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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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로 사리넨 안무, 〈회오리〉: 본질주의와 전승 사이에서의 전통REVIEW/Dance 2022. 7. 12. 12:20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회오리〉는 한국 무용의 전통적인 것을 추출, 전유한 작업이다. 이는 통상 오리엔탈리즘적으로 표상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고유한 어떤 것이 어떻게 굴절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거꾸로 우리의 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 체계와 재현 질서를 인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우리 고유의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정위되어 있지 않다고 전제하는 한에서. 〈회오리〉는 ‘회오리치는’ 유사성의 움직임 계열체를 만드는 것, 흑백의 양분된 ‘색감’에 따른 상징 구도 위에 샤먼이라는 예외적인 존재가 자리하고 있음, 그리고 음악이 끊임없이 합성되고 있는 실시간성의 수행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집약된다. 첫 번째로 움직임의 형태는 사실 스텝을 너르게 잡고 크게 굴신하며 팔을 벌려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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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더블빌》, 맞춤옷의 어떤 설기들REVIEW/Dance 2022. 5. 10. 04:13
국립무용단의 《더블빌》은 색채가 다른 젊은 외부 안무가를 초대해 하루에 두 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식으로 기획되었으며, 활발하게 동시대 무용 신에서 활동 중인 고블린파티와 차진엽 안무가가 각각 안무한 〈신선〉과 〈몽유도원무〉 두 작업으로 구성됐다. 공연이 오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중극장 규모로서 그리 크거나 깊지 않게 보였는데, 이는 두 공연 모두 많은 무용수가 출연하고 움직임이 많고 다양하며 무대의 동선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대의 특징이라면, 움직임을 연장하는 글로시한 바닥 자체에 있는데, 〈몽유도원무〉의 경우 두 개의 막을 순차적으로 활용해 단조로운 무대에 변화를 준다. 외부의 동시대 안무가와 국립무용단의 결합은 현대무용의 개념과 전통무용의 기본기가 전통의 변화와 갱신을 꾀할 수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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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국립현대무용단 제작), 〈몸쓰다〉: 부재하는 몸‘들’의 생채기적 몽타주, 그리고 박유라라는 전사(前史)REVIEW/Dance 2022. 4. 5. 23:39
터널같이 펼쳐진 넓은 공간에는 한 존재가 뒤돈 채 이동한다. 그의 움직임은 유려하다가도 결정적으로 엉덩이를 긁는 제스처로 옮겨 간다. 하나의 정동으로 기꺼이 수렴되지 않으며 하나의 이미지에서 분화되는 종래 균열을 일으키는 움직임의 한 초상은, ‘몸을 쓰는’ 것을 다양하게 기술하는 것이 안무의 초점임을 역설하는 듯하다. 여기에 한두 무용수가 무대에 진입할 때 등장과 함께 이전의 무용수와 동기화가 이뤄지며 무대는 쌓여 나간다. 여기서 전략은 한 존재의 이중적 분화를 각 존재의 병치를 통해 각 존재를 다초점으로 ‘분쇄’하는 것으로 옮겨 간다. 안애순 안무가의 〈몸쓰다〉는 각 무용수 고유의 몸의 무늬와 흔적을 다중 레이어의 사운드 평면 속에 배치하는, 비교적 간략한 전술을 펼친다. 가장 큰 구조적인 분기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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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령 안무, 〈떨림과 울림〉(PaAp LaB): 장소, 소리, 움직임의 공진REVIEW/Dance 2022. 2. 6. 21:02
정주령 안무가의 〈떨림과 울림〉은 동명의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업으로, 정주령 안무가와 정재우 무용수 두 사람이 세 개의 막을 구성한다. 첫 번째 막은 ‘떨림과 울림’에 대한 가장 정교한 움직임들로 구성된다. 업소용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서 움직임 대부분이 진행된다. 〈떨림과 울림〉의 첫 번째 막은 장소(사물) 특정적인 안무 작업이다. 정주령과 정재우 사이에는 저울이 자리하고, 둘은 발목에 방울을 달고 준비 태세를 마무리한다. 정주령이 저울 위에 머리를 올리고 이를 정재우가 돌려놓는 것으로 첫 움직임이 열린다. 방울 소리가 움직임에 따라 필연적인 것인 반면, 대부분의 소리는 신체에 내속적이지 않다. 움직임은 소리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며, 따라서 조심스럽다. 방울 소리, 덜컹거리는 스테인리스 소리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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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A Hedonist〉: ‘가속되는 춤의 자장’REVIEW/Dance 2022. 2. 5. 00:08
이양희 안무가의 〈A Hedonist〉는 음반 《Hail》의 트랙들에 맞춘 오롯한 춤의 정렬이다. “훵크와 트로피칼 하우스를 기본으로” 한 ‘모과(Mogwaa)’의 “특유의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트랜스의 각 장르의 음악”은 공연 중 두 번의 쉼(‘순수한’ 막간)을 포함해 두 번의 변주 섞인 반복(?)으로 춤에 의해 변주된다. ‘향락주의자’라는 뜻의 “A Hedonist”라는 제목에 걸맞게 음악과 춤 이외의 것은 무대에 주어지지 않는다. 두 번의 휴식 시간에 작위적인 자리바꿈의 순환하는 배치가 관객의 시선 차이에 따른 무대 변환을 가져올 뿐이다. 양발을 오가는 두 박자 스텝의 기조 아래 팔의 움직임이 따라붙는 식으로, 춤은 살며시 발을 뻗는 동작으로부터 시작한다. 간소하고 밝은 하우스의 멜로디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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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음의 신체들REVIEW/Dance 2022. 1. 1. 19:55
장혜진 안무가의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이하 〈x-being〉)는 일정 부분 〈흐르는.〉(신촌문화발전소)에서 출발한 바 있다. 확장된 무대와 사운드, 오브제, 모빌 등이 더해진 가운데, 장혜진과 서로를 상호 복제 하는 듯한 퍼포머 김명신이 함께 있다는 것 등은 물론 차이를 가져온다. 존재의 상호 얽힘과 차이들의 수용 차원에서 그리고 확장된 공간을 활용한 퍼포머들의 인-아웃 또는 장소 변경을 통해 장면의 복잡도와 시각적 세공도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하나의 몸으로, 조금 더 정확히는 하나의 몸에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투과’시키던 장혜진에 대한 집중은 많은 부분 분산되며 (공간적으로) 산란하고 또 (매체적으로) 확장된다. 티머시 모턴의 용어로서 “존재의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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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et me change your name〉: 이름을 바꾸는 어떤 행위들REVIEW/Dance 2021. 12. 30. 11:24
〈Let me change your name〉을 표면을 한 문장 정도로 압축한다면, 음악적 주술에 포획된 자동인형들의 무한한 맥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반복된 리듬과 파열음으로 팽팽하게 무대를 옥죈다. 여기에는 시선, 스트립, 위치 짓기, 맞섬 등의 여러 관계 도식이 역시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한편, 무대는 텅 비어 있고, 배경색의 변화만 있다. 무용수들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교차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이는 안은미 안무가가 자주 구사하는 무대 작법으로, 비슷한 구문을 반복하는 무용수들의 무한한 나타남과 사라짐의 교대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지체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가능해지며, 무대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것을 통해 각 무용수의 존재론적 지위보다는 무대 자체의 변신술쯤으로 공연을 수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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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푸름, 〈생산적 생산〉, ‘사라지는 매개물’REVIEW/Dance 2021. 12. 23. 14:00
〈생산적 생산〉은 크게 세 장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사물의 움직임과 그에 조응하는 신체, 두 번째로 영상으로 갈음되는 신체와 두 단어 또는 구문의 절합과 신체, 세 번째로 사물의 동작을 잔상으로 처리하며 미시적인 자장만으로 움직이기로 구분할 수 있다(편의상 이를 각각 1-1, 1-2, 1-3으로 구분하려고 한다). 〈생산적 생산〉은 사물로부터 이양된 움직임, 사물을 재현하는 게 아닌 사물로 분류될 수 있는 어떤 미세한 움직임들로써 일반적인 안무가 구성하는 춤의 클리셰로부터 탈피하고자 한다. 무엇을 표현할 것이냐, 그로부터 어떻게 움직이느냐가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표현하지 않을 것이냐, 그로부터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로 초점이 옮겨온다. 곧 재현을 거스르는 움직임의 형상, 수용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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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두, 〈구두점의 나라에서〉: 음악의 응전으로서, 그리고 솔기로서 움직임REVIEW/Dance 2021. 12. 15. 00:12
정영두 안무가의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타격감 있는 피아노 연주를 움직임으로 고스란히 연장한다. 음악과 움직임의 상응이 무대를 구성한다. 음악의 밀도를 움직임의 밀도가 지탱한다. 이러한 밀도는 무대를 지탱하기보다 그 자체로 음악을 상대한다. 그리고 관객은 이 밀도들을 버텨내야 한다. 이러한 짜임에는 동명의 그림책 『구두점의 나라에서』(시: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그림: 라트나 라마나탄)의 서사적 짜임이 전제되고 있을 것이다. 반면 공연만으로는 그 서사를 포착하거나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책의 짜임은 무대의 짜임 너머를 위해 소환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연주의 여닫음으로써 장이 구분되는데, 각 장의 길이는 짧고 휘몰아치듯 전개된다. 여기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를 쉼 없이 ‘곧이곧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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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출입금지》_〈닥쳐 자궁〉, 〈♡〉, 〈마지막 인형〉 리뷰REVIEW/Dance 2021. 12. 1. 01:15
안무가 시모지마 레이사의 〈닥쳐 자궁〉은 연극적 캐릭터성을 가진 세 퍼포머의 연기로부터 ‘흐릿한’ 현실적인 서사의 단초들을 제시한다. 휴전선 일부가 무대 중앙의 앞뒤로 자리하는 무대 배경으로부터 연장된 퍼포머의 움직임은 전쟁과 그 기억, 시련을 겪는 공동체의 형상 들을 직조한다―반면 그것은 어떤 정확한 시대 배경과 장소에 대한 정보로 수렴하지는 않는다. 말과 행위, 몸짓 등은 지독한 현실을 감내하는 실존의 양상에 어린 정동을 향한다. 가령 배효섭이 이경구를 뉘어 거꾸로 들고 시모지마 레이사의 허벅지를 밟고 휴전선 바깥으로 시선을 향할 때, 이는 타자를 짓밟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타자를 추어올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짧은 순간을 의도된 상징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폭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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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휨닝엔〉: 공동체의 이념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REVIEW/Dance 2021. 11. 15. 13:09
〈휨닝엔〉은 마텐 스팽베르크의 춤에 관한 철학은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었다. 어떤 스타일이나 문법, 훈련된 신체, 나아가 안무로부터 벗어난 무엇은 어떤 춤일까. 〈휨닝엔〉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시간은 멈춰 있는 듯 진행된다. 단체(박상미, 박진영, 박한희, 서영란, 이경후, 이민진, 정다슬)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것이 관객을 향한 것도 어떤 사물을 향한 것도 아닌 그런 멍하면서도 흐릿하지는 않은 시선이 그 시작이다. 공연의 시간이 황혼을 상정한다면, 그 눈은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는 시선에 가깝다. 곧 관객과 퍼포머 사이에는 어떤 경계가 있다. 그 경계는 이 시간으로 휩쓸려 가는 주술의 발현을 기원하는 거리이다. 시간이 무화되는 공간. 찰랑대는 투명 원환 오브제들이 달린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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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흐르는.〉: 언어와 몸을 재접재시키기REVIEW/Dance 2021. 11. 8. 18:05
〈흐르는.〉은 소극장 규모의 신촌문화발전소 극장을 기존의 무대와 객석의 낙차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관객석을 둥근 울타리 안에 배치한다. 결과적으로 극장 안의 비선형적인 분포는 극장을 해체하며 재편하는데, 장혜진 안무가는 그 안을 배회하며 퍼포머가 관객과 접면하는 경계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중앙 천장에 달려 내려온 마이크는 퍼포머에서 역동적으로 반대편 객석으로 허공을 가로지른다. 객석 중간, 벽에 붙인 의자에 앉아 있던 장혜진은 한 손을 얼굴 가로 올린 뒤 움직임을 연다. 전체적으로 노이즈 사운드가 군데군데 묻어 나오며 의식을 지배하는데, 이러한 사운드 역시 같이 시작된다. 장혜진의 움직임은 중심을 신체 전체로 퍼뜨리고 미세하게 옮기며 소위 흐늘거리고 바들거리는 신체 양상을 만든다. 이러한 신체의 움직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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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픽스달, 〈내일의 그림자〉: 간격의 공동체를 구성하다REVIEW/Dance 2021. 11. 8. 00:13
〈내일의 그림자〉는 공동체를 현상한다고 보인다. 이는 이 공연에 대한 거의 몇 안 되는, 그중 가장 커다란 범주의 은유가 될 것이다. 화려한 색감의 점퍼와 치마 그리고 얼굴을 두른 손수건까지 일괄적인 복장 아래 원으로 퍼포머들이 도열해 있음에서 출발하는 공연은, 간격으로부터 벌어지는 움직임의 변형태들로 나아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간격에서 시작돼 간격의 형태를 시험하고 기입한다. 그리고 그러한 간격은 공동체의 이상을 은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려진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고 감각한다. 짜인 동작들은 무리로 확대되는데, 이는 동시적이며 예외적인 선두의 리듬을 가진다. 곧 시작하는 예외적인 누군가가 있고, 이는 급속히 전파된다. 시간 대부분은 이들이 군집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무릎을 살짝 접고 펴는 동작이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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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사회 현상을 비추는 외양들REVIEW/Dance 2021. 10. 25. 12:26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는 유희와 그것이 부정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진행된다. 초록색 무대에서 열두 명의 무용수는 한 명씩 탈락하고, 탈락의 순간마다 그 초상이 스크린에 뜬다. 그리고 그 가의 색과 같이 검은색 천이 하나씩 깔린다. 검은색의 바깥 영역에 있는 죽음의 사도가 그 역할을 하는데, 탈락한 이들도 그에 합류한다. 하나의 무대는 하나의 음악이 사용되는 독립적 장으로 연출되므로, 각기 다른 무대는 공연의 개별적인 고유의 부분으로 분절되는 한편, 살아남음과 탈락이라는 하나의 서사에 종속된다. 이러한 지점은 서사를 강화하지만, 움직임은 그 서사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곧 열두 개의 무대는 각기 다른 음악과 함께 때로는 왈츠와 같은 장르적 움직임을 택하기도 하는데, 각 무대는 탈락될 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