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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제작/이오진 연출,〈댄스 네이션〉: 다양성의 몸들이라는 수행성, 그리고 이야기되지 않은 주체들의 발화REVIEW/Dance 2023. 6. 1. 00:18
〈댄스 네이션〉은 댄스 학원에 다니는 일곱 명의 10대 청소년들의 춤 경연대회를 전후로 한 삶의 변화를 다루는데, 춤 자체보다는 춤을 경유한 세계의 확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춤은 그 자체로 감각되기보다 내용의 일부가, 사유의 매개가, 공연 바깥의 메타적 기호가 된다.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한 연습과 경연대회에서의 춤, 그리고 발화의 연장에서 순수한 무대 표현으로서의 춤까지 춤은 많은 시간 무대를 잠식하지만, 이 같은 춤은 연극에서의 통상적인 움직임이 움직임 그 자체의 심미적 자족성을 갖기보다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능적 차원으로 이해되는 것과 같이, 일견 발화의 연장선상에서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 안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크다. 〈댄스 네이션〉에서 춤은 존재들의 본질이고 내면인 반면, 춤의 표현성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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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제작,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 핍진한 재현과 서사 너머의 공터REVIEW/Theater 2023. 6. 1. 00:05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이하 〈버건디〉)는 긴박하고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말들의 섞임과 침투, 존재의 투여와 재투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속도는 역할과 역할을 섞고 말과 말의 자리를 바꾼다. 이는 관계의 갈등과 역할의 존재감이 툭툭 불거져 나옴을 의미한다. 동시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미지나 전환 음악 등을 통해 감각적 편집의 효과가 현실에 적용된다. “버건디 무키”라고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의 현실을 다룬 〈버건디〉의 일상은 채널 송출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하며, 이러한 이미지들로 수렴되는 이미지, 곧 메타-이미지로서 스크린이 그 일상을 되비추며 잠식하고 있다. 참고로 “버건디”는 색상의 이름, “무키”는 이들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으로 여러 단어의 조합이 이룬 채널명과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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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황수현 안무), 〈카베에〉: 소리-신체의 어떤 결박REVIEW/Dance 2023. 5. 31. 23:56
소리를 내는 몸을 독립적인 움직임으로 파악하는 것, 또는 이를 기존의 움직임이 갖지 못하는 움직임을 담지한다고 인지하는 것. 〈카베에〉의 독특한 지점을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그런 두 가지 차원이 도출될 것이다. 소리-신체의 배치들, 전경들, 흐름들로 이야기될 만한 〈카베에〉는, 커다란 소용돌이의 몸짓을 형성하며 그 속에서 소리를 피어 올리기 전까지 대부분 소리를 공명하는 신중한 신체들의 바통 터치로 지속된다. 이런 신체들은 접근 불가능하고 신비하며 타자의 시원적이고도 원초적인 상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심미적인 차원의 위상을 갖는다. 그것들이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은 형식적 배치를 위한 게임의 규칙인 동시에 그러한 신비한 원형적 집단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속한다. 전자와 후자는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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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적극 연출), 〈다페르튜토 쿼드〉: 연극을 정의하는 놀이REVIEW/Theater 2023. 5. 31. 23:46
〈다페르튜토 쿼드〉는 어떤 말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 순서를 가져간다. 프롬프터의 말이 무대로 흘러나오고, 그것이 규칙이 되고 표현의 근거가 된다. 곧 각각 연출의 말과 배우의 수행이 그것이다. 그 말에 따라 관객은 빛과 어둠의 경계를 분별하며 어둠에 자리해야 한다. 마지막에 어둠과 빛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말이다. 쿼드 극장을 말(제목)과 공간으로 전유한, 〈다페르튜토 쿼드〉는 불, 물, 흙, 공기의 4막으로 태초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기원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또는 기원을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순차적으로 흐르는 말과 움직임 또는 말과 이미지, 곧 언제나 이미지에 앞서 선행하는 말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공연 바깥의 어떤 말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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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송주원 안무), 〈20▲△(이십삼각삼각)〉: 고립으로서의 매체REVIEW/Dance 2023. 5. 31. 23:33
〈이십삼각삼각〉은 ‘중간에’ VR 영상이라는 형식을 도입한다. 단순한 외삽 나아가 전시와 퍼포먼스의 종합―곧 퍼포먼스 사이에 전시를 끼워넣기 또는 전시라는 형식을 퍼포먼스로 확장하기―과 같은 장르의 분별로만은 보기 힘든데, 그 앞, 뒷부분은 VR에 대한 질문이거나 반응의 요소로서의 움직임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립’에 대한 의미와 그로부터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움직임의 요소가 어떤 의미 지층을 지니는지는 또 서사를 구성하는지는 사실상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이는 그 앞뒤에 자리하는 현장에서의 무용에 관한 단순한 보족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용을 재매개하는 역량으로 자리한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객석은 각각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퍼포머들과 한 공간에서 자리하는 것과 이를 위에서 부감하는 것으로 연장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