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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 반향과 굴절의 언어REVIEW/Dance 2023. 1. 24. 22:36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이하 〈당신이〉)는 퍼포머와 관객의 일 대 이의 만남을 전제로/통해 진행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로 내려온 관객들은 글러브라는 신체 보족 장치를 끼고 매트에 누워 자기 몸을 맡긴 채(?) 공연 내내 이끌려 다닌다―그 전에 무대 진입 지점 전에 종을 칠 것이 요청되고, 이를 수행한다. 속삭이는 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향하고, 두 퍼포머는 간헐적으로 몸을 올려서 열린 하나의 공간에서 말을 섞는다. 이러한 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의지를 갖지 않는 대신, 프로그래밍된 언어 설계 아래 수행 자체의 어떤 모듈로서의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이것이 “리허설”이라는 것이다. 정식 오픈 이전에 시험적인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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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트신 초이스Column 2023. 1. 4. 00:05
2022 아트신 초이스 아트신은 “2022 아트신 초이스”를 발표합니다. 범주는 2022년의 예술 작업에서, 장르/분야는 크게 연극, 무용, 퍼포먼스, 시각예술로 나눠, 각각의 장르/분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2021 아트신 초이스와 다르게 세 개씩 뽑았습니다. 각각 85편(중복 11편), 52편, 66개, 95개를 보았습니다. 퍼포먼스의 경우, 다른 장르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들도 포함돼 있으며, 각 범주를 초과하는 좋은 작업 역시 꽤 많아서, 이러한 구분 짓기가 어색하거나 필요 없는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든 범주 안에 물론 우열이 있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진한 활동과 부족한 관점을 지닌 편집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2022 올해의 연극: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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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에 관한 몇 가지 인상들REVIEW/Visual arts 2023. 1. 3. 02:32
프롤로그: 과잉의 몸짓들 비엔날레는 과잉의 경험을 요청한다. 이것은 분명 요청이 아닌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를 ‘제안’으로 두기 위해서는 경험의 아카이브 방식이 역으로 요청된다. 《2022부산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는 일반적인 작가, 작품 정보를 전시 현장에 덧붙이는 것과 동시에 홈페이지에 이를 재현하고, 홈페이지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경험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편재하는 또는 축적하며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이러한 부분만으로 작품 간의 다종다기한 횡단과 전시의 총체가 제대로 종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물론 전시장을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더욱 가능하지 않다. 적어도 무언가를 다 볼 수 없게 비엔날레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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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WORK〉: 극장으로 돌아가는 몸들REVIEW/Dance 2023. 1. 2. 19:47
춤판야무의 〈WORK〉는 무대 위에 몸을 두고자 한다. 이 몸들은 우화적이거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하게 작동하지만, 이들은 뭔가 신성한 무대를 향해 간다. 수행적인 몸은 표현 양식의 심미적인 차원만을 추출할 수 없음을 가리키기보다는 몸이 작동하고 있음 자체를 확인하게 한다. 관객이 이 몸이 어떻게 기어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몸이 얼마나 더디고 떨리며, 따라서 진동과 호흡의 신체로 육박하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몸은 인식 주관을 따라올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진다. 옴브레의 음악은 몸과 몸,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적절하게 ‘간격’을 삽입한다―그것은 전개되기보다 진행된다. 무대 안쪽에는 각재를 활용해 임시로 짠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가 있는데, 최종 화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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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켓캔디〉: 연극이라는 SF를 가지고 놀기REVIEW/Theater 2022. 12. 26. 16:32
공놀이클럽의 〈로켓캔디〉는 인간은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2043년을 다루지만, 정교한 우주 과학적 정보와 변화된 세계의 구체성을 특별히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 등장부터 “더 나은 삶…”을 줄기차게 읊는, 솔라리아 최초 개발자 노아―버디-x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시감을 주는 것과 같이, 2043년 역시 미래가 (또한 달에) 완전히 도착했다기보다 염원과 희망의 슬로건이 세계에 남아 있는 현재의 양상을 띠며, 다른 한편,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은 로봇캔디를 추진제로 해서 아버지를 보러 달로 떠나려는 ‘지구’의 상상계적이고 도착적인 관점에서 극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곧 지구(와 그와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