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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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리 린 작, 진해정 연출, 〈너울〉: 삶에 대한 진정한 선택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5. 31. 13:30
너울거리는 관계들 〈너울〉은 28년 전 벨과 아나이스, 플로 셋이 만난 순간 이후의 역사가 현재와 교차하여 진행되며 따라서 극은 그 사이에서의 툭 끊긴 과거를 앞뒤로 복원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한데, 곧 과거가 어떻게 현재의 발단이 되었으며, 현재는 어떻게 과거로써 영속화된 순간을 맞았는지를 인지하는 것과 같다. 무대 전체에 편재된 네 개의 테이블과 그 곁의 의자들은 일종의 ‘통로’로서 무대를 구성하는데, 어둠과 구음의 음악에 감싸이는 막 전환의 순간에 이는 현격화된다. 그리고 인물들은 이때 그림자처럼 너울거리게 되는데, 그것은 하나의 총체적 형상, 곧 상호 연루적 비접촉의 차원의 어른거림 아래 그러하다. 기억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고 또한 진실의 흔적으로서 유출되고 있는데, 〈너울〉은 바로 이 이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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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원작, 김윤식 각색, 신진호 연출, 〈애도의 방식〉 : 서사의 틈을 메우다REVIEW/Theater 2026. 5. 31. 13:29
〈애도의 방식〉은 다른 두 개의 사건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자, 소윤과 동주, 미정을 중심으로 하며, 이들을 비롯해 사건을 둘러싼 여러 당사자 간의 트라우마로 확장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분리된 세 장에서 떨어진 시간들의 독자적인 진행과 중심인물의 시점 변경으로 인해 옴니버스식 구성처럼 보이는 〈애도의 방식〉은, 각각 작가 안보윤의 「완전한 사과」, 동명의 「애도의 방식」, 미출간작 「딱 한 번」을 추출, 각색, 연결해 만든 것이고, 극의 독립된 장의 순서 역시 위와 같다. 소윤의 사건이 수면으로 가라앉는 데 반해, 동주의 사건은 수면으로 부상한다. 폭력적인 오빠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한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 소윤이 친구 승규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는 동주의 하교 도우미 일을 하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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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진 작, 김 정 연출, 〈모든〉: 동시대의 생태적 동경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5. 28. 13:26
“모든”이란 수식어는 후반 말미를 여러 번 장식하며 다소 과잉된 것으로 느껴진다. 나와 모든 것과의 연관성이 돔 바깥의 현실, 밀폐되고 균일한 양식의 세계를 벗어났을 때 확인된다는 것, 비로소 일부의 분리된 것과의 분리적 접촉이 아닌, 모든 것의 일부로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뚜렷한 메시지이면서 단순하고도 낭만적이며 결과적으로 환원적이다. 주인공 랑의 해방과 자유로의 이 환원은 곧 〈모든〉의 이념이 모든 것으로 손쉽게 적용될 수 있음을, 문명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면서 무한한 세계의 잠재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단위의 이 ‘모든’은 여러 차원에서 과잉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랑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가 인류의 새로운 문을 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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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크리스천스〉: 종교적 믿음에 관한 근거를 다시 쓰기REVIEW/Theater 2026. 5. 28. 13:25
〈크리스천스〉(작: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는 대형 교회라는 배경 아래 목사를 비롯한 종사자, 신도 등 여러 크리스천 사이에서 종교적 윤리를 다룬다. 성서의 원전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에 전제를 둔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한 형식이 되는 작품 속 명제는, 신앙을 지속시키는 가상의 이미지,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의 실존적 내면의 추이와 결부된다는 점에서, 종교의 특정성을 벗어나게 된다. 꽤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극은 웅변술과 설득의 기술이 동원되는 거대한 법정극으로서 연극의 한 근원을 상기시키는 데 충분하다. 물론 이에 대한 동시대성의 진단, 한국의 문화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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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타이헨, 〈브레인〉: 생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우연적 존재들의 분투를 기입하기REVIEW/Theater 2026. 5. 27. 13:38
막으로서 신체〈브레인〉은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어류, 포유류, 직립하는 인간에 이르는 생명의 일대기를 수십 개의 막을 열고 닫는 것으로써 편집해 보여주는데, 이때 원형으로 둘러쳐진 막은 자동 제어에 의해 매끄럽고 일정하게 열리고 닫히는 대신, 다만 그 경계를 오고가는, 더 정확히는 구르는 하나의 신체 양식을 따르는 신체들에 의해 달싹거리며 하나의 틈으로만 드러날 뿐 기본적으로 닫혀 있다. 곧 신체는 막의 연장이면서 막 너머의 세계로 ‘퇴장’하는 대신 그 막 자체가 된다. 신체는 막을 초과하지 못하며 그것을 침투할 뿐으로, 동시에 막은 무대와 무대 바깥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신체로써만 표지되는 영원한, 어둡기보다 (불)투명한 사물이 된다. 이때 신체와 막은 교환되고, 신체 자체가 막이 된다. 〈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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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AF] 다비드 쥬셀송, 〈네안데르탈인〉: 인간의 주관적 언어들―과학, 역사, 사랑REVIEW/Theater 2026. 5. 27. 13:38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출발선상의 시간 위에 역사의 시간을 겹쳐놓는데, 이는 집단 유전학자들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DNA 연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분쟁이라는 역사적 현재와 중첩되면서 자연과학에 대한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인 판단을 포괄하게 됨을,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류를 가능케 한 인간의 특성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됨을 의미한다. DNA는 그러한 특성이 새겨지는 독해 가능한 ‘책’으로서, 그것이 속한 지역적 장소성과의 관계를 통해 고찰 가능한 것으로 전제되는데, 여기서 앞선 두 국가 중 예루살렘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한 기존의 사료를 대체해서, 인류의 고고학적 증거를 찾는 것이 정치적 야심의 일환에서 연구 지원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되는 것과는 달리, 과학자의 질문은 오히려 장소성으로서 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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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인, 〈거의 인간〉: AI가 만드는 세계의 존재 양상에 대한REVIEW/Theater 2026. 5. 27. 13:37
수현과 재영, 두 여성의 이야기는 마지막에는 연대의 형식으로 결합하며, 미래의 문화적 지형을 새롭게 구성한다. AI가 작가의 영역을 대체하고,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이 가능해진, 지금에서 딱 10년이 지난 시점은 두 인물에게 시련과 고통의 상황을 부여하고, 두 인물은 리트머스지처럼 그 상상 실험을 겪어 내며 돌파해 낸다. 곧 〈거의 인간〉은 미래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과하는 두 주체의 궁핍이 페미니즘적 연대의 차원으로 극복됨을 보여준다. AI의 멘토로서 AI의 글쓰기를 돕다가 현재는 연금생활자로 생활하며 안분지족하는 작가 재영, 인간문화재 1호 발레리나에 도전하는 무용과 교수 수현은, AI 기술 발전에 의해 달라진 또는 위협받는 예술가의 지위를 문학과 무용이라는 장르의 차원에서 대표한다. 근미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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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비 프로젝트] 김지은, 〈라이어게임〉: 가시화를 위한 어떤 전략REVIEW/Theater 2026. 5. 27. 13:36
〈라이어게임〉은 네 여성이 참여하는 라이어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새롭게 부상한 명명이다.―이라는 실재적 어둠을 분기해 내고자 한다. 라이어게임의 속성,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이 모든 건 게임의 일종이라는 점은, 일관되게 극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의 메타포로서 극을 지배하고 완성하는 일면이 있다. 남성의 일방적인 폭력에 의한 여성의 죽음에 이르는 교제폭력의 누군가의 사례들이 “진술”의 이름 아래, 게임의 형식을 비집고 나오는 일종의 ‘삽입’과 ‘차용’의 형식을 취하는 후반의 장면에서 라이어게임으로서 연극은 이들이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 누군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가장 위태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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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각색, 부새롬 윤색·연출, 〈햄릿〉: ‘햄릿’의 비실존성 혹은 수행성REVIEW/Theater 2026. 5. 22. 17:22
국립극단의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은 햄릿의 실존적 광기와 결정적인 비극의 요소를 현재의 시간으로 욱여넣는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적 현실과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하나의 틀이다. 햄릿의 복수는 주제 대신에, 욕망‘들’이 착종되는 현실 지형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선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되고,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에 관한 단죄 성격의 조사위원회를 거쳐 마침내 햄릿을 비롯한 왕족들의 떼죽음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발표와 포틴브라스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현실, 동시에 다른 현실과의 네트워크(의 중요도)가 급작스럽게 솟아오르며 극이 닫힌다. 분명한 건 현실 지형의 강조와 선왕의 죽음이 포틴브라스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희미한 단서, 그리고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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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후,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 극장과 광장 사이의 간격 없음으로부터…REVIEW/Theater 2026. 5. 20. 13:18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이하 〈여는 마당〉)의 제목은 “프로파간다”를 위한 공공적 장소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공론적 장소의 자리를 일정한 방향성을 띤 프로파간다―선전―로 점유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인데, 이것에 구체성이 부여되는 건 2부의 극장 천장에 매달린 수많은 “말풍선”들이 내려오면서부터이다. 이는 이미 다양한 참여자에게서 받은 설문들로 민주주의에 대한 각자의 사고와 의견 들을. 담고 있으며, 그것의 개별적 포장의 형식/명명은 개인의 자율성과 주관성을 다양성과 상호 존중의 차원으로 격상하며 민주주의의 이념을 하나의 이미지로 현시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 실-집게에 꽂힌 제목/번호와 본문―진술―을 적은 각기 다른 A4 두 장을 앞뒤로 붙인 매달린, 흔들리는, 돌려 세울 수 있는 개별적 이미지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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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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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롤란트 쉼멜페니히, 연출 김수정,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 전혜진이라는 효과 혹은 물화REVIEW/Theater 2026. 5. 15. 13:32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는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두 번째 편으로, 신화와 역사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소포클레스 희곡에서 처음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언급되는 정도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 라이오스 왕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구성해 낸 작품이다. 이는 1인극으로 기획되었으며, 라이오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라이오스 자신으로 분하는 역할의 자유자재의 변신이 이뤄진다. 저주의 신탁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이야기가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대한 네 가지 가정이 전제되는 것처럼, 이야기는 그것이 이야기임을 숨기지 않고 더 나은 추측과 더 매끈한 플롯을 궁구하는 저자의 매개적 입장과 그럴듯함을 충족시키는 이야기의 본질적 차원과 이야기에 대한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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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 작·연출, 〈이야기와 전설〉: 인간의 편견을 (재)경유하는 로봇REVIEW/Theater 2026. 5. 11. 20:30
조엘 폼므라 작, 연출의 〈이야기와 전설〉은 안드로이드―“AI 휴먼”―가 일상에 상용화된 시점에서, 로봇이 인간에게 건네주는 의미를 탐색한다, 주로 청소년 세대의 자의식과 연애와 사랑을 경유하며, 반-페미니즘의 기류를 감지하면서, 그리고 가족 안에서 그것을 정위하면서. 이는 인물들의 개별 서사와 관계가 빚어내는 형상(이야기)보다는 인물들에 놓이는 예고되지 않은 더 큰 서사의 축(전설)이 어떻게 그 이야기를 조직해 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 시제의 ‘가정’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첫 장면의 양극단에 선 아이와 성인 여성 간의 대화에서는 쏟아지는 아이의 매우 거친 말들로부터 체화된 남녀 차별적 사고를 추출해 낼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차분하고 끈기 있고 현명한 대처에 의해, 일정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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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연출, 〈살기 좋은 ○○〉: 우리라는 자화상REVIEW/Theater 2026. 5. 11. 20:17
〈살기 좋은 ○○〉은 중반 이후, 미래의 주거상을 AI를 매개해서 현재화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현재의 심리가 투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에 대한 두 배우의 자기 서사를 연장한 실제적 욕망의 세부가 그 전까지 발화된다면, 이는 욕망과 현실의 지나친 격차로부터 기술 이전을 통한 또 다른 현재의 버전이 미래를 가장하여 제시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여기서 집은 공적 공간의 폴리스가 아닌, 사적 생활단위의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에 상응하며, 순수한 의미에서 정치적 영역의 바깥을 가리킨다. 오이코스는 ‘경제’의 어원이기도 한데, 따라서 부상할 것은, 환기되어야 할 것은 정치적 영역이다. 미시사는 교환되며 사회적 접점을 찾아 확장되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초점과 관심은 전반부에서처럼 사적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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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리모트 서울〉: 서울이라는 상상계적 극장으로부터 ‘개인’으로 소급되기REVIEW/Theater 2026. 5. 10. 21:20
리미니 프로토콜의 〈리모트 서울〉은 서울을 ‘원격’으로 현전하면서 ‘외딴’ 서울에의 고립을 구성하는데, 여기에는 헤드폰의 AI 음성의 가이드가 있다. 이 가이드는 국립현충원에서 GS아트센터를 오가는 서울의 특정 구간‘과’ 조우하게 하며, 서울‘로부터’ 나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 이때 30명의 관객은 개인이 연장된 집단의 형상을 하는데, 그것은 이 거리로써 접면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지지체 역할을 한다―극장이라는 경계를 지시한다. 이 듣기의 일시적 공동체는 실재를 무대(“stage”)라기보다 화면으로 각색하는데―‘관객은 리모컨으로 TV를 튼다.’―, 이때의 ‘고립’을 집단적 신체의 근거로써 보족하며 연장한다―그것은 고립을 하나의 발화 형식으로 전도한다. 특히 시민과의 ‘대치’와 시민에의 고립을 오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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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무르쿠스 & 쿨르드 바젤 - 카사비 시어터 Khashabi Theatre, 〈뮤지엄 THE MUSEUM〉: 테러의 재기입REVIEW/Theater 2026. 5. 9. 13:45
〈뮤지엄〉은 테러를 저지르고 7년이 지난 후, 사형을 앞둔 사형수와 형사의 만남과 밀실에서의 하루를 구현하며, 두 남자의 언어가 복합적으로 착종되고 얽히며 상호 반영되고 굴절되는 심리의 일환을 치밀하게 바라보게끔 만든다. 형사의 은근한 주도 아래, 두 남자는 후반으로 갈수록 무대 안쪽에 놓인 카메라를 직접 향하며, 제삼자의 시점에 은밀한 둘의 시간을 맞세운다. 관찰되고 있음의 환상을 경유하며 연극 하기는 과잉으로 현상된다. 여기에 1막까지는 크게 의미가 없었던, 아니 이미지를 열화시키거나 중화시키는 감산적인 장치로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었던, 그 둘 앞에 쓰인 거대한 샤막은 은밀한 관찰자의 심리와 결부되는 제4의 벽을 실제적으로 연장한다. 우리는 그 점들로, 점들의 틈으로 그 둘을 흐릿하게 바라본다.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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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연출 류사라, 〈신의 바늘〉: 체험주의적 당사자성의 체현, 그리고 계몽의 다른 판본REVIEW/Theater 2026. 5. 9. 13:20
〈신의 바늘〉은 두 명의 등장인물이 그 둘만의 공간에서 마약을 하는 체험을 강도 높은 것으로 현상하는데, 이는 마약에서 깨어났을 때의 불쾌함 등을 동반한 잔여 감각까지 전달하며, 자기 파멸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하는 가운데, 이 둘의 자아의 확장과 극단적인 변용의 순간은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탈구된 사회와 비대해진 자아의 해소할 수 없는 간격으로 인한 위기감으로 연장된다. 리얼리티로 측정되는 건 두 사람만의 내재적이고 은밀한 세계의 발현이며, 곧 관찰하는 이들에게 열린 닫힌 세계의 틈이며, 예외적이고도 고유한 체험을 하는 이의 당사자성은 〈신의 바늘〉의 표현 양식의 토대이자 주제의 중심 의미를 이룬다. 따라서 그 주제를 선택한 윤리적 고려의 차원은 다분히 재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서사는 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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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극장 쿼드X즉각반응,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문학의 견지에서 타자성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26. 5. 8. 13:10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이하 〈엔드 월〉)는 한쪽 끝 벽에 깔려 죽은 주인공 아성이, 질문을 통해 이전의 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며 죽음의 원인이 아닌, 그 상황 속에 자신의 행위에 개입된 자신의 의식을 탐문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죽음 직전의 상황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계속해서 소환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화두로 삼는 이 과정은 문장의 빈 공간을 찾고 거기에 들어갈 적합한 말을 찾는 글쓰기에 비유되는데, 곧 아성이 본인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작가로서 사건과 한 인물에 대한 접근이 이뤄짐은, 한편으로는 애도의 차원 바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한 인물에 대한 서술의 차원이 문학적으로 승화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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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키리에〉(장영 작/전인철 연출): 죽음을 경유한 사랑으로의 도약REVIEW/Theater 2026. 5. 8. 12:53
〈키리에〉는 자신이 건축한 집이 된 영혼(최희진)을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존재들이 그와의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어떤 비지각적이고도 무매개적인 접촉 아래, 일종의 고해성사적 독백을 통해 삶을 다시 추스르고 도약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일종의 영혼의 싸개로서 집은 영혼의 물리적 연장이자 또 다른 신체를 수용하며 그것을 지각하는 신체의 전면화된 재분절로서, 정신이 신체로 이완―탈영토화―되면서 정신-신체라는 반죽의 동일한 밀도를 띠는―재영토화되는―, 그리하여 거대한 하나의 기관, 혹은 기관 없는 신체가 된 집이 된다. 그때 들어오는 영혼들은 역설적으로 비워진 정신의 영역 아래, 정신을 그 확장된 신체에 이완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받는 것과 같다. 〈키리에〉는 이처럼 죽음 ‘이후’와 죽음 ‘직전’을 맞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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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안전연극제 : 면역력]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 희곡 스스로 한 발 나아간 자리, 그리고 사라진 시간으로부터 발화하기REVIEW/Theater 2026. 5. 7. 16:32
《2026 안전연극제: 면역력》은 기획의 하나로, 《연극in》의 희곡 공모에 당선되었지만 《연극in》이 잠정 휴간되며 끝내 미게재된 여섯 편의 희곡을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이하 《소거된 몸짓》)에 ‘싣는다’. 이는 제도가 가져온 2년간의 “기다림”과 “공백”을 작가 스스로 돌이켜보고 발화하며 희곡만이 아닌, 그것과 결부된 주체의 자리를 현상하고, 곧 그들이 가진 제도에서 버려진 자의 당사자성을 토대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희곡을 무대로 확장하고 변주하는 능동적 주체의 자리에 두게 함으로써 제도의 공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크레디트에는 여섯 명을 “참여작가(미게재 아님)”로 재명명하는데, 이는 곧 게재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전사를 소급한다. 이는 미게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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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 어떤 구멍들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에 대한 징후들REVIEW/Theater 2026. 5. 7. 16:14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이하 〈김치찌개 웨스턴〉)는 스파게티의 본고장으로 익숙한 이탈리아에서 양산된 서부극을 칭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한국식으로 전유한 “김치찌게 웨스턴”이라는 일종의 장르적 수식 아래, 『흥부전』의 형제 간 갈등의 서사를 덧입힌다. 스페인 배경에 저예산 촬영,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폭력으로 점철된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극단의 이름처럼 트렁크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미니어처 무대 위에서 퍼펫과 오브제 등을 통해 연장되며, 토건국가의 개발독재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와해된 지역 공동체를 배경으로 냉혹한 상속 분쟁의 현실로 분화한다. 결국 남매간의 총질이라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 이후의 발전상과 국민 의식의 전환과 변화가 압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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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 원작 이후의 마법, 수행, 실재라는 배가되는 차원들REVIEW/Theater 2026. 5. 6. 15:20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연출: 강보름)는 동명의 희곡(작: 천쓰안, 번역: 김우석)을 수행성의 차원에 입각해 전유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실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자리에 다른 실제를 끼워 넣는 방식에 의해 그러하다. 곧 대학로예술극장의 장소 특정적 연계와 재배치, 그리고 중국 인플루언서 자오홍청(趙紅程)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희곡을 또 다른 “휠체어인” 조우리 배우가 연기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이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 없는 재현의 간극은 수행성과 경합하는데, 그것은 원작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다른 차원을 공진시키며 그 차이를 간극으로 그대로 표시하는 것과 같다. 강연을 앞둔 청즈가 대기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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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갈대밭의 에듀케이션 葦原のエデュケーション Reed Field Education〉(작/연출: 김상훈): 불가능성의 가능성으로서 커뮤니케이션REVIEW/Theater 2026. 5. 6. 15:12
조합을 위한 모듈 〈갈대밭의 에듀케이션〉(이하 〈갈대밭〉)은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진 동명의 한 희곡을 영어·일본어·한국어 세 개의 언(어 중 두 개의 다른 언)어를 교차시키고 변형하여 반복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모듈 구조”로 정의된 이 같은 형식은 일본과 한국의 배우가 섞인 Ⓐ 버전과 한국 배우만으로 이뤄진 Ⓑ 버전으로 나뉘는데, 두 역할에 대한, 다른 둘의 조합이라는 원칙과 다른 언어 간 교환은 일종의 경우의 수를 전제하며―거기에 배가되는 움직임의 유무가 부속된다.―, 이 역할-언어-존재의 차이는 일종의 확률에 따른 자의적 구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모듈이라는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역할과 언어와 존재는 ‘긴밀하게’ 묶여 있지 않은데, 따라서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역할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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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3〉: 불가능한 실재를 매개하는 방식들REVIEW/Theater 2026. 5. 6. 14:48
성북동비둘기는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 4부작의 하나씩 순서대로 ‘걸리버스’ 연작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걸리버스 3〉는 그 세 번째 작품으로, 천공의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한다. 특정 학문 체계에 몰두하여 현실과 단절되며 매몰된 시각 체제를 갖고 있는 이 하늘에 떠 있는 섬은, 연극 입시의 부정성과 부조리성의 차원에 대한 메타포로 재조각된다. 무대 위 배우가 되고자 소망하는 입시생의 ‘장면’으로부터 부조리한 입시 체제의 현실을 들추어내는 것으로 확장되어 간다. 입시 카르텔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이라는 현실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풍자가 대단원을 이루는 가운데, 〈걸리버스 3〉는 “연극 입시 지정 희곡”으로 알려진 희곡들이 연쇄적으로 병치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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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적, 〈내가 살던 그 집엔〉(마정화 작, 이곤 연출): 여성의 역사와 여성의 글쓰기, 그리고 여성의 연대REVIEW/Theater 2026. 5. 6. 14:40
〈내가 살던 그 집엔〉은 1970년대 후반의 격동의 시기에 각자의 질곡 어린 삶을 겪어냈던 ‘마마’와 ‘엄마’ 두 여성 인물―실은 두 명의 엄마인데, 마마는 화교로 중국어로 마마는 엄마와 같다.―을 주축으로 이 사이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며, ‘마마가 살던 그 집’에 가서 베트남 이주 여성 꾸엔을 만나 마마와 엄마의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한다. 1막이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나’(곽지숙)가 엄마(정다함)에게 비친 상대역으로서 마마로 분한다면―엄마와 ‘나’가 내통한다.―, 2막은 마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마마(심연화)와 엄마의 이야기가 ‘나’에게 펼쳐진다―‘나’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3막은 꾸엔(전형숙)의 이야기이자 꾸엔을 경유해 엄마와 나나 그 둘을 다시 불러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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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년 작/연출,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이행을 위한, 이행에 의한, 이행에 대한REVIEW/Theater 2026. 4. 24. 20:19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이하 〈무릎을〉)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자판기 밀크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부족한 잔돈과 기능하지 않는 지폐만 갖고 있는 단순한 상황을 모티브로, 공연에서 주지하는 것과 같이, 밀크커피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전해지는 신체적 효과, 화학 작용을 제한 없는 상상력과 다매체적 활용을 통해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서사(의 개연성)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수행하기, 서사를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효과를 구성할 것이냐에 있다. 무대 좌측, 비슷한 높이로 매달려 있는 돈을 넣는 파란색 페인트통, 전동 드릴, 종이컵 디스펜서는 자판기 관리자가 보는 자판기를 환유하며, 자판기 관리자에게 그 의미를 허락하는 또는 자판기 관리자가 그 의미를 다룰 수 있는, 해체된 자판기의 부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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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작/윤한솔 연출, 〈활화산〉: 재현의 경계에서REVIEW/Theater 2026. 4. 24. 20:05
〈활화산〉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연극으로서 이는 예술이 현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복무하려는 예외적 경로로부터의 산출이다. 그것의 부정성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가의 물음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다의성 혹은 불가해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프로파간다 연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극이라면, 후자는 전자의 목적을 위한 차원에서 온전히 조작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재현은 하나의 시대와 또 다른 하나의 시대를 보여주며, 그 둘의 뚜렷한 간극을 갖는다. 그 시차로부터 (또 다른) ‘목적’이 들어선다. 곧 이 둘의 간극은, 도약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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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6. 4. 22. 22:58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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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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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REVIEW/Theater 2026. 4. 10. 21:35
극단 Y의 〈디사이딩 세트〉는 유영여고 배구부의 선수들이 배구를 하며 겪는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현재는 프로팀에서 신인 선수로 지명(드래프트 draft)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 불확실한 미래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육관의 불이 꺼진 10시에 네트 너머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괴담으로 전도되는데, 곧 이 미래의 파지 불가능성은 그 네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대 팀의 존재를, 관객의 존재를 가리키는 가상적-물리적 지점으로서 식역에 상응하여 연장된다. 무대는 이 반쪽의 네트가 중앙을 점유하며, 그 뒤편에는 라커룸과 그 앞 벤치가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자 흰색 테이핑으로 경계가 그려지는 이 네트의 양 옆쪽의 벽을 따라 각각 벤치가 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