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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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고트〉(페르디난트 폰 시라호(FERDINAND VON SCHRACH) 작, 류주연 연출):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고트〉는 자기 선택사라고 하는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난립하는 한 공청회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것이 일종의 현재 진행형의 성격을 띠며 작동하는 말의 차원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건, 말 그대로 공청회의 특징이 충족시키는 연극의 성질, 곧 현실에 대한 어떤 결과나 변화를 산출하지 않는 영역에서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판단과 선택의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공청회의 발화 행위들이, 곧 제4의 벽을 넘어, 의제를 던지고 수행성의 차원에서 그것이 작동하는 연극의 전면으로 고스란히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미에 실제 관객의 참여를 통해 관객은 찬반, 혹은 기권의 의견을 거수의 과정에서 표현하는데, 그보다 더 본원적인 차원에서 각 패널의 진술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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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에 대한 메모: 지방 소멸에 대한 동시대적 우화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김연민의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는 인구 소멸 지역의 마치 근미래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현재의 핍진한 묘사인지 SF적 상상력의 차원인지 혼동을 준다. 이는 그 지역에 대한 타자로서 존재 양상에서 기인하는 결과로 보인다. 곧 지역과 존재의 간극, 격차로 인해 지역은 이질적인 차원으로 극대화된다. 처음 일본의 한 인형 마을을 방문했을 때, 그 마을을 인형으로 채워 만든 츠키미 아야노라는 “소멸의 예술가”의 일화는 소개되기보다 초반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단면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클로즈업되는데, 이때 한 할머니의 형상이 진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고용된 배우인지, 공무원인지 정체를 추정하는 의식의 흐름에서처럼 멈춰 버린 기이한 시간의 마을이 드러난다. 두 번째 일화는 소 축사에서 벌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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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로미오와 줄리엣 3〉: 실재라는 환상성REVIEW/Theater 2026. 6. 26. 13:56
장소: 실재와의 거리 〈로미오와 줄리엣 3〉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로 올리는데, 무엇보다 5막 2장으로 이뤄진 희곡의 각 장을 음원들로 만들어 틂으로써 일종의 “리스닝 파티”의 전반적인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희곡의 내용은 AI가 만든 음원의 가사로 압축되며, 특정 곡들의 장르와 고유성에 입각한 음악의 청취 안에서 그 가사 역시 자리하며 풀려나오는데, 그것은 또한 스피커의 물리적 위치를 가시화하는 소리이며, 거기에는 일종의 시각적 동조 작용을 일으킬 만한 존재의 이미지가 투여될 수 없이 그것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그것도 대개 빽빽하게 가지고 있음이 자리한다. 이 결정적으로 ‘빈’ 무대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은 먼저 입구 쪽 아래에 위치한 조명 디자이너 안성현에 결착된다. 오퍼석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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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극단,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에 대한 메모: 역사의 매개로서 형식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보편적극단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이하 〈닐 암스트롱〉)는 조작 간첩 사건의 피해자들을 다룬다. 네 명의 실제 인물(의 대리물)들에 대한 인터뷰라는 형식을 경유하는 (착한) 증언의 양식으로부터 억울한 이들의 말을 듣는다라는 행위가 청자―인터뷰어―의 반영적 신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고문과 사회적 고립의 경험이 주가 되는 그 불편한 각자의 진실을 꺼내 놓게 하는 인터뷰이의 형상 역시 소거함으로써 그 증언의 무게는 관객을 직접 향하게 되는데, 이는 철저하게 신체적인 것을 동반하며 구성되는(나아가 이들의 이야기 역시 사건과 결부되는 자신의 신체적인 경험의 차원이 동반되어 있다.) 진정성으로부터의 윤리가 그 반대편에서 그것에 대한 반영적 신체의 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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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다페르튜토 삼일로”라는 제목은 “어디로나 흐르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장소를 일시적인 스튜디오로 전유했음을, 특정 극장에 정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는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시작되는 장소, 그것을 감싸고 있는 극장을 환시하며, 그 극장과 장소의 불가분성을, 특정 장소로서의 내용(+극장)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재귀적이다. 이 임시적 극장, 아니 임시성으로서 극장을 보여주는 장소는 ‘주역’을 연극의 형식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은 우연성과 복잡성의 궤를 구성한다. 〈다페르튜토 삼일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역의 괘들은 인생의 각기 다른 알레고리를 품고 있고, 이는 추상성을 띠며, 또한 그 추상성의 미적 기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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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작, 안경모 연출, 〈잔류시민〉: 실재-역사에 대한 환류 작용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실존적 주체의 각성 〈잔류시민〉은 6.25 전쟁 발발 이후, 인민군 치하에 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부역자 재판을 다룬다. 이는 9.28일 서울을 수복하고 나서 중공군의 개입에 따른 익년 1·4 후퇴까지 짧은 시기에 해당한다. 이때 ‘비상사태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 조치령’에 의거한 일련의 재판은 ‘전쟁’에 비유될 만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면을 보였던바, 이에 깊은 고뇌에 빠졌던 실존 인물 유병진 판사의 회고록이 『잔류시민』의 주요한 출발점이 되며, 그의 회고록을 따라 그것을 개선하는 과정 전반이 주요한 줄기를 이룬다. “단순 조력 행위”에 대해서도 “초중형”을 선고하던 당대 상황은, 극 마지막에 이르러, 실제 여러 사건의 병합된 선고를 하는 실제 법정을 여는 것으로써 현실화되는데―이때 15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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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제도로부터 제도 바깥으로,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바깥인가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이하 〈우리는〉)의 무대는 생성되는 구조를 향한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열려 있는데, 이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는 과거형의 서술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 진술은 이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들이 모두 자신만의 무용단을 이룬 안무가들이라는 점에 기울어지며 ‘우리는’에 방점이 찍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연은 일종의 자전적 서사의 회상 같은 것일까. 일반적 무용의 형상은 하나의/소수의 안무가를 중심으로 각 무용수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개별 무용수의 개성을 전화하거나 침식하는데, 이는 하나의 작품을 향한 안무가의 개념과 철학이 수렴되는 지점과 맞닿는 지점이다. 반면, 〈우리는〉은 연출―예효승―과 콘셉트―예효승, 박진영―, 그리고 공동창작의 명시만 있을 뿐 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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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작, 이래은 연출, 〈엔들링스〉: 하나의 힘일까,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일까.REVIEW/Theater 2026. 6. 21. 23:49
〈엔들링스〉는 만재도와 맨해튼 두 지역을 횡단하며 각각 세 해녀, 한솔, 고민, 순자, 그리고 하영을 만난다. 전자의 삶은 하영의 희곡으로 접혀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면 픽션이지만, 후반 고민과 하영의 대화로부터 희곡은 그의 손을 벗어나 그의 삶을 포함하며, 삶과 희곡은 서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아간다―곧 픽션은 실재로 접혀 들어간다. 희곡은 그의 삶이고 삶은 그의 희곡인데, 오직 그 둘이 서로를 마주하는 가운데서만 이는 성립한다. 나아가 희곡은 삶의 반추를 통해 쓰이며, 삶은 희곡을 통해서만 구성되며 구제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복을 입은 한솔과 하영은 한국의 역사적 전통을 체현하며, 엄마와 딸의 관계로 서 있다. (초반, 한솔에게 걸려온 전화상에서의 딸의 발신과 그 딸의 어렴풋한 정보, 곧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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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로런 무니(Lauren Mooney) & 제임스 예이트먼(James Yeatman), 연출 민새롬, 〈모어 라이프〉: 정신과 신체의 모호한 경계가 지시하는 과도기적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한한 신체의 정초 〈모어 라이프〉는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을 모티브로 하는데, 이는 당시 작가가 살던 세계의 환경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그러하다. 곧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된 당대 과학적 조류였던 갈바니즘, 곧 동물에 전기 자극을 주고 생명을 재생하는 실험이 서사의 영도가 되는 것이 그것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만든 박사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2074년 미래에 인간 뇌를 하드웨어로 치환해 일종의 휴머노이드와 같은 다른 신체에 입혀 계속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기술 실험의 책임자인 빅터로 재창안된다면, 갈바니즘의 실험체, 살인자 조지 포스터 그 자신의 영혼은 빅터의 주요 실험체인 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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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쓰니 Szu Ni WEN, 〈나를 잊지 말아요〉: 타자의 목소리 혹은 타자로서 목소리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원 쓰니 Szu Ni WEN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모르타르 반죽으로 만든 벽돌을 비롯한 재료로써 쌓아올린 몇 개의 토대물들로부터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공사 현장의 모습을 연출해 놓은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수직으로 부상하는 ‘기념비’라는 메타포가 관철되는 물리적인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그것이 물화된 것으로 공허한 이념과 억지스러운 제도적 산물일 수 있음이 의심된 상황에서, 우뚝 선 살아있는 존재의 차원은 그것과 대비되면서 기념비의 의미를 갱신한다. 곧 렉처에 가까운 직접 발화 양식이 역할이 아닌 존재와 결부되는 지점에서 역시 기념비에 대한 이념이 생겨나는데, 예컨대 현재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존재의 잠재성과 질문의 양상이 그것이다. 모든 질서는 경계를 내포하며 이는 기념비라는 물질로서 특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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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궈융캉, 연출 이준우, 〈원칙〉: 원칙 너머에서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REVIEW/Theater 2026. 6. 14. 14:56
진정한 행위 〈원칙〉은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고 나서 세운 새로운 교칙 이행에 대한 학교 내 여러 반발에서 시작돼 종래 파국을 향하는데, 여기서 ‘원칙’은 교감이 내세우는 융통성―“유두리”―의 관념과 대립하며, 그 둘은 변증법적으로 종합되는 대신, 영원히 평행선상을 그리는 것으로써 그친다. 이러한 종합 혹은 변화는 물론 한 인물에게서도 체현될 수 있는 부분으로,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교감이 계속 권하던 배드민턴을 마침내 교장과 교감이 함께하는 것으로써 교장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서 그 약간의 여지가 있는데, 그것은 명확하지 않고 암시적이면서, 그 말의 그 자체로의 실현을 통한 임시적인 봉합의 차원에 더 가깝다. 아마도 학생회장과의 대화에서 학생회장이 그 대화를 기각하고 떠날 때 교장이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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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작/연출, 〈양떼목장의 대혈투〉: 구조의 틈새REVIEW/Theater 2026. 6. 12. 00:12
인간 내부의 분열 〈양떼목장의 대혈투〉는 공연 마지막에 이르러 그 제목이 즉자적으로 구현되는데, 이는 양과 목동 사이에서 벌어지지만, 이는 실제적으로 피를 보지는 않으며, 더 상징적으로 ‘혈투’에 가까운 건 주요 개체들의 구조 내 고립된 고군분투의 양상이다. 또는 극 자체의 차원으로 보면, 그 개체들의 동등함과 난립의 양상 자체이다. 곧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와 양떼목장을 탈출한 양, 그리고 양떼에 속해 양들의 이탈을 감시하는 검은양은, 직접적 현실에 대한 은유로서 세로로부터 시작해 하나의 모티브를 공통적으로 체현하며, 각자의 꿈을 경유해 그 꿈이 제각각 좌절되는바, 각각의 독백은 닫힌 세계의 구조적 법칙을 반향한다. 결국 모든 걸 종합하는 건 검은양 인간의 무력감과 회의로의 전치로부터인데, 그에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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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차야 아르타맛 Witchaya Artamat, 〈반 쿨트, 무앙 쿨트: 숭배에 관하여 Baan Cult, Muang Cult〉: 숭배를 기호화하기 또한 굴절시키기REVIEW/Theater 2026. 6. 12. 00:11
위차야 아르타맛의 〈반 쿨트, 무앙 쿨트: 숭배에 관하여〉(이하 〈반 쿨트〉)는 태국의 평범한 일상의 단면을 마치 해부하듯 보여주는데, 물리적으로 접면하면서 내재적 차원에서 어떤 연결성도 없는 독립된 차원의 두 개의 방―빨간 카펫 위에 두 여자가, 초록 카펫 위에 두 남자가 있다.―이 조응한다는 사실은, 이 둘을 종합하는 대위법적 차원의 초재적 위상을 전제하며, 이 조응의 사실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비추는 일종의 거울상으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관객은 두 개의 방에서 하나를 더 가깝게 볼 수밖에 없는데, 곧 가까운 곳을 경유해 먼 곳을 봐야 한다. 또는 이 가까운 곳의 나머지만큼 먼 곳을 더욱 불확실하게 보게 되는데, 이는 이 두 현실이 중첩되면서 또렷해지기보다 불투명해지는 결과에 상응한다. 그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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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 원작, 이철희 재창작·연출, 〈삼매경〉: 〈동승〉의 재창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REVIEW/Theater 2026. 6. 12. 00:11
〈동승〉의 보존적 이행 〈삼매경〉은 일종의 화두의 연극이다. 연기는 수행으로 비유되며, 연극은 해탈을 향한 길이며, 〈동승〉은 그 화두를 제시하고, 또한 그 화두의 형식을 정초하며, 그에 따라 〈삼매경〉은 연극과 불도의 삶을 평행선상에 두고, 연극을 불교의 진리에 대한 담지체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이는 매우 독특한 두 세계의, 그리고 〈동승〉과 〈동승〉의 다시 쓰기의 상호 교착된 세계를 현상한다. 〈삼매경〉은 극 중 〈동승〉의 서사를 접합해, 〈동승〉의 실제 서사가 한 축에 있고, 이를 연기했던, 그리고 그 역할을 완전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소원하며 그 과거의 순간을 만나는 배우의 서사가 그 바깥에서 주요한 축을 이루는데, 이는 단순히 〈동승〉이 극 중 극으로 삽입되는 형태로 드러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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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화성에서의 나날〉(윤성호 작/연출): 영원한 시간으로서 죽음충동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6. 11. 21:47
장소적 차원으로서 무대 〈화성에서의 나날〉은 화성 편도행 우주선에 탑승했던 환과 욱이 착륙 과정에서 사고로 고장 난 우주선 안에서, 둘이서 온갖 대화와 일지 작성의 시간을 보내며 몇 년 남은 우주 식량에 의존해 시간을 보내는, 곧 일종의 “역할극”과 일지로써 하루하루를 기입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적 전제 아래 흘러간다. 일지에 의해 시간 측정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고 무미건조한 시간성의 단면과 유한한 삶의 이면 모두를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구제 불능의 생존과 희망에 기초한 미래가 혼선되어 있다. 〈화성에서의 나날〉은 무대를 객석으로 전유하는 가운데, 상수와 하수에 위치한, 서로를 마주하는 두 개의 객석 단 사이에 두 명의 배우가 위치하며, 거기에는 의자들이 뒤집혀 있거나 그저 놓여 있을 뿐이다. 이는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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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AF]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 〈디 임플로이〉: 인간 존재의 심급을 가르기 혹은 가로지르기REVIEW/Theater 2026. 6. 11. 21:47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의 〈디 임플로이〉는 무대 위 작은 큐브 공간을 영상으로 확장, 증폭하는 방식으로써 제목과 같이 고용된 직원들로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에 대한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미래의 우주선에 탑승한 존재들의 주로 변화되어 가는 심리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독립적인 조명 장치를 부착한 큐브 안에서 진행되는 장면들을 관객은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직접 들여다보거나, 그 주변과 안을 움직이는 카메라맨의 촬영에 따라, 큐브 바깥의 세 면에 위아래로 2개씩 설치된 각각 크고 작은 스크린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영상을 객석에서 따라 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 약간의 미로처럼 되어 있는 큐브는 그 밖의 조명으로 인해 외부의 주의를 끄는 반면, 그 안의 것들은 프레임의 지지체들과 벽의 분리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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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와 사오 원작, 신유청 연출, 〈헌치백〉: 자기 부정과 자기 수용의 피드백 놀이REVIEW/Theater 2026. 6. 11. 21:46
〈헌치백〉은 이치카와 사오의 동명 원작 소설 속 주인공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의 문장들은 여러 명의 배우에 의해 나뉘어 전개된다. 희귀 근육질환인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으로 인해 인공호흡기와 전동휠체어의 지지 아래 살아가는 샤카의 경험은 작가 자신에게서 온 것이다. 샤카는 사회적 금제의 경계를 시험하는 자신의 욕망을 문학으로써 수행하는데, 이는 극의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그가 동명의 필명으로 기고하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닌, 그의 기입되지 않는 일기의 형식에 가까우며, 이 일기는 그의 자의식이 구성하는 세계 그 자체다. 그의 작가적 의식은 그의 삶의 반영이자 삶의 부수물들로, 그의 바깥에 있는 사회에 대한 조망과 횡단의 시선을 경유한 대자적 관계의 구성 아래, 기존 사회의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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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메타포, 〈닫히지 않은〉: 영원회귀로써 애도되는 존재REVIEW/Theater 2026. 6. 10. 13:00
〈닫히지 않은〉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는 언급되지 않고 암시되는 것에 가깝다. 파란색 원형 아크릴 판 위의 미세 결정들이 무대 중앙에 바다를 기입하는 가운데, 안에 남은 ‘안’―윤상영―에게 ‘설’―박지영―이 다시 돌아와 대화가 이뤄지게 된다.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는 바닷물의 은유로서 기억은 계속해서 재상기―바람 역시 중요한 기억의 매체로 수여된다.―되며 그 자연의 무한한 순환의 구조로서 시간은 영원한 것으로 열린다. 곧 〈닫히지 않은〉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이 다시 존재로 가로질러 오는, 곧 다시 열리는 어떤 환상적인 장면에 이르는데, 그것이 어떤 역사를 직접 현상하지 않은 채 그것을 어떤 잠재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가운데, 잃어버릴 수 없는 강력한 기억의 메타포와 원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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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훈 작, 송정안 연출, 〈도그 워커의 사랑〉: 존재의 비틀림을 횡단하는 곁에 대한 충실함REVIEW/Theater 2026. 6. 10. 12:59
〈도그 워커의 사랑〉에는 개를 산책시켜 주는 역할의 ‘도그 워커’가 존재하는데, 그에 선행되는 도그, 곧 개와 개를 돌보는 존재 사이의 관계성, 밀착과 결부의 순전한 정서적 차원의 관계는, 도그 워커라는 제3의 매개 대상을 경유함과 동시에 일종의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차원의 의미로 굴절되는데, 이는 다시 그의 사랑으로 이행됨에 따라 규제적 차원을 넘어선 어떤 경계를 하나의 레이어로 더하게 된다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이 가진 작품의 함의가 어디서부터 혹은 어느 시점에서 비틀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으로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절대적인 부를 공유한 두 여자는 자신을 채울 수 없는 그 극단적 부가 더 이상 목적이 되지 않을 때, 그것이 전도되며 충족되지 않는 관계의 만족감 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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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미미의 미미한 연애〉(조민송 작, 강훈구 연출): 변증법적 되먹임으로서 구원을 향해REVIEW/Theater 2026. 6. 7. 19:31
〈미미의 미미한 연애〉(이하 〈미미한 연애〉)는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웹 소설 작가를 꿈꾸는 미미라는 배경의 기원적 지점을 추적하는데, 그것은 아버지 문건식이 어렸을 적 자신에게 휘둘렀던 폭력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미미는 또한 14살 때 아버지가 가출하면서 “미안해 미민해”라고 남긴 불완전한 사과에 고착되어 그 말을 줄인 미미가 되며, 남자 친구인 기승의 집에 살며 규약적인 관계로써 그를 지배하며, 도무지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미미의 중핵에 있는 왜상적 아버지의 자취는 미미를 현실로 나가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대리물로서 또는 남성에 대한 부정성의 차원에서 미숙한 실천과 태도로 연애의 상대를 대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자친구가 단순히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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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고 호드리게즈 Tiago Rodrigues, 〈바이 하트 By Heart〉: 합성되는 현재, 신체, 정치REVIEW/Theater 2026. 6. 7. 19:31
티아고 호드리게즈(Tiago Rodrigues)의 〈바이 하트 By Heart〉는 제목처럼 외운다는 행위에 기반을 두며, 이를 현장의 관객 10명의 참여로 완성하는 과제로 변환한다. 이는 14행으로 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서 앞 4행을 모두가 제창하고, 뒤의 10행을 무대 좌에서 우로 한 행씩 맡아 외우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는 몇 차례의 번역과 직접적인 신체의 변환 과정,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수여, 외운다는 것의 의미, 참여의 감각 등이 동반되는데, 고대 영어의 번역과 한글로의 재번역을 통해 원래의 언어는 의미적으로 그리고 또 형식적으로 둥글어지고 마모된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문화적, 시대적 기억의 탈각, 운율의 형식적 규칙 등이 사라지는 자리에 발화의 용이함이 남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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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그의 어머니〉(에반 플레이시 작, 류주연 연출): 고립과 제한의 효과REVIEW/Theater 2026. 6. 7. 19:30
〈그의 어머니〉는 제목과 같이 ‘그’에 대한 소격 효과를 경유해 (그의) ‘어머니’에 대한 관찰적 시점을 창출해 낸다. 이는 집을 당위성의 장소로 산출함을 통해 증폭된다. 브렌다는 3명의 여성을 하룻밤에 강간한 자신의 첫째 아들 매튜는 가택연금 상태로 2층의 방에서 주로 머물며 실루엣 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는 동안,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의 집 앞에 진을 친 미디어들을 바깥에 둔 채 고군분투하며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종종 문을 열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지만, 보이지 않는 시선은 사실 정면을 향한다. 〈그의 어머니〉는 대중의 시선, 관찰자의 시선을 경유해 대상화된 한 여성의 모습을 옴짝달싹못하게 감금한 채 지켜본다. 매튜의 범죄 행위는 분명한 것이고, 그 이유나 정당성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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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씨어터, 〈통로〉(이양구 작, 전윤환 연출): 소통의 불가능성 혹은 시차로부터REVIEW/Theater 2026. 6. 5. 21:36
상연으로서 통로 〈통로〉는 학교 내 담배 피우는 장소를 공론의 합의에 입각해 가설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면피의 통로임을 드러내는 지점에서, 〈통로〉는 상징계적 잔여 또는 실재에 다다르는 듯 보인다. “통로”는 학교 개구멍에서 이어지는 담벼락 사이 공간으로, 마을과 바깥의 경계에 있다. 이는 학교의 ‘권’역에 있지만, 마을 주민(다 은)의 개인 부지를 침입한다는 항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담장의 위치를 다투는 측량의 사태―측량사(변준섭)의 소환―로까지 번진다. 근본적으로 그 두 행위자의 의도는 학생이 담배 피우는 장소를 비가시적인 것으로 두는 것에 있는데, 그것이 그들을 자유롭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최현조)의 흡연 자체에 대한 비판, 곧 부정성을 갖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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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세 작, 심재찬 연출, 〈만선〉: 시대의 한계와 변경에서 이야기하다REVIEW/Theater 2026. 6. 5. 21:36
〈만선〉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어부 곰치와 그의 가족, 구포댁, 도삼, 슬슬이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는데, 이는 지극히도 비극적인 양상으로 흘러간다. 그 비극의 원인은 무엇보다 선주 임제순의 급작스러운/무리한/얄궂은 빚 독촉의 시점, 곧 부서 떼가 가득 밀려오는 시점에 배를 묶으며 요구하는 빚으로 인해 곰치가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시점에 무리하게 배를 겨우 띄우게 되고, 당장 상환일을 앞둔 상황에서 엄청난 만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기 때문이겠지만, 이는 결국 곰치의 고집스러운/굳건한/독단적 의지, 그리고 그에 선행하는 맹목적인 열정 때문인 것으로 환원되는 듯 보인다. 먼저, 자기 소유의 배가 없는 곰치는 선주 임제순에게 빚으로 묶여 있으며 동시에 배의 이용권 역시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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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실론 작, 김재엽 연출, 〈베를리너〉: 이국성으로서 자유에 대한 이념REVIEW/Theater 2026. 6. 5. 21:36
〈베를리너〉의 무대는 원형 광장을 상정한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평화의 현재를 결말의 풍경으로 제시함에 따라 광장이라는 장소에는 초월적 이념으로서 메시지를 부여되며, 밤과 정전의 몇 순간을 제외한 시종일관 밝은 무대의 조도 설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그 광장을 완성하는 건 옆에 나오는 그래픽 이미지가 아닌, 마주하고 있는 관객이다. 이 광장을 관통하는 건 2층 높이의 난간으로 이는 연극의 해설자의 독립적인 위치와 예외적 영역에서 베를린을 횡단하는 사다리, “저쪽”으로 가기 위한 “이쪽”의 말미로 상정되며, 이 분리된 경계 영역에서의 여러 죽음의 장면을 불러옴으로써 파생되는 트라우마의 상징적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현실과의 간격 아래, 잠재하는 기억의 이미지는 시선을 방해하고 공간을 관통하고 있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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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군더슨 작, 김민정 윤색·연출, 〈사일런트 스카이〉: 우주라는 질서의 숭고함에 대한 서사, 그리고 남는 미완의 부유물들REVIEW/Theater 2026. 6. 4. 22:01
〈사일런트 스카이〉는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안은진 배우)이 하버드 천문대에서 일할 기회를 잡게 되면서부터 별의 좌표를 기록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화에 집중하며 눈부신 과학적 성취를 이루게 되는 그의 일대기를 펼쳐 내는 작품이다. 여기에 전제된 제약 조건은 레빗이 보청기를 껴야 하는 약한 청력의 신체를 가지고 있음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으로, 20세기 초의 역사적 배경은 바로 그러한 차원에서만 주요하게 드러난다. 남성 중심적 사고, 여성 차별적 시선의 사회적인 조건이 레빗의 삶을 지배한다. 그에 비한다면, 의상, 편지라는 커뮤니케이션 체계, 과학의 연구 방식과 과학의 패러다임 등과 같은 오늘날과 다른 시대적 사실의 차이는 표피적이고 부차적인 차원이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대형굴절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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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작, 유영봉 연출, 〈내 무덤에 너를 묻고〉: 역사를 추출해 현실을 장면화하기REVIEW/Theater 2026. 6. 4. 22:01
〈내 무덤에 너를 묻고〉에는 커다란 관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는 집이 하나의 무덤이라는 극의 주요한 모티프이자 메타포를 견인해 낸다. 무덤으로서 무대는 극의 은밀한 담론과 내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비좁은/한정된 영역을 수여하며, 이 같은 공간감은 극을, 극 안의 존재들을 지배하는 물리적 요인으로 따라 붙는다. 또한 이러한 지나치게 큰 오브제로서 무대는 그 위에 선 자와 아래에 있는 자 간의 극단적인 시각적 비대칭성을 구현한다거나 그 바깥에 선 자들―주요 등장인물의 죽음을 상징하거나 그밖의 인물들 혹은 코러스 등―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지문 행위의 처리나 마이크를 사용한 형식적이고도 물리적인 무대의 확장을 통해, 수직적 구도로 또는 입체적 확장으로 연장된다. 신체적 환유로 자리하며 신체들과 상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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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극본, 서정완 연출, 〈덴동어미 화전가〉: 이야기하기와 연행 속 교직되는 여성들의 삶과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 19:21
〈덴동어미 화전가〉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이야기하기의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일종의 재현의 기법을 차용한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에 의탁할 수 없는 기구한 여성의 삶이 얼마만큼 한의 정서를 함축하는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지로 나아가는 결절점들을 여성들의 연대에 두는 역사를 재현하면서 동시에 연장, 수행하는 기술이 된다. 남편을 잃은 청춘과부의 장면에서 시작되는 〈덴동어미 화전가〉는 그에게 들려주는 덴동어미의 회고 속에 네 명의 남편을 잃은 사연이 플래시백처럼 흘러가게 되는데, 그에게 삶의 안식처를 기꺼이 제공했던 국밥집 여성들의 연대로써 이어지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끝이 난다―그리고 청춘과부는 자신의 삶과 유사한 덴동어미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감화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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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 〈하미〉: 역사를 마주하는 절대적 체험성…REVIEW/Theater 2026. 6. 2. 19:13
연극 〈하미〉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한 다크투어로부터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취해야 하는지를 시험하고 질문한다. 130분간의 긴 러닝타임에서 이 다크투어는 현장의 체험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반응과 관계 들을 ‘여과 없이 ‘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따라서 극은 생생하지만 들러붙는 잉여를 수용함으로써 그것의 합목적성을 타진하게 한다. 체험과 반응은 순전한 입력과 출력의 관계 아래 있고, 관계는 그것이 증폭되거나 확장돼 다른 이슈와 접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하미〉는 생생한 체험 아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일차적으로 그것과 거리를 벌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는 그것을 의도한다. 이러한 직접성은 사유의 파편들을 심어놓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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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작, 윤혜진 연출, 〈선애에게〉: 입구에서 출구로REVIEW/Theater 2026. 6. 1. 18:50
“선애에게”는 일종의 편지와 같이 시간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존재에게서 출현할 수 있는 호칭의 말이다. 나아가 이는 동등한 지위와 친분을 전제한다. 〈선애에게〉에서 이 말이 가능한 이는 선애(성수연 배우) 자신과 그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하는 해원(박용우 배우)뿐인데, 이 말이 존귀한 것은 선애 주변의 가족과 사람들 모두 그를 기능이나 수단의 차원으로 대하기 때문이며, 이 말이 비로소 (그에게 보내는 발신의) 의미로 구성되는 건 선애가 자신으로 깊이 ‘잠수’를 시도하는 순간 이후이다. 선애에게는 온갖 모욕과 멸시가 점증되고, 이는 반복되며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을 형성한다.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선애를 바라볼 때와 같이 인격이 없고, 따라서 이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일종의 일정한 플롯을 구성하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