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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변태> :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출현하는 변신의 욕망REVIEW/Theater 2011. 6. 6. 02:04
'변태'는 이 작품에서 참고로 이상적 성적 태도를 지닌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에메랄드빛의 광채가 감싸고 있는 얼굴의 포스터가 이야기하듯 탈바꿈, 애벌레 유충의 성충으로의 변화 같은 것을 의미하며 변태의 과정을 겪는 게 현실적인 정상의 상태라면 그것을 겪지 않는 유아적‧개인적 자아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작가 민효석(최원석)은 역설적으로 자본을 벗어나 정신적이고 이성적이며 주체적인 삶의 영도를 꿈꾸지만 자본에서 가장 크게 지배되는 곧 생명과도 직결되는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의 초상을 예시하고, 그 부인 한소영(송인성)은 같은 작가의 직업 계열을 가지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삶의 방안을 생각하고 남편에게도 삶을 꾸릴 수 있는 방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상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지 않는 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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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써」: 표현으로서 실험, 이념으로서 텍스트의 미지근한 배합REVIEW/Theater 2011. 6. 6. 01:11
배우들이 관객 틈바구니에 섞이는 것,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무대가 따로 없고 관객석에 녹아 있는 것, 마치 토론을 벌이듯 배우들이 대사를 비선형적으로 주고받는 것, 연극 속에 연극이 있되 극중극이 아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궁극적으로 연극의 사회적 기능 곧 예술의 비정치성의 정치성에 관한 역설로 귀결된다는 것. 하지만 이와 같은 연극 형식의 파격과 함의는 실제 예상치 못 한 차원에서 문제점들을 노출시킨다. 배우의 목소리. 번역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언어. 차용된 현실의 문제. 형식의 단순한 이전移轉. 우선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통해 산출되는 배우 목소리의 울림, 그 거리가 깨어질 때 산출되어야 하는 배우의 목소리란? 객석에 관객으로서 배우가 등장하고 입을 열어 연기를 할 때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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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비극 오이디푸스」 : 음악의 드라마 거두어지지 않는 목소리REVIEW/Theater 2011. 6. 5. 23:48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직접적으로 누설되지 않는다. 곧 누설할 수 없음의 운명에의 체감, 비극에 대한 담담한 분출, 돌려 말하는 폭로로써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는 운명을 사실로 치환하고, 사실에서 운명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곧 그 사실이 자신들이 용인함으로써 운명이 하나의 사실이 되기 전에, 운명으로 사실이 당도하기 전에 목을 매고 눈을 긋는다. 떼아뜨르 봄날의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보면 운명의 힘 자체가 아닌 운명을 지정하는 사실에의 말 자체의 강한 속박, 그리고 교묘하게 그 언어를 비껴나게 하고 늦춤으로써 정작 운명에는 예속되지 않는 묘한 말의 힘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오이디푸스를 감싸고 지배하며 축소시키는 코러스의 힘은 연주와 분신들, 또는 다른 인물을 환유하는 미약한 덩어리들로서, 존재들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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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다페 리뷰] 「The beginning」 이주형 : 드라마틱한 내러티브와 정서 속에...REVIEW/Dance 2011. 6. 3. 09:52
욕조 속에 누워 있는 여자는 의식이 없고 벽을 무대 곳곳에 만들어 둠으로 인해 현실의 한 시공간에 젖어들게 되며 남녀 간의 복잡한 치정 관계의 과거와 같은 것이 상정되게 된다. 두 명의 남자 세 명의 여자가 출현하며 이 안에 분절된 관계 양상을 만든다. 남자 둘은 여자들을 지배하며 죽음으로 등가 되는 의식의 지배를 감행하는데, 이들은 마치 한데 뭉쳐 죽음과 살의의 어떤 모종의 계획과 숨은 의도를 감추고 카니발적 제전을 벌인다. 붉은 핏빛의 어둠을 밝히는 욕망의 극점을 달리고 있고 이 안에 모두 융해된다. 여성의 무의식의 침잠하는 바는 욕망의 상대적인 관계 쌍을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욕조 안의 물 내지는 보이지 않지만 피의 환유적 감각, 그리고 바깥을 형성하는 비 소리는 그 연속성과 관계성을 상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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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다페 리뷰]「Sunday」 고흥균 : 일상의 흐름과 꿈결의 의식REVIEW/Dance 2011. 6. 3. 09:40
한 명이 중앙에서 양복을 단정히 빼입고, 서서 미소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놀이터의 광경이 펼쳐지게 된다. 갓 잠에 깨거나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등장하는 잠옷 입은 어린 여자로 상정되는 무용수의 움직임 이후 걷고 뛰며 다양한 선분의 층차를 만들던 무용수들이 출현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순간을 선사하는 유희성의 기호들은 눈을 비비는 동작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놀이의 원형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첩될 때 규칙을 띠고 자연스레 공유되는 어떠한 놀이의 체계 안에 이들을 속하게 만들고, 이들은 잠결에 솟구치고 일어나며 털썩 주저앉고 뒹굴고 하는 동작으로 의식이 미치는 한 곧 그것이 놀이의 에너지로 치환되는 순간들을 안긴다. 마치 정제되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흐늘거리되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