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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REVIEW/Dance 2022. 11. 16. 00:33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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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희 안무, 〈뿌리집〉: 일상의 어떤 감각-이미지들REVIEW/Dance 2022. 11. 15. 23:49
〈뿌리집〉(송송희 안무/연출)에서 몸은 비교적 명확한 재현의 양태를 띤다. 움직임은 몸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깝다. 도시의 어떤 부분들 안에 있는 몸, 또는 일상 안에 있는 몸은 그 바깥의 배경과의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 있음을 반증한다. 가령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다랗게 선 몸들은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있고, 상대방에 의해 밀려 상반신은 좌우로 오간다. 이는 어떤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통의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미적인 차원은 그것이 어떤 형태적인 차원에서의 구불거림이나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지체됨 없이 점·선·면의 기본적인 차원으로 수렴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순간의 파동과 함께 직선을 축적하여 입체적인 면으로 확장되며 반복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뿌리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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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하사비, 〈투게더〉: ‘곁’이라는 지지체REVIEW/Dance 2022. 11. 15. 23:30
두 퍼포머―마리아 하사비(Maria Hassabi), 오이신 모나간(Oisín Monaghan)―는 약간의 간격만을 두고 밀접하게 동선을 같이 한다. 이러한 수행은 일정하고 지속적으로 더디다. 두 퍼포머 사이에 간격은 결코 완전히 줄어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포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게더〉는 합치에 대한 불가능성을 시험하고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것과 같다. 둘은 서로를 향하면서 각자의 범주 안에 온전히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시선에 대한 것으로, 몸의 지향은 서로를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시선은 완전히 서로를 향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시선이 서로를 마주한다는 짧은 순간은 끊임없는 더딘 움직임의 이행을 통해 비켜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몸과 시선의 엇갈림은 바닥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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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구조의 구조〉: 분절된 움직임에 관한 탐구REVIEW/Dance 2022. 11. 10. 12:13
시나브로가슴에의 〈구조의 구조〉에서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구조의 구조〉는 최소 단위의 움직임으로 분류될 만한 형태들을 쌓아 올리면서 시간을 ‘축적’한다. 이는 정지된 조각 형태로의 해체와 기본적인 선분에서 파생되는 ‘차이의 변주’와 같은 연장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쉽게 위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완전한 정지‘들’에도 어떤 일정한 반복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의 구조’는 어떤 하나의 단위를 지정하고 거기에 또 다른 것이 더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하나의 단계적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로봇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장면―이나 어떤 움직임으로 연장되는 대신 작은 신체의 분절을 통해 고정된 형체를 만드는 것―인어공주의 다리처럼 두 발을 비틀어 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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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작·연출,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미래 앞에서 우리는…REVIEW/Theater 2022. 11. 8. 14:14
끊임없이 지구의 끝을 향해 걷는 ‘여행자’, 산티아고 순례길 반대편으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베리아 길을 향한 그의 여정은,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화제를 모은다. 동시에 기상청 소속의 기상탐지 시스템 연구원들의 관찰 대상이 된다.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이하 〈순례길〉)에는 알 수 없는 자의 미지의 좌표가 전제되고, 이는 그 바깥에서 사유되고 추적되어 현재의 삶에 들어온다. 그의 좌표는 일반적인 인간 사회의 바깥에 있지만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 방식의 가상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기술은 일견 현실을 더 잘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그 기술이 재현할 수 있는 사전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오히려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비가시화된 장소의 영역을 볼 수 있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