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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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 방언과 만화적 풍경으로 연출된 '코메디아 델라르테',<한꺼번에 두 주인을>PREVIEW/Theater 2012. 11. 17. 01:05
명동예술극장이 2012년 겨울, 카를로 골도니 작, 리 홀 각색의 을 무대에 올린다. 두 명의 주인을 모시는 하인 트루팔디노의 크고 작은 실수 속에서 쉴 새 없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을 오경택 연출의 말을 따르자면 ‘대중적인 형태의 이태리식 마당극’이다. 배우들의 즉흥성과 신체성, 춤/노래/아크로바틱 등 시청각적인 요소에 치중한 공연 양식을 띤다. 희극인 것만 같은 은 트루팔디노의 주인한테 구박도 받고 매도 받는 절박한 삶은 요즘의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골도니의 생각은 극의 흐름에 따라 배우가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는 즉흥 희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가 상연에 있어 계속 달라지는 부분이 커서 대본을 외워서 공연하자는 생각을 하며 대본 작업을 더했고, 등장인물의 사실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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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술의 놀이터에서 예술의 시간을 질문하다',<플레이타임>PREVIEW/Visual arts 2012. 11. 16. 19:51
“예술의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 역할을 하며 예술의 시간을 질문한다.(김선정)” 문화역서울284의 기획전 이 오는 17일부터 12월 28일까지 6주 동안 열린다. 매일 문화역서울284 전 공간에서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문학, 디자인, 건축 등의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하는 55인(팀)의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15일 오전에 열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정 예술감독의 말을 따르면, 은 모던한 도시를 배경으로 안무처럼 움직임이 있고 소리, 말이 있는 영화인 프랑스 자크 타티 감독의 플레이타임(1967)이 참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희진이 기획한 ‘하기연습’은 14인(팀)의 미술가들이 참여하며 다섯 개의 전시 중에 도입부에 해당하는 전시이다. 삼층대합실이었던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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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이중적 기호로 전개되는 <햄릿6>REVIEW/Theater 2012. 11. 12. 00:17
역할이 아닌 존재 붉은 빛을 띤 공간 아래 위스키, 와인 등의 술 종류가 진열되어 있고, 커피메이커, 주방을 가려 놓은 커튼, 나름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한 지금은 구식으로 감각되는 어느 풍광이다. 여기서 오필리어는 낭만주의적 떨림을 한가득 안고, 대사를 외고 있는 것만 같다. 철저한 말들의 잉여로 점철된다. 80·90년대 시대 배경에서 이러한 역할 놀이 속에 드는 기시감은 재현보다는 사라진 것에 대한 정취를 도출해 낸다. ‘연기가 주는 과잉의 진지함은 그 시대의 무게’이다. 오필리어의 이름은 무엇일까. 사실 이 극에서 오필리어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이 진지함은 실상 역할이 정체성이 된, 진지한 대사를 삶의 의문으로 치환할 수 있었던 시대의 무게까지 재현되는 가운데 출현한다. 따라서 우리의 옛 젊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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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를 전시장에서 만나다.PREVIEW/Visual arts 2012. 11. 8. 14:26
▲ 시대의 아이콘이 된 셀러브리티의 드레스를 볼 수 있는 'HALL OF FAME'에서 ▲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장식한 각종 클러치백 ▲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만든 8점의 드레스 오는 8일부터 대림미술관은 117년 역사의 세계적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Swarovski)를 주제로 한 展 연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크리스털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에 주목하며 브랜드에 한정되지 않는 예술적 영역으로 재구성된다. 국내 외 아티스트들이 크리스털을 재해석해 디자인,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건축 등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또한 마릴린 먼로, 마돈나, 제니퍼 로페즈, 레이디 가가 등 셀러브리티들이 착용한 스와로브스키 아이템들도 만날 수 있으며, 아르마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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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연극의 문제작 햄릿 시리즈 '삼양동 국화 옆에서'PREVIEW/Theater 2012. 11. 7. 09:27
기국서 연출의 22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현대연극의 문제작 햄릿 시리즈의 (이하 )가 오는 11월 25일(일)까지 오른다. 는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의 2012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기국서 연출은 1981년 (국립극장 소극장)을 시작으로 1990년 (문예회관 대극장: 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까지 9년 여간 햄릿 시리즈 다섯 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렸다. 기국서 연출은 1976년 극단 76을 창단한 이후 이 다섯 작품에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연극계의 이단아이자 실험극의 대표 연출가로 불렸으며 1984년 으로 관객을 놀래기도 했다. 최근 기국서 연출은 얼마 전 흥행 영화 에서 홍콩 조직의 보스 웨이홍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이번 에는 극단 76의 김낙형 연출과 로 2006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재승이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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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고문을 소재로 한 전례 없는 영화'<남영동1985>REVIEW/Movie 2012. 11. 6. 10:52
고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인 『남영동』을 원작으로 한 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5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영화에서 고문을 받아야 했던 김종태 역의 박원상 배우는 버틸 수 있는 체력만 갖고 촬영장에 가겠다고 감독에게 사전에 말했고, 영화 촬영 중에는 그저 최선을 가지고 버텼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혼자서만 고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미운 감정이 느껴진 적도 있었다. 남영동대공분실 VIP룸 책임자 박전무를 연기한 명계남 배우는 자신이 연기한 ‘수구꼴통’의 연기가 알 만한 수구 신문을 떠올리면 자연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근대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나라에서 가 근대사의 이면을 조명하는 영화라며 영화의 의의를 전했다. 남영동대공분실 총책임자 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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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프로젝트’ 연극 <멸_滅> 프레스 리허설PREVIEW/Theater 2012. 11. 3. 12:30
2012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네 번째 공연, 연극 프레스 리허설이 지난 2일 오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렸다. 신예작가 김태형과 연출가 박상현이 만난 은 ‘삼국유사 기이 제2’ 가운데 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역사의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을 중심에 두고 있다. ‘신라 멸망’의 직전을 배경으로 하여 권력의 중심을 차지하고자 하는 자들의 욕망과 힘의 주종관계를 바탕으로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역사를 거시사적 흐름이나 사실의 인과관계 차원에 두지 않고, 역동적인 심리 양상의 전개로 그려낸다. 은 사촌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경순왕 김부(정보석), 남편에 대한 환멸과 증오로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는 죽방왕후(우미화), 정치적 권모술수에 따라 김부와의 결혼을 약속하는 고려 태조의 딸 낙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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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삶의 이면을 그리다', 연극<양철지붕>PREVIEW/Theater 2012. 11. 2. 22:58
1일 오후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전막 시연회가 열렸다. ▲ 잠시 숨 돌리는 유현숙(배우 이서림) 은 네 번째 작품으로, 자매가 꾸려가는 공사장 함바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리고 있으며 자매의 폭력에 좌지우지되는 비극적 삶과 그에 따른 자매의 복수의 과정이 덧대지며 계속해서 폭력이 대물림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농아 역을 맡은 배우 이애린 의 희곡 대본은 ‘작품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극적 완성도가 훌륭하다’는 심사위원의 극찬 속에 2011년 경기창작희곡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연극계 세시봉’이라 불리는 연륜의 경기도립극단 배우들이 참여해 구현한다. 은 오는 18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후, 11월 22일부터 4일간,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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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환경으로서 무대에서의 환영적 이야기, <소아페라>REVIEW/Dance 2012. 10. 30. 17:32
시작 전부터 거품이 분출되며 무대를 채우고 있다. 조명이 차츰 밝아지며 거품은 부풀어 가며 반복의 소리를 낳고, 거품 전체의 미세한 변화를 낳는데 이 와중에 가해진 거품의 얕은 부피의 점증과 무대 바깥까지 배어드는 향기는 정확한 거품의 성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잠재적인 것으로 이것들은 감각되며 표면적으로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이 잠재된 것과 환영적인 것은 양립하지 않는다. 뭔가의 폭발과도 같은 출현, 동시에 매우 느슨하게 어떤 존재가 이 안에서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런데 이 비눗방울을 하나의 막처럼 분리하며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몸은 한편 투박하면서도 이 환경에서 실재의 춤추는 존재자로서 이질감을 준다. 이는 이 몸들이 주 무대를 덮고 있는 기계음의 긴장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출구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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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실화를 근거로 한,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공연 <블랙 워치>PREVIEW/Theater 2012. 10. 27. 15:04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연극 (그레고리 버크 작, 존 티파니 연출)가 26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여덟 번째 작품으로, 2004년 10월 300년 전통의 스코틀랜드 특수부대 ‘블랙 워치’의 연대원 800명이 미 해병 4,000명의 대체 인력으로 이라크전에 파병된 실제 사건을 계기로 해 만들어졌다. 즉,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 역시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파견을 보냈는데,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저항 세력이 거세 미국의 사상자가 많이 나왔던 ‘수니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지역에는 처음에 파병을 안 한다고 했다가, 대선에 맞물려 이를 번복해 결과적으로 많은 군인이 죽었던 사실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일 수 있는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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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리밍] 우리 맛 살린 창작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REVIEW/Musical 2012. 10. 26. 09:38
문화적 원형 : '풍류' 처음 는 자유로운 유랑극단과 운현궁의 삶이 대비되며 시작된다. 이러한 두 세계의 병치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른바 두 주인공 소리광대 진채선과 고종의 사랑은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유목민과 중심을 상정하는 지배체계의 수장이 만나 피어나는 매우 이질적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 대립적 만남은 팔팔한 진채선과 유약해 보이는 고종의 만남이어선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왕이 감화되는 진채선의 매력의 근원은 바로 소리다. 곧 는 이념과 정치를 떠나 풍류로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세계를 전제하고 있다. 네 글자로 나타낸 우리 말의 맛 계속 반복되는 중요한 어구는 다 네 자로 완성된다. 처음 춘향가의 “갈까부(보)다”는 고종의 왕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고자 하는 정서를 잘 반영한다. 이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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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춤',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REVIEW/Dance 2012. 10. 24. 12:18
▲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알제리-프랑스)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의 무대는 눈을 감은 것이 더 편하다. 눈을 감지 않아도 절로 내리 누르는 힘에 의해 감은 것과 같이 되는 어둠, 시선이 분간되지 않는 시간, 이 어둠은 끝나지 않는다. 눈은 끝나지 않는 어둠에 휘말리는 가운데 팔을 천천히 올리는 동작은 매우 속도를 지우고 단지 약간의 변화만을 두는 것으로 무용수들은 암흑 공간에 잠재성의 일면을, 그 잠재성에 동화됨을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친다.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우리나라 말놀이로 보이는 노래와 유사성을 띤 노래가 돌림으로 계속되고 북을 비롯한 타악이 아프리카 세계를 그려내는데, 외부의 접합이다. 곧 의식과 내면의 근원적 박동이 균열을 갖는 대위법으로 진행된다. 이 소리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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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분절된 구문으로서 움직임', <S는 P다>(안애순 안무)REVIEW/Dance 2012. 10. 23. 02:28
▲ 9월 10일 쇼케이스 장면 [사진 제공=강동아트센터] (이하 상동) 실로폰의 음계는 곧 음악이 되지 못한 분절된 음들에 불가하다. 따라하는 모방의 움직임들은 춤의 마디가 되지 못한다. 놀이에 따른 규칙들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 같지만, 말이 되지 않는 놀이라는 암묵적 규칙과 (관객의) 언어와의 간극이 계속 맴돌며 이방인 내지 타자로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불규칙적인 규칙이 관객에게서 이화 작용을 일으키는 두 가지 규칙이 작용한다. “나에게 쓰는 너”, 나와 너라는 텍스트의 두 단어는 사실상 등가 되고 순서에 따라 치환된다고 할 수 있다. 현존 주체를 지정하는 대신 이 등가 될 수 있는 텍스트의 순간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애초에 무슨 의미를 갖지 않는 이러한 언어 치환의 공허한 놀이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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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정치적, 사유적 테제로서 몸' <리볼버를 들어라>REVIEW/Dance 2012. 10. 21. 23:19
우선 빠르게 무대 둘레를 도는 브릿 로드먼드(Brit Rodemund)의 일련의 동작들은 무성영화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상케 한다. 발레를 메타 비평적 접근으로 해석해 놓는 가운데, 음악은 하나의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자신의 몸을 때리며 소리를 냄으로써 역사의 고민이 온전히 해결될 수 없는지의 질문을 던지며 움직임 자체의 미학적 완결 대신에 음악 안에 있는 여자의 상황으로 귀결된다. 메마른 거친 소리를 내며 호흡을 들이마시며 나오는 발레 동작은 동작을 채집하는 것에 가깝거나 미가 아닌 어떤 기억들과 몸에 밴 습관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잠재된 것들의 표현을 의미한다. 움직임은 언어가 부착되는 의미를 일으킨다. 몸은 스스로에 의해 대상화되며 어떤 맥락을 주는 사유의 측면을 입는다. 명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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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유동하는 강의 흐름', Compagnie 7273 <Nile>REVIEW/Dance 2012. 10. 21. 21:26
일종의 안개 속의 대기를 휘젓는 몸짓이다. 좌우로 몸을 살랑대며 휘젓고 몸을 돌리며 아래로 모은 손을 활짝 벌리며 서는 동작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네 개의 연이은 움직임이 반복되며 여섯 명의 무용수들에서 공간을 젖고 간다. 여기에는 바다 속 어떤 힘의 재분배의 흐름이 만들어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동작은 변형이 없지만 이들이 강이 흐르듯이 내부에 따라 어떤 무형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생물 같은 것은 유기체로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멈춰 서서 움직일 때는 같은 동작으로의 주파수가 맞춰지는 듯한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로 내리며 침잠하는 에너지를 형성하거나 하늘거리는 몸짓들이 출현하기도 했다. 기타는 밝게 변하며 마치 환영의 실재에서 투명한 현실이 드러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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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아워타운>, ‘연극-보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REVIEW/Theater 2012. 10. 21. 15:59
몰입의 경계 연습 중 시작되는 공연은 빈 공간으로서 무대를 만들며 환영으로서 무대과 실재로서 극장의 경계를 허문다. 여기에 배우는 관객과 무대의 매개자로서 열린 태도를 관객에게 취한다. 실현되지 않은 무한한 잠재성만이 있는 무대 사이에서 재현은 오히려 과거를 현시하는 측면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앙상블의 주고받는 연기는 각 파트로 나뉜 가운데, 하나의 자장 아래 속해 있고 하모니를 넣는 긴장의 태세가 감지된다. 재현은 과거의 역할 되기와 같으나 현실의 현시에서 그 자신의 연기는 이 현재의 인물이 됨을 의미한다. 과거의 인물을 보는 시간의 재현과 그에 대한 몰입(현존은 이 몰입에서 관객과 함께하기로 나타난다)이 가능하지만 이 몰입은 점점 그 재현의 시간이 사라져 역할-되기에서 역할 자체가 되는 묘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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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내밀의 무한>(국은미 안무), ‘지루함의 대기 속 파편적 합산만이’REVIEW/Dance 2012. 10. 20. 12:06
유영하는 대기 숨을 쉴 수 없게 조용히 놓이는 진공 상태의 너른 평면에서 흘러가는, 커다랗게 현상되는 흐름, 그래서 이를 현실보다 몽상이 일어나는 집단적 유영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내재적 움직임은 음악으로 인해 생기를 잃고 어떤 관계망도 몸으로써 인식하기 시작한다. 몸이 기체와 액체의 유동함으로 합쳐지는 풍경. 고요한 작용 외에 움직임은 어떤 단절·분절·분출도 없는데 이러한 액체적 세계는 무엇을 묘사하고자 함인가. 둘씩 관계 맺기, 앞뒤로 뒹굶은 주고받음이라기보다 흡착되어 엉키고 서로를 향해 고리를 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호한 광경의 몸의 풍광 속에 달라지는 음악, 조명의 변화가 이들의 외부 풍경으로 무대를 절합하며 달라진 세계를 지시한다. 몸이 먼저 가기보다 음악의 전유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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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톺아보기] '텍스트에서 콘텍스트로의 전환', <오디세이>PREVIEW/Theater 2012. 10. 17. 11:42
텍스트(비디오테이프)에서 텍스트의 부정(비디오테이프 곽)으로 ▲ 연극 오디세이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제] 폴란드 연극 (연출 크쉬슈토프 가르바체브스키)의 ‘귀뚜라미 소리가 환유하는 자연’과 ‘그림자가 비치는 불투명한 스크린이 가리고 있는 환영의 현실’이라는 배경은 혼재된 세계와 매체의 반영을 의미한다. 비디오테이프 곽들이 흐트러져 쌓여 있는 이미지가 주는 아날로그 매체의 반영과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은 비디오들이라는 콘텐츠 없는 껍데기들은 '표피로만 존재하는 현실의 재현들'을 의미한다. 는 이처럼 매체를 통한 혼재된 세계와 표피적인 세계 반영의 하이퍼텍스트적 차용을 통한 오디세이의 자기 지시적이자 끊임없이 원본에서 미끄러지는 텍스트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원작을 고스란히 따르는 텍스트의 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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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댄스 리뷰] '우리춤 빛깔찾기', 우리 것의 현대적 변용과 혼합 사이에서...REVIEW/Dance 2012. 10. 16. 07:48
최지연 창무회 무속의 무가 시작에 차용된다. 이는 이후 작품의 음악적 행보를 지시하는 성격을 띤다. 격하게 몰아붙이는 리듬에 여러 소음 같은 음향이나 소리 지름 등이 맞물린다. 두 사람이 각기 시차를 두고 달리 깨어나고 서로 등을 맞대고 만나 대치도 화합도 아닌 긴장의 지점에서 숨을 가다듬고 각기 다른 속도와 거셈으로 무대를 헤치고 돌아다닐 때는 흥분이 인다. 실상 이 무속인 같은 존재의 등장은 하나의 외떨어진 삽입에 가깝고 이 둘의 춤과는 대별되는 흐름의 양상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차용과 삽입의 측면은 이 공연의 퍼포먼스적인 수행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곧 이 시간이 하나의 재현이 아닌 현재의 시간 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보폭을 넓게 해서 기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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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훈/Sari Palmgren, 대림상가를 품고 벌어진 무용의 수행성REVIEW/Dance 2012. 10. 13. 13:12
2012 Korea-Finland Connection 참가 프로젝트 선정작인, '상실 그리고 잊혀짐(망각)'은 대림상가의 역사적/현재적 시간을 모두 담보한 대림상가를 따라 올라가며 비디오와 춤, 경관 등을 모두 구경하는 것이 공연의 개요를 이룬다. 여기에 오디오 이어폰을 끼고 박나훈의 인사말과 대림상가의 역사적 배경의 한 토막을 듣는 것이 시작의 움직임을 지정하고 극에 들어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장소특정적인 작업이자 렉처 퍼포먼스 형식을 빌린 복합 장르적인 이 작품은 박나훈과 사리 팜그렌Sari PALMGREN(핀란드 MAD 프로덕션 소속 안무가)의 공동 안무로 만들어졌으며 대림상가라는 도시 속에서 이질적이고도 아련한 곧 생소하지만 친숙한 공간의 우리 몸으로부터 촉발되는 기억의 언캐니 공간을 찾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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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아)폴로니아 리뷰 : 현재에 대한 연기(延期)REVIEW/Theater 2012. 10. 9. 13:45
(아)폴로니아, 나치에 의해 거행된 유대인 학살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국이었던 폴란드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비극-되기에 기초하고 있으며 또한 그 과거의 한 비극적 지점에서의 끊임없는 되돌아가기를 감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현재에 대한 연기(延期)는 스크린 매체의 반영과 반투명 스크린 구조물의 경계, 역할 되기와 현재 인물의 간극들 등에 의해 발생한다. 여기서 현재란 과거가 중첩된 시선에서만 유의미하며 따라서 현재는 다시 사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이 갖는 신화라는 프레임은 역설적으로 신의 질서를 벗어나기 위한 측면에서 사용되었다. 하나의 우화 같은 동화들 들려주는 가운데 이피게네이아란 전쟁 중 희생된 신화 속 인물을 투영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 둘로 상정되는 인형은 지하철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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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정리' : 2012서울국제공연예술제 톺아보기카테고리 없음 2012. 10. 7. 13:49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한팩)가 주최하는 2012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5일 오후 5시경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개막작 폴란드의 '아폴로니아'는 러닝타임 4시간에 육박하는 대작으로, 6일 한 차례 더 공연됐다. 이후 2012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학로 일원에서 오는 27일까지 총 12개 국가의 27개 작품이 상연된다. 사실 27개 작품에서 주목 가는 몇몇 작품들이 여러 언론들을 통해 미세한 차이를 두고 선별되어 제시되지만, 보지 않고서 작품을 어떤 경향이나 형식을 갖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다시 말해 보고 나서 왜 이 작품이 이렇게 소개됐을까에 대한 회의적 물음을 다시 낳을 수 있다는 말. 개막작이 한 차례 올려진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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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시청 앞 공연에서 간과된 사실들카테고리 없음 2012. 10. 4. 22:32
'세계시민으로서 자랑스런 서울시민이 되는 길' 싸이의 서울광장에서의 공연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1위를 목전에 앞둔 상황에서 1위에 오륵게 되면, 시청 앞에서 웃통을 벗고 공연을 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싸이의 이러한 공약은 2위임에도 우리가 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전환됐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긍정적인 수용으로 싸이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약이란 원래 현실에서의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고, 약속이란 하나의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공약이 어느새 약속으로 둔갑하는 가운데 사실상 싸이가 처음 내뱉은 공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허공에 붕 떠 있었지만, 이는 정말 불가능할(?) 정도로 쉽게 실현됐다. 언론이 말하는 하나의 오류를 짚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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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개더링, 오는 5-6일 캐리비안 베이에서 열린다(with '데이비드 게타')PREVIEW/Festival 2012. 10. 1. 12:03
오는 10월 5·6일 양일간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 베이에서 글로벌개더링코리아2012(이하 글로벌개더링)가 열린다. 2001년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글로벌개더링은 국내 대표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으며, 올해 페스티벌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는 우선 지난 8월 9일 최초 내한을 밝힌 세계 정상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가 라인업에 올랐다는 점과 그간 개최됐던 한강공원 난지지구가 아닌 워터파크인 캐리비안 베이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글로벌개더링은 지난 8월 2일 개최 장소와 라인업 공개 이전에 블라인드 티켓 1,000매가 하루 만에 매진된 바 있는데, 캐리비안 베이의 새로운 장소 선정은 조금 뜻밖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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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도미부인>, 꽉 찬 무대는 가능성. 세세한 안무와 이야기 부분은 아쉬움REVIEW/Dance 2012. 9. 18. 14:43
처음부터 무대는 꽉 찬다. 군무의 크기는 엄청나다. 이른바 스펙터클의 미학이다. 처음 뒤돌아서 추는 군무, 그리고 스텝의 잔 이동은 하나의 판 자체가 유동하는 형국이다. 이 대규모 군무는 사당패의 춤에 따라 넘실대는 벼의 물결 같이 촘촘히 뭉쳐 커다란 흐름으로 여겨진다. 안무는 이 커다란 판짜기에 요체가 있다. 곧 판의 흐름을 통제하고 다루는 데 있다. 여기에 우리식 교향악이 무대를 뒤덮는다. 주로 태평소와 같은 요란하다 싶을 정도의 거센 악기의 멜로디가 무대의 스펙터클을 가져가는 데 힘을 더하고 장구 등의 악기는 이 분위기를 급변시키는 역할을 한다. 덩실대고 굼실거리며 팔랑이는 잔 몸짓들은 사실 이 큰 도저한 흐름 속에 순간적으로 두드러진다. 사실상 이 밝음의 놀이판의 군무는 이 극의 스토리텔링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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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에타> 리뷰, '불가능성의 구원을 이야기하다'REVIEW/Movie 2012. 9. 5. 11:00
▲ 영화 스틸 [사진 제공=NEW] (이하 상동) 냉혹한 사채 청부업자 강도는 예의 엄청나게 불어난 돈을 받으러 가서 끔찍한 순간의 신체 형벌로 상대를 불구로 만들고 보험금을 받아 그 돈을 갈음한다. 피에타의 전반은 이 건조한 형벌의 집행과 무기력하게 그에 당하는 힘없는 자들의 모습을 어둡게 그려낸다. 어둠 속 강도 역의 이정진의 눈은 악마의 시선으로 묘사되지만, 실상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메두사의 머리는 그것을 보는 순간 즉시 온 몸을 굳어버리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이 공포는 형용할 수 없는 것, 얼어붙게 만드는 것, 그래서 매혹적인 그 무엇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정진의 시선은 영혼 없는 무엇이다. 그의 상대들이 그와의 부조리한 계약에 항거할 수 없듯 어떤 정이나 따스함도 여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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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영화 <카우보이>,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REVIEW/Movie 2012. 8. 24. 22:5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라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이 청소년은 청소년만을 위한 영화를 가리키는 걸까요. 내지는 청소년만이 만든 영화를 말함일까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을 위한, 또 청소년에 의한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제 개막작 카우보이(감독: 부드윈 쿨)을 보고 청소년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의 청은 ‘푸를 청(淸)’입니다. 이는 언 대지가 녹고, 푸르른 생명들이 자라나는 봄이라는 계절을 닮아 있습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공동체적인 삶의 영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명의 가치,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잃었기 때문인 것도 중요한 까닭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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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리허설 현장]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라이브 연주와 극중극 양식이 만나다'REVIEW/Theater 2012. 8. 23. 03:06
'I love coffee, I love tea'를 기본적인 아카펠라 화음에 피아노와 건반 연주를 약간 곁들이며 오프닝 무대를 연다. 마치 무대는 열린 소통으로 관객을 맞는 콘서트장 같다. 여기에 커피숍 사장 죠바니가 돈 호세와 카르멘의 이야기를 담은 '카르멘'을 읽어주는 것으로, 극중극 형식을 안고 간다. 극단 벼랑끝날다의 은 '카르멘'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얼마나 자주 소개되는지 등의 현재 '카르멘'에 대한 외부(메타)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레 카르멘이 갖는 예술 텍스트로서 지위를 언급한다. 이로써 극으로의 매개를 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극은 그에 맞춰 만들어 가는 형식을 띤다. 배우들은 음향 효과를 내는 악기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다리를 여럿이서 펼쳐 잡고 돌리며 등장인물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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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무거운 연극의 성지다?, '제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PREVIEW/Festival 2012. 8. 20. 21:22
찰리 채플린의 “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실상 비극과 희극으로 나뉘는, 전반적인 연극의 두 범주와 그 연극을 만드는 방법론을 포함한 말임을 알 수 있다.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는 오랜 연극의 역사인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한 ‘미메시스’(재현) 개념과 카타르시스(감정의 이입과 그를 통한 감정의 해소)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에서 온다. 가령 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를 보면, 상투적으로 미디어 속에서 반복되는 정형화된 남녀(김기리, 김지민) 간의 이야기를 다루되, 황현희가 클라이맥스에서 사건을 멈추고 개입해 방금까지의 장면이 사실 매우 이상한 것임을 드러낸다. 사실 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돌연 극 외부에서의 개입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막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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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만 있나, 서울 홍대에도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PREVIEW/Festival 2012. 8. 19. 22:44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 포스터 [사진 제공=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이하 상동) 서울 홍대앞 창작 공간 및 거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가 지난 15일 폭우 속에 개막해 순항 중이다. 크게 실내공연예술제와 야외거리예술제로 나뉘는 축제 프로그램에는 100여 팀의 자발적인 예술가들의 참여로 이뤄지며 총 공연 회수만도 180번에 달한다. 티켓 가격은 10,000원부터 20,000원 사이로, 일부 무료도 있다. 야외거리예술제의 경우에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여기에 ‘빅3’(3공연을 30,000원)나 런치티켓 같은 할인 제도도 운영된다. 공연의 형식들도, 그 팀들의 색채도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눈에 띄는 몇몇 작품을 꼽아보았다. 축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참고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