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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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TZ Company/안애순, 〈나비존〉: 장소를 나타내기 혹은 장소로서 드러나기REVIEW/Dance 2026. 5. 5. 21:48
〈나비존〉은 독특하게도 두 명/팀의 안무가가 공동 안무를 전제하는데, 이는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공동의 이상적 이념을 단순하고 투박하게 취한 형식의 일환으로, 결과적으로는 1부와 2부를 나누어 각각 이탈리아 듀오 FRITZ Company(이하 FRITZ)와 안애순이 맡는 것으로 결정―이는 그 수용의 차원에서 배타적인가 아님 절충적인가―된다. 아무튼 두 부분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제목에서의 ‘나비가 위치하는 상징적 지점’으로 출현하는 뚜렷한 분리 구간이 그 틈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바깥을 전적으로 채우는 다섯 명의 무용수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하나의 공통의 매체로서 두 안무가의 상호 영향력까지를 드러내는데, 곧 무용수의 시험 혹은 실험적 차원의 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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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나튼 - 홀딩 어 캐슬 Natten – Holding a Castle〉: 밤을 통째로 붙잡는 법 혹은 통과하는 법REVIEW/Performance 2026. 5. 5. 21:16
마텐 스팽베르크의 〈나튼 - 홀딩 어 캐슬〉은 옵/신 페스티벌 2025의 주제어인 ‘환상’에 대한 집요하고 더딘 탐구로, 그 장광설 같은 1인칭 시점의 내러티브는 일종의 사변적 소설에 가깝다. 스팽베르크 자신이 옵/신의 예술감독으로서 이 작품이 축제에 대한 그의 이념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문학이라는 매체의 토대를 확장된 형식으로 전파하고 있다―무대, 음악, 안무 모든 차원에서 〈훰닝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업의 독특함 역시 이 부분이다. 곧 그가 쓴 것이 확실한 하나의 소설이 김신우의 내레이션에 입각한 주로 이민진, 박진영 둘의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225분이라는 사전 계획된 시간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화자인 ‘나’의 성별이 특정될 수 있는 건 번역에 따른 가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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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기획: 이성휘, 이선주): 회화의 어떤 분기점들, 그것이 시작되는 시점들REVIEW/Visual arts 2026. 5. 5. 21:08
강예빈, 회화적 얼룩. 강예빈의 연이어 배치되어 있는 네 개의 그림, 고양이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여자를 그린 〈Moment〉(2025, oil on canvas, 162.2×97cm.), 모노크롬에 가까운 〈Turbidity〉(2023, oil on canvas, 65.1×53cm.)와 〈The Back of the Eyelid〉(2025, oil on canvas, 45.5×37.9cm.), 무희들을 부감 쇼트 시점에서 그린 〈Embers〉 (2025, oil on canvas, 130.3×97cm.)는, 모두 하나의 비가시적 원의 형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는데, 은밀하게 또는 명확하게 드러난 그 원형의, 각각 빛, 어스름함 또는 얼룩(2), 치마는 추상과 구상의 일반적인 구분을 내파하는 회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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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청각이 다양한 세계를 경유하는 방식들REVIEW/Visual arts 2026. 5. 5. 20:34
김영은의 작업들 대부분은 청각의 자리를 시각의 그것보다 앞세우는데, 이는 빈 배경 위에 적히는 자막이 거의 유일한 시각적 기표로 자리함을 의미한다. 사운드는 언어를 명시하는 목소리와 그 밖의 비언어적 소리로 나뉠 수 있는데, 이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 화면을 대부분 잠식하고 이끌어가며 그것에 대한 단일한 주체의 의지가 투여됨을 의미한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시리즈―〈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II〉(2025. 단채널 비디오, HD,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2분.),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2022. 단채널 비디오, HD,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8분.)―는 다른데, 이는 그것이 내레이션이 주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편집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해 목표로 한 사운드를 변용시키는 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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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GORE DECO》: 깊이, 구멍, 말을 차폐하는 절편적 기호의 증식REVIEW/Visual arts 2026. 4. 24. 21:03
《GORE DECO》를 통해 새롭게 도입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타투이다. 실크스크린으로 처리된 이 부분은 그야말로 신체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찍힌 것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핏빛 내장으로서 피부에 또다시 파고들어 녹아든 지표적 흔적으로서가 아니라 그림과 분리되는 순수한 기표들의 놀이로서 회화 ‘위’에 쌓이며 그것을 회화로 (자신을 타투라는 이미지―이는 일종의 접착된 스티커다.―로) 지시한다. 앞서 끊없는 내장의 연결망으로 직조된 작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화면은 작가가 이야기한 “남성적 숭고”, 아마도 팔루스적 신체 기관의 독립된 지위와 그것의 지배성을 부정하고 비판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육체의 절편화, 증식하는 절편들, 절편들의 연결-접속의 체계, 조망되지 않는 세계로서 육체를 가설하는 것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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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년 작/연출,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이행을 위한, 이행에 의한, 이행에 대한REVIEW/Theater 2026. 4. 24. 20:19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이하 〈무릎을〉)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자판기 밀크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부족한 잔돈과 기능하지 않는 지폐만 갖고 있는 단순한 상황을 모티브로, 공연에서 주지하는 것과 같이, 밀크커피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전해지는 신체적 효과, 화학 작용을 제한 없는 상상력과 다매체적 활용을 통해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서사(의 개연성)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수행하기, 서사를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효과를 구성할 것이냐에 있다. 무대 좌측, 비슷한 높이로 매달려 있는 돈을 넣는 파란색 페인트통, 전동 드릴, 종이컵 디스펜서는 자판기 관리자가 보는 자판기를 환유하며, 자판기 관리자에게 그 의미를 허락하는 또는 자판기 관리자가 그 의미를 다룰 수 있는, 해체된 자판기의 부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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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작/윤한솔 연출, 〈활화산〉: 재현의 경계에서REVIEW/Theater 2026. 4. 24. 20:05
〈활화산〉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연극으로서 이는 예술이 현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복무하려는 예외적 경로로부터의 산출이다. 그것의 부정성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가의 물음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다의성 혹은 불가해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프로파간다 연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극이라면, 후자는 전자의 목적을 위한 차원에서 온전히 조작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재현은 하나의 시대와 또 다른 하나의 시대를 보여주며, 그 둘의 뚜렷한 간극을 갖는다. 그 시차로부터 (또 다른) ‘목적’이 들어선다. 곧 이 둘의 간극은, 도약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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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6. 4. 22. 22:58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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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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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컨, 〈곡예사 훈련〉: 서커스라는 적자 혹은 고아로서 서사REVIEW/Performance 2026. 4. 10. 22:32
컨컨의 〈곡예사 훈련〉은 서커스를 보여준다기보다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서커스라는 이상, 서커스에 대한 이상이 가진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탐문하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세 명의 서커스 퍼포머와 대등하게 선 손옥주는 매개자의 위치를 자처함에 따라 그의 사회는 이들이 중계되고 있음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 전체는 방송과 같은 하나의 틀을 전유하게 되는데, 거기에 놓인 셋은 서커스와의 직접적이고 진실한 관계 맺음에 따른 재정체화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서커스와 각 개인의 간극, 균열, 모순 등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곡예사 훈련〉은 방송이라는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수월하게 수용 가능한 방청객의 모드를 상상적 차원으로 가정하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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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 공동체를 ‘지정’하는 법REVIEW/Dance 2026. 4. 10. 22:13
이소의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이하 〈그 때 그 극장 편〉)은 〈오디토리움 시리즈: 연희예술극장 편〉(2025, 이하 〈연희예술극장 편〉)의 반향으로서 존재한다. 이 둘은 모두 어떤 상상적 간극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는 장소 특정성보다는 시차적인 것이다. 곧 후자가 제목에서처럼 “연희예술극장”을 장소 특정적으로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장소를 어떤 식으로든 오판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전적인 오류라기보다 공연이 가설하는 장소적 토대와의 오차로서 사후적으로 승인된다는 것에 착안해, 극장이 가설되는 불분명한 경계를 오히려 공연(자) 스스로가 함입한다. 이는 거꾸로 관객이 공연을 가정하는 것처럼 공연 역시 관객을 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디토리움”, 곧 ‘객석’이 관객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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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정, 〈성율전26〉: 결핍-과잉된 신체의 두 가지 형상 또는 두 다른 신체-장르의 배치REVIEW/Dance 2026. 4. 10. 21:55
강화정 연출의 〈성율전26〉에는 두 존재의 오직 움직임만이 있는데, 그 위에 놓이는 건 대체로 오페라를 비롯한 보컬이 강조되는 음악이다. 몸이 목소리의 지지체라면, 목소리는 몸의 지속됨에 합목적성을 부여한다. 목소리는 몸을 경유하여 자신의 몸을 얻는다면, 몸은 목소리로부터 연장된 삶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일지도 모르는데, 목소리가 몸에 부착된다면, 목소리는 그 몸을 경유해, 자신의 가상적 몸에 이르는데, 이때 몸은 배경으로 전도되며, 목소리는 형상의 지위를 진정 획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진정 ‘다른’ 두 개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닐까. 몸은 마치 사물처럼 진동하고 있다. 주체의 의지가 재분절되는 그 몸은, 산포되며 형해화되는 이 몸은 정신의 영역, 언어의 영역, 유기적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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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 Jini Kim, 《메스매스》: 실재 위의 가상, 그리고 임시적 역사로서 퍼포먼스의 시간REVIEW/Visual arts 2026. 4. 10. 21:46
《메스매스》는 박물관을 흉내 낸 의사-박물관 혹은 가짜-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데, 더 정확히는 박물관보다는 거대 미술관의 제도적 형상을 소환하며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비트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건축적인 것이고 일차적으로 그 안에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의 디자인을 더하는 것이 되는데, 그것이 그 자체로서 작품이자 매체라는 것이 중요하다. 곧 전시장은 비어 있는데, 예컨대 국립현대미술관을 참조해 재구성한 이 전시장은 그 경계의 표면에서 미술관의 ‘그것’으로 식별되는 것이 작품을 지시하며, 작품으로서 자리를 메운다. 하지만 진정한 내용으로서 부가되는 건 전시 자체에 보족되는 작가의 포트폴리오인데, 관람객 벤치에 놓인 이 포트폴리오는 기존 박정아의 퍼포먼스 연대기의 하나로 연장되는 퍼포먼스라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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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REVIEW/Theater 2026. 4. 10. 21:35
극단 Y의 〈디사이딩 세트〉는 유영여고 배구부의 선수들이 배구를 하며 겪는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현재는 프로팀에서 신인 선수로 지명(드래프트 draft)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 불확실한 미래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육관의 불이 꺼진 10시에 네트 너머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괴담으로 전도되는데, 곧 이 미래의 파지 불가능성은 그 네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대 팀의 존재를, 관객의 존재를 가리키는 가상적-물리적 지점으로서 식역에 상응하여 연장된다. 무대는 이 반쪽의 네트가 중앙을 점유하며, 그 뒤편에는 라커룸과 그 앞 벤치가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자 흰색 테이핑으로 경계가 그려지는 이 네트의 양 옆쪽의 벽을 따라 각각 벤치가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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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돈,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 공동의, 개체의 몸들REVIEW/Performance 2026. 4. 10. 21:22
천영돈 안무가의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은 안무가가 온라인에서 모집한 20명의 퍼포머가 출현하며, 이 ‘공동(체)’의 형식은 그들 내재적으로는 중심이 비어 있다는 점에서 공동(空洞)의 몸들이기도 하다. 이때 “우리”로 현상되는 공동의 몸들은 이전의 관념을 끌고 오면서 변용되는, 이중의 관념과 그 사이의 변용 절차―“굳어진”~“느슨한”―를 가정한다. 이 상반되는 관념의 대비는 흥미로운데, 그들은 등장부터 거의 얼굴을 드러내 보이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공간 입구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고 발코니에서 한 명씩 뒤돈 채 출현하는 이들은, 역광 아래 ‘새어 나오는’ 가운데 모두 손을 잡고 있고, 고개는 상대 쪽으로 은근하게 돌아가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감지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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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기태 프로젝트(악당×옴브레),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근원 혹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의 자유로움REVIEW/Music 2026. 4. 10. 21:09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은 장구와 기타를 각각 다루는 두 연주자, 김기태와 김헌기의 합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장구의 장단이 점을 찍는 그 시작을 일컫는다. 이때 기타가 선을 이어가며, 어떤 서사적 공간을 열어젖히는데―장구가 즉자적 장소로서 열린다면―, 그로써 시간성이 파생된다. 물론 그것은 작은 입자, 곧 점을 소거한다기보다는 그 점에 붙는 어떤 수식어, 변화하는 환경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한 글자 단어로 점철된 〈점〉의 시작에서 〈밤〉으로 끝나는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가, 〈점〉에서 장구가 열며(점들이 연결되며) 〈밤〉에서 장구로 닫히는 것(전체로 퍼진 기타의 잔음 속에 점들이 분투하며 주체-형상으로서 발화한다.)은 그 근원적 원리를 완성하는 것과 같다. 장구가 장단을 구성한다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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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진, 〈파라〉: 지상과 지하의 관계에 대한 불가능성의 염원REVIEW/Performance 2026. 4. 10. 20:51
곽소진 작가의 〈파라〉는 낙하부대(Paratrooper)의 존재들과 낙하산(Parachute)이라는 물질 사이에서 합성되는 여러 관계의 양상을 하나의 안무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기입하는 퍼포먼스이다. 제목의 “Para”는 앞의 두 단어를 묶는 접두사로서, 하나의 단어로서 전용된 것이다. 낙하부대에는 일종의 낙하산 포장병(박태준)과 낙하병(김산), 통신병(조승호)이 있는데, 각각 낙하산을 포장하고, 낙하 모의 훈련을 실시하며, 무선 통신(의 잡음)을 송신한다. 이때 낙하산 포장병과 낙하병은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배치되는데, 이를 교통할 수 있게 하는 계단에는 통신병이 자리하며, 그가 내는 소리가 지하와 지상의 스피커로 전파된다. 스피커는 지하의 기둥에 달려 처리된 네 개와 지상의 바닥에 놓인 두 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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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세계〉: 불가능한 소통의 변증법적 귀환REVIEW/Dance 2026. 4. 10. 20:42
황수현의 〈세계〉는 세계에 이르는 데 두 가지 다른 매체의 양식을 취급하는데, 그것은 신체 자체―존재의 이야기―거나 휴대폰―상호 연결의 분절된 대화―이다. 전자가 지엽적이고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소구한다면, 후자는 너르고 또 닫힌 차원에서 관객을 스쳐 지나간다. 후자가 이미지라면, 전자는 말인데, 이미지는 텍스트를 신체에 새긴다면, 말은 이미지를 가정한다. 긴 후자에서 짧은 전자로 가는 과정으로서 〈세계〉의 변곡점은 곧 그 휴대폰을 공간 입구 맞은편 작은 테이블에 일제히 내려놓는 순간이다. 그리고 전동 블라인드가 올라가고 블랙박스가 한낮의 풍경 아래 재각인될 때, 이야기가 찾아온다, 또는 스며든다. 곧 텍스트가 정지되어 상영되는 화면의 그 휴대폰을 잡은 손을 반대편으로 튼 얼굴로 보내 슬며시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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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Hinge》: 이음매의 시간REVIEW/Visual arts 2026. 4. 9. 22:24
1 박신영의 《Hinge》에는 제목에서처럼 ‘경첩(hinge)’을 본뜬 몇 가지 사물들이 놓인다. 경첩은 그 자체로 존재하기보다 사물 A와 B의 이음매를 구성하며 둘을 연결하면서 비로소 기능하는데, 보통 문틀과 문짝을 잇는다. 그것은 그 둘에 포개지며 보통 비가시화되는데, 《Hinge》의 경첩 역시 그러하다. 그것은 실은 절반의 경첩을 품은, 그것을 대신하는 통째로 된 사물들로 주조된다―〈#10〉(2026. Glazed Modeling clay, glass, fired at 900 - 1220°C, 81×15×6cm.)/〈#9〉(2026. Glazed Modeling clay, glass, cloth, fired at 1220°C, 112×40×4cm.)/〈#7〉(2026. Glazed mode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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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 〈X〉: 인간과 기계 사이의 혼종적 존재REVIEW/Dance 2026. 4. 9. 22:02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X〉는 인간과 기계의 혼종적 경계에 있다. 인간적임과 기계적임은 서로를 마주하는 가운데, 대자적 관계를 이룬다. 그러니까 여기서 기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적이지 않은 무엇이라기보다 분간하거나 판별할 수 없는 것, 모호하고 기이한 것으로서 진정 인간적임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의심하는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는가. 〈X〉는 빈 무대와 거의 움직임만으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여러 스펙트럼을, 분간과 변용의 절차를 수행하고자 하는데, 예외적으로 가장 기계적인 대상으로서 주유기는 이들을 기계화하는 동시에 기계로서 분별해 낸다. 막이 걷히고 하수 끝에 선 나시를 입고 짧은 반바지와 검은 롱 부츠를 신은 채 주유기를 든 여자(서이진) 앞으로 나머지 존재들이 도열하여 있고, 그 주유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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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주: 그림자가 된 전통》(총괄 기획: 강정아): 기괴한 것들로부터REVIEW/Visual arts 2026. 3. 12. 14:33
《둔주: 그림자가 된 전통》(이하 《둔주》, 총괄 기획: 강정아)의 제목인 ‘둔주’는 해리성 장애의 일종으로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장소를 이동’”함을 의미하는데, 장소성 없음의 당대적 특성은 부제에서처럼 전통이 그림자화된 곧 영락해진 현상과 결부 지어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그 비어 있는 주체의 몫이 타자성을 안은 존재라면, 그것이 시간 차원에서 간극을 지닌 전통으로 옮겨지게 되는 셈인데, 이때 전통은 빛을 비춰 그 오지각된 현상으로부터 구제되어야 한다는 변증법적 결론을 향하게 된다. 곧 부정적 차원의 귀결은 타자성의 차원에서 재수용해야 하는 그 너머의 주체의 자리를 현상한다. 《둔주》는 쇠잔한 도시를 전시 장소로 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데, 그것은 타자로서 지역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전시를 보게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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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세 사람, 〈멸종위기종〉: 욕망의 시선 그리고 무심한 시선REVIEW/Theater 2026. 3. 12. 13:11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종을 다루는 두 가지 인간의 기술을 겹쳐 놓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그것에 대한 각기 다른 인간의 시선과 태도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호하고 지키는 동물원 사육사 윤정연과 그것을 찍어 인류에게 그것의 숭고함을 메시지로 전파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반우, 그리고 그것을 전유하는 그의 제자 정은호가 그것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하이픈을 구성하는, 동물과 소통하는 역량의 전자는 후자의 대중 추수주의적 열망 아래, 동물을 가치의 기호로 정제하는 그 작업의 매개자로서 편입되는데, 이제 그 기호의 발신에 따라 생겨난 세상과 후자의 피드백 고리로부터 모든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잡지사의 편집장 최유형은 대중의 욕망을 찾고 주조하는 데 두 사진작가 모두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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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률 작, 윤혜숙 연출, 〈시차〉: 사건을 연결하고 재발명하기REVIEW/Theater 2026. 3. 11. 20:16
배해률 작가가 쓴 〈시차〉는 시차를 둔 참사들의 성좌를 구성하는 가운데, 개인들의 미시사를 조립한다. 연극 바깥의, 실재의 참사들은 그 상징성으로 여전히 바깥에 자리하는데, 이는 엄밀히 인물들의 삶에 내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며, 참사의 연표라는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무대 중앙의 천장에는 시간이 하나의 배경이자 전제 조건으로 장의 진행에 앞서 투사되며 강박적으로 참사의 시점 혹은 그것을 전후로 한 시간을 점검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순차적이고 각자의 고유성을 가진 것이지만, 일정 정도 세대와 그다음 세대, 그리고 개인의 세대적 분기와 같은 생애주기에 따라 분배된다. 참사는 기계적으로 조립되고 줄 세워져 있지만, 〈시차〉는 그것들을 똑바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참사는 우연한 것이며, 개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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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연출, 〈P와 함께 춤을〉: 피나 밖에서의 현전REVIEW/Theater 2026. 3. 11. 20:14
전설적인 혹은 당대를 대표했던 안무가 고 피나 바우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피나 바우쉬의 연대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대신, ‘피나 바우쉬’라는 기표, 신화성의 자리로부터 시작되고 또 그곳을 맴돌며 흔적이 된다. 여기서 ‘흔적’은 사라졌으나 공고한 피나 바우쉬 자체이거나 그것을 좇는 전의식적 워밍업 형태의 대화 형식으로써 접근되는 산만하고 무질서한 이야기라는 무대의 과정을 모두 담는 또 다른 매체적 저장 경로를 가리킨다. 피나 바우쉬라는 실재와 신화의 틈을 비집거나 헤집는 차원 아래, 〈P와 함께 춤을〉은 실재와의 간극을 현재의 발화로 한정하며, 발화의 무한정함을 가정하고, 그렇게 꾸역꾸역 쌓아 올린 현재를 역사의 틈으로 곧장 밀어 넣는다. 아마도 그것은 피나의 이름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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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창 불 흐르는 MELTING FIRE ICEMAN〉: 이미지들의 틈 혹은 이미지라는 물질REVIEW/Movie 2026. 3. 11. 20:04
권희수 작가의 〈창 불 흐르는〉은 영화에 접근하고 영화를 활용하며 나아가 영화를 서술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 곧 메타 영화와도 같다. 필름이라는 영화의 물리적 근간의 요소와 맞세우는 근원적 요소를 더하고 이에 비추어 영화를 전유하고자 하는 데서 서사가 출발한다. 제목은 자신의 영화가 지닌 서사의 구조를 간직하는데, 가령 불(FIRE)과 물(MELTING)의 원자적 요소의 대립은 이미지의 흐름(ICEMAN)이라는 질서 아래 통합된다. 또는 이미지의 흐름으로서 불에 탄 필름과 극장, 점액질의 운동성의 각각의 궤적은 모두 흐르는 속성을 가진다. 이미지들은 뒤섞이면서도 어떤 서사의 지침 아래 묶이려다가도 벗어나며 그 자체로 지시되는데, 느슨한 결속 또는 의도적인 나열성은 불완전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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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주,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이미지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59
노예주 작가의 회화들, 그리고 일련의 글이 덧붙여진 전시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은 크게 전시 공간인 합정지구의 1층과 지하의 구분을 따라, 각각 인물과 사물 혹은 인물과 배경으로 나뉜다. 이러한 대상을 기준으로 한 구별은 피상적이고도 자의적인 기준 이외의 것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이는 하나의 더 큰 지층에 따른 것이며, 그러한 구분은 그에 따른 구체화이자 다른 세부의 범주라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곧 인물이 초상의 모델로 작가에게 대상으로 직접 수여되거나 배경 역시 의도된 배치와 구성에 따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작가 스스로가 위치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현실’에서 포착, 재배치된 것이라는 사실, 따라서 그것들이 하나의 현실의 일부이자 어떤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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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서 Cha Yeonså,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 훼손, 조율, 바깥으로서 애도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44
차연서 작가의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는 형해화된 주체의 자리를 형상화한다. 터전 없거나 비어 있는 그 자리에는 죽음에 대한 의례 혹은 종교 의식적 차원을 성사할 여러 오브제와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가 있다.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기보다 비워진 자리에 하나의 몸이 되어 현전한다. 작가의 아버지인 화가 고 차동하의 〈축제〉(2006~2017) 시리즈에서 사용된 채색된 닥종이라는 재료―그의 유품이자 작품의 일부이자 그의 신체에 대한 환유이기도 한 오브제―를 종이 오리기로써 전용하는 이번 전시는 재료에 대한 몰입과 침투되는 자연의 소리, 종교의식에 의한 도취를 통한 ‘나’의 형해화 과정―공기로의 더딘 분포 또는 사라짐―을 통해 ‘나’의 아버지의 신체를 무대로 펼쳐놓는다. 전시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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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튤립〉: 절대적인 사랑의 형상REVIEW/Theater 2026. 3. 11. 19:30
김도영 작, 극단 돌파구의 〈튤립〉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튤립밭을 키우는 쿠로가 20년 뒤, 부유한 일본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아들 쥬리프의 집에 초대받게 되면서 20년 전의 진실과 함께 인물들의 갈등이 전면화되어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튤립이 심어진 화분, 곧 쿠로에 의해 화분 안에 검은 흙이 채워지며 화사한 꽃이 들어앉는 이 결착의 이미지는, 작품의 알레고리적 중핵을 이루면서 무대 전반의 환유로 확장된다. 쿠로는 “구근을 키우는 식물”로서 튤립은 구근이 다른 구근을 파생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간헐적으로 부상하는 사운드는 튤립의 구근이 땅속에서 생명을 움트고 있는 작용으로서 은근하게 무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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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에 대한 메모: 우리는 세월호 이후로부터 무엇을 만나는가REVIEW/Performance 2026. 3. 10. 15:12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를 현상하는 장소인 “여기”, 곧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매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서 “여기”가 자리한다. 이는 극장이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표현을 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자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인지하게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은 세월호 집회와 시위가 펼쳐졌던 곳인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억과 결부된 안산화랑유원지를 거쳐 다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놓인 서울시의회로 돌아온다. 안산에서는 올해 착공 예정인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화랑유원지 부지, 4.16공장을 거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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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플레이 테제21, 〈최후의 분대장-제1부 조선의용군〉(김재엽 작/연출): 숭고한 역사의 형상을 재현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3. 10. 14:58
〈최후의 분대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의용군으로 참전했던 김학철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다. 1941년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나가사키형무소에서 옥중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후, 출옥한 그는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김학철이 죽음을 받아들인 자신의 침상에서 아들에게 사진에 있던 동료들의 이름과 일화, 특징 등을 기억해 내는 첫 번째 장면으로부터, 어린 시절 과거로 돌아간 후, 그의 시간이 순차적으로 기입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역사의 재현을 힘겹게 기억으로부터 추출하여 완성해 나가는 첫 장면부터, 청산되지 않은 친일 행위의 잔재에 대한 일념을 부르짖는 김학철의 마지막 모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