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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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안무: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 극장이라는 서사REVIEW/Dance 2023. 8. 7. 01:25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극장 공간의 변용에 초점을 맞춘다. 〈캐스케이드 패시지〉 역시 극장이 무수한 장비와 장치의 계열체로 인지되는 건 바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일종의 실험적 장면으로서의 클리셰에 의한다. 극장의 변용은 이 같은 수직 구도의 오르내림과 함께 관객의 분류와 배치, 마지막으로 문학적 서사의 도입에 의한다―극장에 들어서기 전 매표소에서 준 공연 프로그램과 굿즈가 담긴 바인더의 사전 정보 역시 이에 포함된다. 엠유피 여행사(M.U.P. Travel)를 전유한 뭎은 다크투어리즘 역시 전유한다―“캐스케이드 패시지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더불어 미래의 중요한 관광산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실제 재난과 상흔, 흑역사에 대한 고찰이 부재하는데, 가상의 시공간을 전사로 내세우고 이후 감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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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김광보 연출),〈벚꽃 동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REVIEW/Theater 2023. 8. 7. 01:11
사실주의 연극으로 알려진 체호프의 작업 중 〈벚꽃 동산〉이 갖는 현재의 함의는 무엇일까. 물론 이는 의미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고전이라 불리는 것의 관성적 도입에 대한 우려와 회의의 반문이다. 그것이 갖는 사실성은 표현의 층위와 함께 컨텍스트의 차원에서도 유효한가. 일종의 사실주의라는 지지난 기표를 어떻게 재인지할 것인가. 무엇보다 김광보 연출의 〈벚꽃 동산〉은 원작을 무대 위의 시점 속에서 재편하며 인물들이 가진 역량을 새롭게 구성해 낸다. 러시아 혁명 이후의 시대 상황에서, 혁명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서로를 마주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시대정신은 응결된 양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벚꽃 동산〉이 혼란과 격변의 불안정함을 투사하고 있다면, 오히려 이는 새로운 시대와의 조응에서가 아니라 그 반대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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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임도완 연출),〈우리 읍내〉: 고전은 유효하게 현재에 기입되는가REVIEW/Theater 2023. 8. 7. 00:43
〈우리 읍내〉는 원작, 손턴 와일더의 희곡 「아워 타운(Our Town)」의 1900년대 미국 뉴햄프셔주를 배경을 1980년대의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로 설정하는데, 이는 가장 비슷한 인구수를 가진 지역이라고 한다. ‘자동-결정’에 따른 이러한 설정은 표면적으로는 원작에 대한 엄밀한 고증의 명목을 띰에도 실은 원작이 가진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국내 현실에 대한 합목적적 유인 역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나이브하다. 게다가 1980년대의 현실은 오늘날의 현실과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는 시대에 대한 재현의 과제뿐만 아니라, 재현이 향하는 이념의 새로움이 요구된다. 〈우리 읍내〉는 활발하게 국내 무대에 올라왔었지만, 어느 순간 이후에는 소강상태로도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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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산조〉: 이미지가 갖는 구성적 힘REVIEW/Dance 2023. 8. 7. 00:22
〈산조〉의 시작은 무대 전면에 달린 지름 6m의 대형 바위 구조물과 한 명의 무용수의 대칭 구도로 시작된다. 어둑한 위쪽 부분에서 조금씩 밝아진 거대한 인공 바위의 질감은 그것이 결코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결코 무겁지 않을, 텅 빈 물질의 이미지임에도 그 부피에 대한 거대한 체감으로써 실제 흔들리는 움직임의 자장을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동시에 표면적으로는 촉지적인 감각으로 움직임의 흐름을 담지하며, 무용수의 부푼 치마는 이 바위에 대한 메타포이거나, 또는 그 바위에 대응하는 확장된 부피로 자리한다. 곧 무용수의 제자리에서의 부상과 그 무게감이 내는 정중동의 움직임은 줄에 매달려 멈춰진 사물로 수렴될 정도로 극도로 정제되면서 거꾸로 거대한 이미지의 질서에 속한 하나의 점이 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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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제작/이오진 연출,〈댄스 네이션〉: 다양성의 몸들이라는 수행성, 그리고 이야기되지 않은 주체들의 발화REVIEW/Dance 2023. 6. 1. 00:18
〈댄스 네이션〉은 댄스 학원에 다니는 일곱 명의 10대 청소년들의 춤 경연대회를 전후로 한 삶의 변화를 다루는데, 춤 자체보다는 춤을 경유한 세계의 확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춤은 그 자체로 감각되기보다 내용의 일부가, 사유의 매개가, 공연 바깥의 메타적 기호가 된다.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한 연습과 경연대회에서의 춤, 그리고 발화의 연장에서 순수한 무대 표현으로서의 춤까지 춤은 많은 시간 무대를 잠식하지만, 이 같은 춤은 연극에서의 통상적인 움직임이 움직임 그 자체의 심미적 자족성을 갖기보다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능적 차원으로 이해되는 것과 같이, 일견 발화의 연장선상에서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 안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크다. 〈댄스 네이션〉에서 춤은 존재들의 본질이고 내면인 반면, 춤의 표현성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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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제작,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 핍진한 재현과 서사 너머의 공터REVIEW/Theater 2023. 6. 1. 00:05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이하 〈버건디〉)는 긴박하고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말들의 섞임과 침투, 존재의 투여와 재투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속도는 역할과 역할을 섞고 말과 말의 자리를 바꾼다. 이는 관계의 갈등과 역할의 존재감이 툭툭 불거져 나옴을 의미한다. 동시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미지나 전환 음악 등을 통해 감각적 편집의 효과가 현실에 적용된다. “버건디 무키”라고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의 현실을 다룬 〈버건디〉의 일상은 채널 송출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하며, 이러한 이미지들로 수렴되는 이미지, 곧 메타-이미지로서 스크린이 그 일상을 되비추며 잠식하고 있다. 참고로 “버건디”는 색상의 이름, “무키”는 이들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으로 여러 단어의 조합이 이룬 채널명과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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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황수현 안무), 〈카베에〉: 소리-신체의 어떤 결박REVIEW/Dance 2023. 5. 31. 23:56
소리를 내는 몸을 독립적인 움직임으로 파악하는 것, 또는 이를 기존의 움직임이 갖지 못하는 움직임을 담지한다고 인지하는 것. 〈카베에〉의 독특한 지점을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그런 두 가지 차원이 도출될 것이다. 소리-신체의 배치들, 전경들, 흐름들로 이야기될 만한 〈카베에〉는, 커다란 소용돌이의 몸짓을 형성하며 그 속에서 소리를 피어 올리기 전까지 대부분 소리를 공명하는 신중한 신체들의 바통 터치로 지속된다. 이런 신체들은 접근 불가능하고 신비하며 타자의 시원적이고도 원초적인 상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심미적인 차원의 위상을 갖는다. 그것들이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은 형식적 배치를 위한 게임의 규칙인 동시에 그러한 신비한 원형적 집단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속한다. 전자와 후자는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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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적극 연출), 〈다페르튜토 쿼드〉: 연극을 정의하는 놀이REVIEW/Theater 2023. 5. 31. 23:46
〈다페르튜토 쿼드〉는 어떤 말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 순서를 가져간다. 프롬프터의 말이 무대로 흘러나오고, 그것이 규칙이 되고 표현의 근거가 된다. 곧 각각 연출의 말과 배우의 수행이 그것이다. 그 말에 따라 관객은 빛과 어둠의 경계를 분별하며 어둠에 자리해야 한다. 마지막에 어둠과 빛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말이다. 쿼드 극장을 말(제목)과 공간으로 전유한, 〈다페르튜토 쿼드〉는 불, 물, 흙, 공기의 4막으로 태초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기원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또는 기원을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순차적으로 흐르는 말과 움직임 또는 말과 이미지, 곧 언제나 이미지에 앞서 선행하는 말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공연 바깥의 어떤 말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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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송주원 안무), 〈20▲△(이십삼각삼각)〉: 고립으로서의 매체REVIEW/Dance 2023. 5. 31. 23:33
〈이십삼각삼각〉은 ‘중간에’ VR 영상이라는 형식을 도입한다. 단순한 외삽 나아가 전시와 퍼포먼스의 종합―곧 퍼포먼스 사이에 전시를 끼워넣기 또는 전시라는 형식을 퍼포먼스로 확장하기―과 같은 장르의 분별로만은 보기 힘든데, 그 앞, 뒷부분은 VR에 대한 질문이거나 반응의 요소로서의 움직임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립’에 대한 의미와 그로부터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움직임의 요소가 어떤 의미 지층을 지니는지는 또 서사를 구성하는지는 사실상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이는 그 앞뒤에 자리하는 현장에서의 무용에 관한 단순한 보족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용을 재매개하는 역량으로 자리한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객석은 각각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퍼포머들과 한 공간에서 자리하는 것과 이를 위에서 부감하는 것으로 연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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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들,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공간’에 대한 신체적 탐구REVIEW/Dance 2023. 3. 14. 01:33
걸작들의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이하 〈당신의 이웃〉)는 안무를 맡은 윤예은의 집을 근거로 한다. 신동아3단지아파트 111동 경비실에 모인 관객들이 아파트 1층에 들어서면 공연이 시작된다. 층마다 각기 다른 장면이 펼쳐지며, 좁은 공간에서 분산돼 움직이던 퍼포머들은 옥상에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그룹을 이룬다. 관객은 이들을 따라가며, 몇 발짝 앞서 나간 퍼포머들을 지켜본다. 움직임은 시작되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움직임에 동반되는 자전적 내러티브가 이동식 스피커를 통해 ‘은근하게’ 퍼져 나온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새로운 자리를 위해 ‘5명’의 관객은 기본적으로 앞선 이가 자신이 곧 이를 경로임을, 그리고 장면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하나의 계단에 한 명 정도의 점유라는 최소한의 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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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페이스 타임〉: 부재를 현상하기REVIEW/Theater 2023. 3. 14. 01:10
창작집다 ‘여기에 있다’의 〈페이스 타임〉은 박세련 연출의 사라지지 않은 어머니의 번호로부터 영상 통화—“페이스 타임”—가 걸려 온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전화번호라는 흔적은 부재를 현재로 기입하고 있으며, 이를 눌렀을 때 뜨는 빈 화면은 과거를 미래로 위치시킨다. 물론 이 화면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결말에는 정대진과 이진경 두 배우의 얼굴이 대체한다. 배우들의 발화와 극중극으로 투여되는 인형극 형식의 교차로 진행되는 극에서, 가상의 차원에서 이뤄진 현전은 후자와 관련되는 듯하다. 해와 바람의 다툼,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구름으로 인해 비가 내리고 제어되지 않고 홍수가 나서 생물들이 죽고 무덤으로 뒤덮인 세상이 된다. 이제 세상의 수많은 구멍은 갖은 생명체의 무덤이 된다. 또는 세상은 구멍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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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직, 〈아파야 낫는다 건강백세!〉: 애도라는 놀이의 효과REVIEW/Theater 2023. 3. 13. 23:37
이성직의 〈아파야 낫는다 건강백세!〉는 개인의 사적 추모 혹은 애도에 대한 몇 가지 형식을 구성한다. 이성직의 친할머니, 1933년생 이명숙을 이야기하고(1막) 그가 잘 담갔다는 물김치를 대신 담그고, 또 그를 대리하게 하며, 그를 대리한 이의 친구를 대리(2막)한 이가 꽃꽂이(3막)를 하는 일련의 행위가 그것이다. 1막의 이명숙에 관한 상기가 실상 그에 관한 비평적 해부에 가깝다면, 2막과 3막의 수행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명숙을 재현하는 차원으로 전개된다. 물김치 담그기는 이명숙이 구성했던 맛에 다가가려는 시도로 시작되지만, 그 맛은 공연이 끝나고 별도로 약속을 잡아야지만 실행되는 사후적인 증거로만 남는다. 곧 이명숙의 물김치와 그것을 구현하고자 한 이성직의 물김치와의 관계는 후자를 통해 전자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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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집단 세사람, 〈노스체(NOSCE)〉: 재난을 상상하기REVIEW/Theater 2023. 2. 23. 01:47
프로젝트집단 세사람의 〈노스체(NOSCE)〉(황정은 작가, 윤성호 연출)는 원전 폭발 후 25년째 고립된 채 살아가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할머니 옥(김은희 배우)과 20대 두 친구인 현(윤정로 배우), 희(김민주 배우)과 살아가는 이 마을에, 재난 구조 로봇 노스체(최희진 배우)라는 비인간 타자와 연(박윤정 배우), 필(선명균 배우)이 차례차례 찾아오며 마을에는 혼란과 균열이 생겨난다. 각종 빈티지한 가구와 집기로 촘촘하게 쌓아놓은 무대는 다른 일상의 시간과 세계의 환경을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양식이며, 나아가 외부와 분리된 게토화된 공간이자 폐허의 잔해로서의 시공간임을 드러낸다. 멧돼지의 침입으로 벽을 쌓는 일상의 시간이 지리하게 이어지던 이곳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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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가슴에, 〈태양〉: 서사의 도입이 갖는 어떤 효과REVIEW/Dance 2023. 2. 23. 01:25
시나브로 가슴에의 〈태양〉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동명의 희곡 『태양』을 모티브로 한다. ‘태양’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동그란 철조 구조물이 무대 전면에 자리하고, 여기에는 촘촘이 무대 조명이 달려 있다. 이러한 조명에 대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기선은 무대 안쪽을 파고드는 가운데 높이를 달리하며 띄워져 있다. 하나의 강력한 무대 디자인은 이렇게 보통의 위에 달린 조명의 재분배로 완성되며, 희곡상의 태양 아래 존재 가능한 기존의 인간 집단―녹스에게는 “큐리오”로 불린다.―과 태양에 극도로 취약한 새로운 인류인 녹스 집단은, 조명의 암전과 밝아짐 사이에서 차이화된다. 주요한 서사는 다른 시공간, 곧 태양 아래와 어둠이라는 다른 양식 아래 그 두 집단의 양태적 차이, 그리고 기승전결의 극적 흐름 정도로 인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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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컴퍼니, 〈On the Rock〉: 구조를 향한 힘REVIEW/Dance 2023. 2. 10. 15:26
막이 걷히기 전에 퍼포머들은 한 명씩 무대 좌측에서 우측으로 지나간다.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멈추는데, 그 전에 서로는 시선으로 맞물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립된 행동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이러한 시선은 관객을 직접 응시하기보다 마주할 수 없는 거리를 발화한다. 곧 그것은 허공에서 대상을 찾지 못하며 미끄러진다. 관객이 보는 막과의 거리감이 퍼포머들의 시선을 통해 체현된다. 〈On the Rock〉의 무대는 바닥이 아니라 그 막의 깊숙한 이전으로 연장된다. 곧 무대를 세워 놓은 전면의 바닥에는 시계나 책상, 창문, 의자와 같은 일상의 사물이 달려있는데, 여기서 의자는 거꾸로도 또 옆으로도 누워있으며, 이 모든 사물과 판은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뉘어 있거나 거꾸로 뒤집힌 것들이 된다. 모든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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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프로젝트, 〈Recall; 불러오기〉: 서커스를 불러오기REVIEW/Dance 2023. 2. 10. 15:21
무대 오른쪽은 움푹 파여 있다. 반듯이 잘려 나간 네모난 구멍은 어떤 ‘근원’으로서의 세계라는 메타포를 설계하기보다는 ‘근원 없는’ 실재의 감각을 유도하는 매개물이 된다. 음수의 구조물에는 기계적 증폭 장치가 숨겨져 있는데, 이는 트램펄린이다. 극단적인 조명의 켜짐과 꺼짐의 극단적 대비 속에 정성태가 등장한다. 먼저, ‘그’는 일상 너머가 아니라 일상에서 출발한다. 다른 이들과 대별되는 후줄근한 복장은 그가 일상에서 나온 존재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설정이다. 전적으로 패션을 수용하거나 움직임이 쉬운 옷을 입거나 하는 다른 퍼포머들과 비교해서, 곧 그들이 작위적으로 멋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연극적인 양상을 그와 마찬가지 차원에서 조금 다르게 연장하거나 단순히 퍼포머로서의 기능적인 차원을 가져가는 것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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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댄스프로젝트 〈> "hello world" ;〉: 몸의 자율성 vs 이미지 이후의 몸REVIEW/Dance 2023. 1. 24. 22:56
댑댄스프로젝트의 〈> "hello world" ;〉(이하 〈hello world〉)의 무대는 몸 이외의 것들로 채워지고 변화한다. 무대를 채우는 몸의 엔트로피를 확인하는 빈 공간의 미학이 꽤 잘 활용될 수 있는 무용의 어떤 향상적인 전제는, 여기서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리게 된다. 매체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공존하는 무대는, 디지털 이미지의 반영성을 몸으로 재조합하는 행위로 변환된다. 무대 중앙에는 브로콜리 하나를 비추는 영상이 박혀 있고, 이후 이는 몸의 형상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재가시화된다. 태블릿 PC에는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미지는 추상적이지 않은, 어떤 형상을 띤 ‘이미지’들로서, 이는 상징의 한 표식이 되어 현실의 개념들을 각인시키거나 신체의 한 부분을 대체하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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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비밀기지,〈라이더〉: 두꺼운 미시사의 표면들REVIEW/Theater 2023. 1. 24. 22:52
아마 현실을 다루는 대부분의 연극은 현실을 인지하게 하는 메타-현실의 관점을 창안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전적인 형식이 되지는 않더라도/않겠지만 일부분 그러한 지점에서 ‘현실’을 반향하는 바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라이더〉의 물리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자신의 장면이 끝나고서도 그 무대를 떠나지 않는 배우들에 있다. 이들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바라보며 의도치 않은 개입에 적잖이 당혹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의 연장선상에서 이 연극과도 같은 현실에 부가적으로 동기화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주로 무용 공연의 일종의 워크숍적 순환의 차원으로 종종 등장하는 이러한 구도가 〈라이더〉에서는 조금 더 지나친데, 이들의 존재가 무대로 함입되기 때문이다. 이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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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 반향과 굴절의 언어REVIEW/Dance 2023. 1. 24. 22:36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이하 〈당신이〉)는 퍼포머와 관객의 일 대 이의 만남을 전제로/통해 진행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로 내려온 관객들은 글러브라는 신체 보족 장치를 끼고 매트에 누워 자기 몸을 맡긴 채(?) 공연 내내 이끌려 다닌다―그 전에 무대 진입 지점 전에 종을 칠 것이 요청되고, 이를 수행한다. 속삭이는 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향하고, 두 퍼포머는 간헐적으로 몸을 올려서 열린 하나의 공간에서 말을 섞는다. 이러한 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의지를 갖지 않는 대신, 프로그래밍된 언어 설계 아래 수행 자체의 어떤 모듈로서의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이것이 “리허설”이라는 것이다. 정식 오픈 이전에 시험적인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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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에 관한 몇 가지 인상들REVIEW/Visual arts 2023. 1. 3. 02:32
프롤로그: 과잉의 몸짓들 비엔날레는 과잉의 경험을 요청한다. 이것은 분명 요청이 아닌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를 ‘제안’으로 두기 위해서는 경험의 아카이브 방식이 역으로 요청된다. 《2022부산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는 일반적인 작가, 작품 정보를 전시 현장에 덧붙이는 것과 동시에 홈페이지에 이를 재현하고, 홈페이지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경험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편재하는 또는 축적하며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이러한 부분만으로 작품 간의 다종다기한 횡단과 전시의 총체가 제대로 종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물론 전시장을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더욱 가능하지 않다. 적어도 무언가를 다 볼 수 없게 비엔날레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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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WORK〉: 극장으로 돌아가는 몸들REVIEW/Dance 2023. 1. 2. 19:47
춤판야무의 〈WORK〉는 무대 위에 몸을 두고자 한다. 이 몸들은 우화적이거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하게 작동하지만, 이들은 뭔가 신성한 무대를 향해 간다. 수행적인 몸은 표현 양식의 심미적인 차원만을 추출할 수 없음을 가리키기보다는 몸이 작동하고 있음 자체를 확인하게 한다. 관객이 이 몸이 어떻게 기어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몸이 얼마나 더디고 떨리며, 따라서 진동과 호흡의 신체로 육박하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몸은 인식 주관을 따라올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진다. 옴브레의 음악은 몸과 몸,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적절하게 ‘간격’을 삽입한다―그것은 전개되기보다 진행된다. 무대 안쪽에는 각재를 활용해 임시로 짠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가 있는데, 최종 화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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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켓캔디〉: 연극이라는 SF를 가지고 놀기REVIEW/Theater 2022. 12. 26. 16:32
공놀이클럽의 〈로켓캔디〉는 인간은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2043년을 다루지만, 정교한 우주 과학적 정보와 변화된 세계의 구체성을 특별히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 등장부터 “더 나은 삶…”을 줄기차게 읊는, 솔라리아 최초 개발자 노아―버디-x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시감을 주는 것과 같이, 2043년 역시 미래가 (또한 달에) 완전히 도착했다기보다 염원과 희망의 슬로건이 세계에 남아 있는 현재의 양상을 띠며, 다른 한편,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은 로봇캔디를 추진제로 해서 아버지를 보러 달로 떠나려는 ‘지구’의 상상계적이고 도착적인 관점에서 극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곧 지구(와 그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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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역사의 어떤 형상들REVIEW/Theater 2022. 12. 26. 16:09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가져오되 원작을 해체하고 분해하며 완전히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간다. ‘조나단 여행기를 쓰는 걸리버 작가’라는 소설과 현실이 뒤바뀐 세계는, 관객과 직접 닿아 있는 화자의 시점이 화면―제4의 벽―에 자리하는 이미지들을 매개하는 구조에 대한 관점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모든 걸 뒤섞는 다중 초점의 세계상은 각 세계를 하나의 중심적 위상으로 두지 않게 만들며, 종잡을 수 없이 매번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걸리버’의 모험에서 유발되는 감각들을 생생한 차원으로 전이한다. 곧 〈걸리버스〉는 『걸리버 여행기』를 재현하지 않고 현전시킨다―그럼에도 사회 고발 소설의 성격은 연장한다. 이는 영화 〈명량〉을 소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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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월의 사원〉: 두 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극장)REVIEW/Theater 2022. 12. 26. 15:30
〈사월의 사원〉은 무대 위에 좌우, 맞은 편으로 3면의 객석을 구성하고 기존 극장의 객석까지를 무대로 활용한다. 무대 위의 두 개의 방 공간을 중심으로 무대 뒤쪽 객석은 그 바깥이 되거나 캄보디아 현지, 그 여타의 장소들로 분한다. 뜨개질 공방을 운영하는 영혜(우미화 배우)의 집과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을 찾으러 간 메싸(박수진 배우) 두 존재는 각각 전자와 후자에 해당되는 두 공간에서 대별된다. 〈사월의 사원〉은 무대의 전환이나 교체 없이 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데, 동시에 수어 통역이 함께 진행되면서 그러하다. 이는 ‘무대 뒤쪽’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될 때, 집의 소파 위에 앉거나 실내 공간 안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되어 극장 전반은 변화되지만 ‘변경’되지는 않는 결과를 낳는다. 무대는 완전히 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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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인형들: 인형의 조건들》: ‘인형이 거기 있다!’REVIEW/Theater 2022. 12. 26. 14:26
‘기존의 인형들’은 2018년 에르베, 여신동, 적극이 참여하며 처음 시작된 이후, 2021년 이경성, 여신동, 김보라가 참여한 《기존의 인형들: Post Pupperty》[참조: https://www.artscene.co.kr/1794]에 이어 세 번째 공연에는 남긍호, 양종욱, 입과손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인형 제작자 이지형은 각각 이 세 창작자/팀에게 “인형의 조건”으로 조종자(관절), 등장인물(언어, 배우), 소리(감탄사)를 제시했고, 동시에 창작자/팀은 인형 1, 2, 3이 관절을 갖게 된 시점 이후 이를 변형 가능한 상태의 조건에서 전달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양종욱의 〈몸에 대한 말들〉은 인형의 관절들을 테이블에 늘어뜨려 놓은 채 그것들을 향해, 그리고 이후 얼굴과 함께 발화한다. 그 말들은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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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안무,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 ‘이 시대의 신화가 발화하는 법’REVIEW/Dance 2022. 12. 26. 14:13
여성의 어떤 특별한 감각이라는 것을 지칭할 수 있을까. 서영란 안무가의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이하 〈신화 짓기〉)는 그러한 감각을 고대의 배제되었다고 하는 여신 신화와의 너른 연결을 통해 확장하려 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에 남아 있던 어떤 감각 또는 꿈에 나온 신체의 다른 표현형과 같은 것이 어떻게 기존 신체와 연결되는지를 서술하고자 하는데, 이는 일종의 전의식적 발화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의 말은 다른 누군가의 신체가 닿는 보족 또는 지지 행위를 통해 몸의 경로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차원과 맞물리지 않으면서, 비가시적인 차원에서 몸의 연대, 여성 간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다른 메타포를 낳는데, 이는 그 여분의 존재들이 특정 존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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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극작, 〈클래스〉: 메타-문학, 그리고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 혹은 경로REVIEW/Theater 2022. 11. 16. 12:44
연극 〈클래스〉는 학생 B(정새별 배우)와 교수 A(이주영 배우) 사이에서 진행되는 극작 수업에서 고조되는 갈등의 양상을 좇아간다. A는 시종일관 B의 희곡에 대해 지적하지만, 마지막에는 B의 희곡에 참여하는 배우가 되며 자신의 개입을 멈춘다. 동시에 A의 교수이기도 했던 원로교수와 그와 역시 사제 간이었다가 고인이 된 B의 친구의 이야기가 수면에 오르고, 이에 대한 A의 방어는 희곡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희곡을 쓰는 작가의 태도에 대한 지적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에 대한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함, 친구의 결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로 기입함은 B가 A를 찾은 진짜 이유이기도 할 것이지만, 〈클래스〉는 원로 교수와 친구 간에 있었던 교류와 창작에서 사실 친구의 창작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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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키타카,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두 다른 SF는 어떻게 현실을 재현하는가.REVIEW/Theater 2022. 11. 16. 01:54
창작집단 키타카는 서울미래연극제에서 올린 ‘일단 SF’는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와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 두 작업을 묶은 제목으로, 공연 시작에서 이 둘을 묶어 연극으로 가는 입구를 노정하는 차원으로서의 소개 멘트를 덧붙였다. 이 둘을 “일단” SF라고 지칭한다면,’ 두 공연을 뒷받침하는 어떤 토대를 찾는 건 또는 그러한 토대의 차이를 구성하는 건 키타카의 세계관에서 정의하는 SF가 될 것이다.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황나영 작, 이하 〈프리미엄〉)는 기후 위기로 인해 벌이 멸종한 이후, 드론 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세계에서 인간 벌이 돼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서진과수원”에 취직한 흙수저 은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하는 과수원 사장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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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REVIEW/Dance 2022. 11. 16. 00:33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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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희 안무, 〈뿌리집〉: 일상의 어떤 감각-이미지들REVIEW/Dance 2022. 11. 15. 23:49
〈뿌리집〉(송송희 안무/연출)에서 몸은 비교적 명확한 재현의 양태를 띤다. 움직임은 몸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깝다. 도시의 어떤 부분들 안에 있는 몸, 또는 일상 안에 있는 몸은 그 바깥의 배경과의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 있음을 반증한다. 가령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다랗게 선 몸들은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있고, 상대방에 의해 밀려 상반신은 좌우로 오간다. 이는 어떤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통의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미적인 차원은 그것이 어떤 형태적인 차원에서의 구불거림이나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지체됨 없이 점·선·면의 기본적인 차원으로 수렴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순간의 파동과 함께 직선을 축적하여 입체적인 면으로 확장되며 반복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뿌리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