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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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진 작, 김 정 연출, 〈모든〉: 동시대의 생태적 동경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5. 28. 13:26
“모든”이란 수식어는 후반 말미를 여러 번 장식하며 다소 과잉된 것으로 느껴진다. 나와 모든 것과의 연관성이 돔 바깥의 현실, 밀폐되고 균일한 양식의 세계를 벗어났을 때 확인된다는 것, 비로소 일부의 분리된 것과의 분리적 접촉이 아닌, 모든 것의 일부로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뚜렷한 메시지이면서 단순하고도 낭만적이며 결과적으로 환원적이다. 주인공 랑의 해방과 자유로의 이 환원은 곧 〈모든〉의 이념이 모든 것으로 손쉽게 적용될 수 있음을, 문명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면서 무한한 세계의 잠재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단위의 이 ‘모든’은 여러 차원에서 과잉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랑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가 인류의 새로운 문을 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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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크리스천스〉: 종교적 믿음에 관한 근거를 다시 쓰기REVIEW/Theater 2026. 5. 28. 13:25
〈크리스천스〉(작: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는 대형 교회라는 배경 아래 목사를 비롯한 종사자, 신도 등 여러 크리스천 사이에서 종교적 윤리를 다룬다. 성서의 원전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에 전제를 둔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한 형식이 되는 작품 속 명제는, 신앙을 지속시키는 가상의 이미지,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의 실존적 내면의 추이와 결부된다는 점에서, 종교의 특정성을 벗어나게 된다. 꽤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극은 웅변술과 설득의 기술이 동원되는 거대한 법정극으로서 연극의 한 근원을 상기시키는 데 충분하다. 물론 이에 대한 동시대성의 진단, 한국의 문화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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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4] 부르키콤(Burkicom), 〈The Island!(섬!)〉: 분기되는 관객에게 투과되는 세계의 실재REVIEW/Dance 2026. 5. 28. 13:23
부르키콤(Burkicom)의 〈The Island!(섬!)〉은 검은 화면의 자막과 내레이션을 통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꾀하는 이완으로써 수행사로서 명상의 흐름을 처음과 끝에 만든다. 그 사이에는 밀림―명상의 끝 이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풍경 아래 살아가는 동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The Island!〉는 우리의 현재적 시간을 내재적 깊이로 전환하고, 실재의 자연에 대한 몰입을 유도한 후에, 다시 각성의 순간을 맞은 후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선회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면의 평안은 자연 속 동물들의 절절한 고통을 마주하며 깨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광고가 지닌 언어의 한 범주로 기입된다. 〈The Island!〉는 우리의 평안한 내면을 설정하고 다시 깨뜨리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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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타이헨, 〈브레인〉: 생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우연적 존재들의 분투를 기입하기REVIEW/Theater 2026. 5. 27. 13:38
막으로서 신체〈브레인〉은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어류, 포유류, 직립하는 인간에 이르는 생명의 일대기를 수십 개의 막을 열고 닫는 것으로써 편집해 보여주는데, 이때 원형으로 둘러쳐진 막은 자동 제어에 의해 매끄럽고 일정하게 열리고 닫히는 대신, 다만 그 경계를 오고가는, 더 정확히는 구르는 하나의 신체 양식을 따르는 신체들에 의해 달싹거리며 하나의 틈으로만 드러날 뿐 기본적으로 닫혀 있다. 곧 신체는 막의 연장이면서 막 너머의 세계로 ‘퇴장’하는 대신 그 막 자체가 된다. 신체는 막을 초과하지 못하며 그것을 침투할 뿐으로, 동시에 막은 무대와 무대 바깥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신체로써만 표지되는 영원한, 어둡기보다 (불)투명한 사물이 된다. 이때 신체와 막은 교환되고, 신체 자체가 막이 된다. 〈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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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AF] 다비드 쥬셀송, 〈네안데르탈인〉: 인간의 주관적 언어들―과학, 역사, 사랑REVIEW/Theater 2026. 5. 27. 13:38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출발선상의 시간 위에 역사의 시간을 겹쳐놓는데, 이는 집단 유전학자들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DNA 연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분쟁이라는 역사적 현재와 중첩되면서 자연과학에 대한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인 판단을 포괄하게 됨을,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류를 가능케 한 인간의 특성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됨을 의미한다. DNA는 그러한 특성이 새겨지는 독해 가능한 ‘책’으로서, 그것이 속한 지역적 장소성과의 관계를 통해 고찰 가능한 것으로 전제되는데, 여기서 앞선 두 국가 중 예루살렘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한 기존의 사료를 대체해서, 인류의 고고학적 증거를 찾는 것이 정치적 야심의 일환에서 연구 지원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되는 것과는 달리, 과학자의 질문은 오히려 장소성으로서 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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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인, 〈거의 인간〉: AI가 만드는 세계의 존재 양상에 대한REVIEW/Theater 2026. 5. 27. 13:37
수현과 재영, 두 여성의 이야기는 마지막에는 연대의 형식으로 결합하며, 미래의 문화적 지형을 새롭게 구성한다. AI가 작가의 영역을 대체하고,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이 가능해진, 지금에서 딱 10년이 지난 시점은 두 인물에게 시련과 고통의 상황을 부여하고, 두 인물은 리트머스지처럼 그 상상 실험을 겪어 내며 돌파해 낸다. 곧 〈거의 인간〉은 미래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과하는 두 주체의 궁핍이 페미니즘적 연대의 차원으로 극복됨을 보여준다. AI의 멘토로서 AI의 글쓰기를 돕다가 현재는 연금생활자로 생활하며 안분지족하는 작가 재영, 인간문화재 1호 발레리나에 도전하는 무용과 교수 수현은, AI 기술 발전에 의해 달라진 또는 위협받는 예술가의 지위를 문학과 무용이라는 장르의 차원에서 대표한다. 근미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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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24] 〈한국의 춤 - 영남무악〉: 에너지를 운용하는 것으로서의 춤에 관하여REVIEW/Dance 2026. 5. 27. 13:37
〈한국의 춤 - 영남무악〉은 일곱 개의 각기 다른 무대로 펼쳐졌는데, 이처럼 전통을 편재하는 방식은 지역이나 명인을 근간으로 한 유파를 종합하는 방식을 주로 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목은 공고한 무엇이자 정의에 대한 정의이며, 그 내부를 미지의 무엇으로 전개해 나가지 않는다. 이는 극 내재적인 방식의 구성 대신에, 이른바 전통이라는 하나의 공고한 틀 아래 여러 작업을 끼워넣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안의 개별 작품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이 아닌,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이다. 원형에 상응하고 근접하는 그것들은 섞이는 대신에, 차이를 절대화하고, 순전한 무엇과 시간을 쌓아 올려 만든 표층으로 전통의 두께를 대치한다. 여기서 퍼포먼스성은 연륜, 농익음, 노련함과 같은 완고하고도 유연한 기질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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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비 프로젝트] 김지은, 〈라이어게임〉: 가시화를 위한 어떤 전략REVIEW/Theater 2026. 5. 27. 13:36
〈라이어게임〉은 네 여성이 참여하는 라이어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새롭게 부상한 명명이다.―이라는 실재적 어둠을 분기해 내고자 한다. 라이어게임의 속성,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이 모든 건 게임의 일종이라는 점은, 일관되게 극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의 메타포로서 극을 지배하고 완성하는 일면이 있다. 남성의 일방적인 폭력에 의한 여성의 죽음에 이르는 교제폭력의 누군가의 사례들이 “진술”의 이름 아래, 게임의 형식을 비집고 나오는 일종의 ‘삽입’과 ‘차용’의 형식을 취하는 후반의 장면에서 라이어게임으로서 연극은 이들이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 누군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가장 위태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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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꼬끼-오〉: 관음증적 차원에서 상연되는 도착된 미래REVIEW/Dance 2026. 5. 22. 17:23
이해니 안무가의 〈꼬끼-오(Kkokki-O)〉는 매해 전 세계적으로 700억 마리가 소비된다는 닭의 뼈가 쓰레기 매립지를 향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인류세 이후, 닭 뼈로 뒤덮인 지구라는 전 지구적 재앙,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무대로 옮긴다. 이때 발레라는 장르의 형식이 곧 내용으로 뒤집힌다는 것, 그러니까 마치 발레가 닭의 확장된 움직임을 묘사하고 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뒤틀린 꼿꼿한 중심, 불안정한 안정적 요동, 과장된 우아함, 분절의 기괴함이 주는 절도 등의 동작에서 오는 비인간성은 발레의 그것이면서 (극단적 차원에서) 발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동작들로 보이는 것이다. 곧 〈꼬끼-오〉는 닭의 형상을 연기하기 위해 발레를 전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레는 발레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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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프로젝트, 〈얼키설키〉: 수직과 수평, 비일상과 일상의 대립 혹은 난립REVIEW/Performance 2026. 5. 22. 17:23
〈얼키설키〉의 제목인, ‘얼키설키’라는 어떤 모양 혹은 형태, 그것이 가리키는 관계와 상황을 내비치는 단어는 작업의 주요한 모티브가 된다. 돌출무대를 구성하는 패션쇼의 런웨이는 관객보다 높은 시점을 상정하고, 관객을 향한 끄트머리에는 차이니즈 폴이, 그 반대편에는 런웨이의 입구와 2층에서 음악 연주자가 자리한다.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패션쇼의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얼키설키〉는 예기치 않은 실수, 곧 앞으로 고꾸라지며 튀어나가는 동작으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중반 이후에 도입되는 차이니즈 폴은 〈얼키설키〉의 서사적 고점을 이룬다. 그 전을 채우는 건 대체적으로는 일종의 집단적 안무의 반복으로, 이 안무는 대단히 양식적인 몸짓 차원에 가까운데, 이는 현실 행위자의 틀 안에서 그것을 수행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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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각색, 부새롬 윤색·연출, 〈햄릿〉: ‘햄릿’의 비실존성 혹은 수행성REVIEW/Theater 2026. 5. 22. 17:22
국립극단의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은 햄릿의 실존적 광기와 결정적인 비극의 요소를 현재의 시간으로 욱여넣는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적 현실과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하나의 틀이다. 햄릿의 복수는 주제 대신에, 욕망‘들’이 착종되는 현실 지형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선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되고,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에 관한 단죄 성격의 조사위원회를 거쳐 마침내 햄릿을 비롯한 왕족들의 떼죽음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발표와 포틴브라스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현실, 동시에 다른 현실과의 네트워크(의 중요도)가 급작스럽게 솟아오르며 극이 닫힌다. 분명한 건 현실 지형의 강조와 선왕의 죽음이 포틴브라스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희미한 단서, 그리고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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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박인선쇼〉: 자아를 단단히 하기REVIEW/Music 2026. 5. 22. 17:22
박인선의 〈박인선쇼〉는 강령탈춤의 형식을 차용하며 자기 서사의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현대적 밴드의 연주를 덧입힌다. 박인선의 현재의 자기 발화적 관점은 ‘박인선’이라는 연행자의 정체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종의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전면에 드리우게 된다. 박인선이라는 실제 인물이 ‘박인선’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투과되면서 박인선의 예술적 역량과 재능을 넘어 극적 인물로서 ‘박인선’에 대한 문학적, 연극적 타당함을 검토해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는 전반적으로 아쉽다. 전통의 수용에 대한 태도에서, 페미니즘 차원에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새롭게 그것을 변용하는 지점이 나름 고무적인 데 반해, 그것은 부차적이고 독립적인 하나의 범주로 닫히고, 전반적인 뉴에이지적 평안과 웰빙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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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행 +-〉: ‘국립무용단’을 영점에 두기REVIEW/Dance 2026. 5. 22. 17:22
〈행 +-〉(행 플러스마이너스)에서 ‘행(行)’이라는 글자는 작품의 물리적인 부분부터 그 흐름, 나아가 이념적인 부분으로 연장된다. 안애순 안무가는 무대를 일종의 바둑판같이 보이지 않는 X축과 Y축의 좌푯값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말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수호하는, 물리적 ‘행’렬로서의 배치로서 구성하는 듯 보인다. 이는 X축의 정면성에 대한 강조를 넘어서서, 대극장의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비스듬한 부감 쇼트가 체현하는 Y축 안의 단면들을 입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행위의 모음은 공간적 분배와 시간적 분할이라는 하나의 지배적인 양상에 따르며, 모든 것은 행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일종의 연기론적 질서를 작품은 내포하게 된다. 곧 ‘행’이라는 글자를 경유하면, 작품이 가진 물리적 배치의 기준과 행위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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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후,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 극장과 광장 사이의 간격 없음으로부터…REVIEW/Theater 2026. 5. 20. 13:18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이하 〈여는 마당〉)의 제목은 “프로파간다”를 위한 공공적 장소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공론적 장소의 자리를 일정한 방향성을 띤 프로파간다―선전―로 점유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인데, 이것에 구체성이 부여되는 건 2부의 극장 천장에 매달린 수많은 “말풍선”들이 내려오면서부터이다. 이는 이미 다양한 참여자에게서 받은 설문들로 민주주의에 대한 각자의 사고와 의견 들을. 담고 있으며, 그것의 개별적 포장의 형식/명명은 개인의 자율성과 주관성을 다양성과 상호 존중의 차원으로 격상하며 민주주의의 이념을 하나의 이미지로 현시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 실-집게에 꽂힌 제목/번호와 본문―진술―을 적은 각기 다른 A4 두 장을 앞뒤로 붙인 매달린, 흔들리는, 돌려 세울 수 있는 개별적 이미지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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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늦게 온 보살〉에 대한 주석: 이미 온 미래를 부인하며 마주하는 법REVIEW/Visual arts 2026. 5. 20. 13:15
빅찬경의 〈늦게 온 보살〉(2019, 단채널 영상, 흑백/컬러, 사운드, 55분.)은 곽씨상부(槨示雙趺) 서사를 미래의 재난을 경유해 불러오는데, 이는 내러티브의 설명으로 시작된 작품은 제의의 차원에 다다르는 수미쌍관의 형식을 이룬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었을 때 관에 불이 붙지 않다가 가섭존자의 도착 이후에 부처의 양발이 관 밖으로 나오고 비로소 다비식이 가능해졌다는 기존의 서사에서, ‘늦게 온 보살’은 등산 차림으로 산을 배회하던 여자의 모습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그에 대응하는 ‘석가모니’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그 여성의 행위가 시종일관 그 발에 대한 클로즈업의 순간을 위해 유예되었음에 조응한다. 곧 여성의 서사 안에서의 무목적적인 방랑은 전사의 부재, 상실에 대한 산만한 방어로서만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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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컴퍼니, 〈실과 철〉에 대한 주석: 실과 철의 대비된 이미지-기호 작용REVIEW/Dance 2026. 5. 20. 13:14
〈실과 철〉의 제목은 즉물적인데, 실이 작품에 실제 등장한다면, 철은 등장하지 않지만 신체 움직임에 의해 환유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은 연약하고도 느슨하고 부드럽다면, 철은 강하고 단단하고 무게가 있는 속성을 띤다. 두 단어는 일차적으로 움직임을 일으키는, 움직임과 관련되는 재료이자 매질이며, 나아가 성차를 반영하는 두 부족적 질서와 고유한 형상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대구를 이루는 두 상반된 단어의 엮임, 차이에 대한 상호 반영의 유희는 메타포로서 두 단어를 함께 격상시킨다. ‘실과 철’은 작품의 시각적인 대상이자 환유물인 동시에 안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처음 두 여성의 등장과 함께 실을 잣는 움직임, 두 여성의 끊임없이 얽힘과 풀림의 실을 통한 관계항을 구성하는 행위적 양상의 움직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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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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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 카오스를 향한 퍼포먼스로서 연주REVIEW/Music 2026. 5. 20. 13:10
원일의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하나의 신체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발화한다. 동양과 서양의 악기들이 혼합된 오케스트라는 장으로 구성됨에도 그것을 연속된 변화로 기록해 냄을 의도한다. 처음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한 명 한 명의 등장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가 이들의 얼굴과 연주 행위를 비춘다. 해상도가 높지 않은 흑백 화면에 콜라주된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은 대상화 대신에 각자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가령 원일의 얼굴은 원일에게서 출발하는 행위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 0의 장과 첫 번째 장 〈새벽, 속삭임〉은 이후 연주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예측하는데, 바이올린(박용은)의 주선율 아래 전체적인 리듬의 동조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분열증적인 현전은 주로 격동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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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두 가지 시각 체제의 기원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2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에서 “당신”은 투명인간으로, 여기서 ‘나’의 자리는 관객에서 유령으로 옮겨진다. 또는 유령을 경유한 관객인 나로 옮겨진다. 따라서 등장인물은 투명인간과 유령인데,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으므로, 그것의 움직임을 가시화해줄 장치로서 전동 침대가 대신 자리한다. 반면, 중반 이후부터 등장한 유령은 천으로 쌓여 있고, 스틸트로 불리는 작업용 사다리를 착용해 출입구의 높이를 훌쩍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단의 얼굴 쪽에 검은 두 눈의 형체가 드러난다. 투명인간이 전동 침대의 기계적 움직임 자체에 접면하며 그것과 경계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것에 더해진 어떤 것, 그것으로 지지된 어떤 것으로서, 그것에서 감산된 어떤 것으로서 결정적으로 그것과 혼동되는 것으로서 드러난다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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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안티-샤먼 샤먼 클럽〉: 역사적 사건들의 기원의 장소로서 광주 또는 공통의 장소로서 광주가 망라하는 역사적 왜상들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1
오세혁의 〈안티-샤먼 샤먼 클럽〉은 클럽을 전유해서 샤먼으로 분한 DJ와 진행자, 퍼포머 등의 인도 아래 춤추고 즐긴다는 개념 아래 진행되는데, 이는 후반 세월호, 이태원, 광주 5.18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으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그 중간에는 전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이 자리하는데, 곧 정치적 위기 상황은 5.18과 직접 연동되면서 그를 무릎 꿇려 비가시화된 또는 영원히 처벌받지 않을 폭군을 대리 처벌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애도의 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곧 윤석열로 체현된 샤먼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채 우리 눈앞에서 모호한 희생물로 봉헌됨에 따라 5.18은 승리의 기억으로 현동화되면서 오히려 과거의 차원으로 봉쇄될 수 있게 되는데, 일종의 미묘한 기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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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5]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 〈파르살리아〉: 해방을 위한 전쟁의 서사REVIEW/Dance 2026. 5. 18. 19:59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의 〈파르살리아〉는 시인 루카누스의 동명의 서사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업으로, 이 서사시가 다룬 로마의 파르살루스 지역에서 벌어진 카이로스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은 현대식 군대 복장과 함께 돔 형태의 비닐 안에서 주로 표현된다. 처음 봉긋하게 솟은 거대한 두 개의 무덤과 같은 형상의, 실제 공기가 주입된 아이보리색 텐트를 하수에서 상수로 약간의 사선 방향으로 건너지르는 여자의 등장에서 시작된 〈파르살리아〉는, 투명 비닐 국기를 들고 중간 쪽 객석을 건너는 도중에 마무리되는데, 이 두 다른 여성 무용수의 횡단, 그리고 하부든 상부든 간에 펄럭임을 만드는 자유로운 혹은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전쟁 너머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수여하고자 함이 드러난다. 열린 틈새, 경계 너머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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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변방연극제] 프로젝트불똥 X 플랫폼C,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동아시아 맞춤 투어〉: 타자성의 거리를 배가하여 다시 쓰기REVIEW/Performance 2026. 5. 18. 19:57
프로젝트불똥 X 플랫폼C의〈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동아시아 맞춤 투어〉(이하 〈동아시아 맞춤 투어〉)는 동시대의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하거나 부정적인 현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운동의 현장을 향한 연대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한다. 여기서 “투어”는 프로젝션을 통한 영상과 그 앞의 두 MC의 소개 멘트로써 이뤄지며, 실질적인 관객의 이동은 대부분 프로젝션의 위치가 달라짐에 따른 방향과 거리, 간격을 재조정하는 정도에 그친다―이는 결말에는 세운홀 바깥으로 이동하며 앞선 운동 에너지로 변환된다. 정확히 현재 우리가 자리한 이 점유, 전유된 장소와 영상 재현의 근거가 시차와 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차이의 지점에서 발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어는 장소의 체험이 아닌 장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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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AF] 얀 마르텐스, 〈도그 데이즈, 오버 2.0〉: 몸이라는 착각 혹은 의무REVIEW/Visual arts 2026. 5. 18. 19:55
얀 마르텐스의 〈도그 데이즈, 오버 2.0〉(이하 〈도그 데이즈〉)은 브라 톱과 쇼트 팬츠, 레오타드, 크롭티, 네온 컬러의 레깅스 등의 의상을 입은 채 무릎을 굴신하여 앞뒤로 점프하는 발 구름 동작을 하나의 ‘토대’로 두고 그야말로 공연 전체를 거의 일관되게 관통하는데, 이는 흔들리면서 정확한 몸의 지층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자세는 제자리이면서 그렇지 않은, 나아가지만 다시 소급되는 몸의 정형된 기억을, 고착된 체계 아래 종속되면서 그것의 틈새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은 집단적 대열을 재정비하며 그리하여 유지하는 차원에서, 후반에는 그 틈새 자체로부터 집단을 재배열하는 것으로 나아가면서 그 체계 자체를 전복하게 된다. 따라서 〈도그 데이즈〉은 집단 체계 아래 종속된 개체들의 프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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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시우, 《비프리 B-FREE》: 비평가에의 풀이REVIEW/Visual arts 2026. 5. 17. 19:56
권시우의 《비프리》에는 권시우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하나의 랩 곡이 흘러나오는데―〈안티 비평가〉(2026. 사운드 설치, 8분 15초.), 이는 랩퍼 비프리(B-FREE)의 〈네르갈〉을 배경음으로 전유한 것이다. 음악 매체의 전용을 지시하는 제목은 비프리를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독해하는 대신, 카세트테이프의 B면이 비어져 있음을 지시하는(b-free) ‘비프리’의 또 다른 의미로 이행되고, 이어 포스터 이미지와 실제 전시 조각―〈mixtape〉(2026)―의 오직 B면만이 일곱 개의 트랙으로 채워져 있음을 경유해, 그 부재를 자유의 위치로 바꾼다, 또는 공백으로서 주체의 자유로움을 현상한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무엇보다 비평가 자신으로 (우선) 돌아옴으로써 어떤 환시로서 오지각을 동반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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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척〉: 몸‘들’의 서사를 향해REVIEW/Dance 2026. 5. 17. 19:55
〈척〉에서 처음 무용수가 등장하기 전 빈 공간에 프로젝션되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척〉의 안무 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공연의 프로토타입이자 안무의 이상향으로, 영상은 존재한다. 검은 배경에 흰 도형들이 정신없이 자리바꿈을 하는 복잡다단한 풍경이 부감 쇼트 아래 축소된다. 먼저 이 작은 도형들의 구성은 자의적인 질서를 가장한다. 또는 무한한 질서를 추구한다. 자유로운 움직임인 동시에 일종의 알고리즘화된 움직임의 산출이 그것이다. 이는 차이에 입각한 반복을 유도하기보다는 반복을 통해 일정한 움직임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식적 구성 속에서 자유로움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 어떤 도형의 움직임도 다른 도형과의 관계 속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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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PDPC, 〈애니멀〉: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을 비추다REVIEW/Dance 2026. 5. 17. 19:55
PDPC의 〈애니멀〉(안영준 안무)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상에서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혼자만의 완전한 고립을 선택할 수 있지 않다. 인간은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로서, 자유의 의미 역시 그리고 온전한 독립의 의미 역시 필연적으로 사회와의 긴장 관계를 수반한다. 여기서 사회는 물리적인 토대이기도 하지만, 실상 보이지 않는 힘의 토대를 구성한다. 개인에게 사회는 표층적인 행위의 차원에서도 작용하지만, 욕망과 같은 무의식적 차원에서 심리적 기제를 조종하는 더 근원적인 동력을 갖기도 한다. 여기서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욕망하는 자와 욕망이 투사되는 자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1902~1981)에 의하면,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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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Roh Dance Project, 〈프랑켄슈타인〉: ‘괴물로의 승화’REVIEW/Dance 2026. 5. 17. 19:54
Roh Dance Project의 〈프랑켄슈타인〉에는 일정한 하나의 신체-움직임의 표식이 있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뻗고, 목을 움츠리고 상체 전반을 구부정하게 한 상태에서, 고개와 신경을 앞쪽으로 쏠리게 만듦으로써 힘의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표현주의적 밀도의 체현을 달성하기 위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긴장된 심리를 주도하며 추상 공간을 구성하는 첫 번째 음악에서 풀려나며, 움직임으로부터 휘발되는 고양된 클래식 음악에 맞물려 승화된 버전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한 번은 스펙터클한 군무의 힘으로 집약되었다가 한 번은 끊임없는, 지연된 커튼콜 자체이거나 커튼콜에 대한 지연으로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가운데, 똑같은 움직임은 한번은 일회적 현존으로서 클라이맥스로 다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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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TOB GROUP, 〈Are You Guilty?〉: 순간들의 타격 혹은 솔기REVIEW/Dance 2026. 5. 17. 19:54
TOB GROUP의 〈Are You Guilty?〉에는 중앙이 깊게 휜 하얀 테이블과 의자들이 무대에 놓이는데, 여기에 대한 타격음, 끌거나 밀 때의 마찰음은 움직임의 단위를 지정하는 음향이 된다. 곧 움직임의 단위는 주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향하지만, 신체를 포함하기도 해서 A에서 B로, B에서 C로, C에서 A로 약간의 시차를 두며 연이어지는 동시성의 구성 아래 움직임의 단위가 결정된다. 음향은 배경음악이 동원되지 않는, 그 움직임의 급작스러운/격렬한 마무리에 동반된다. 이 같은 분절 단위들을 끊임없이 구성하는, 과격한 관계망의 움직임 기술은 일종의 쇼트의 영화적 문법을 닮아 있는데, 처음 두 팔을 든 채 입을 한껏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중앙의 존재가 그 옆의 존재가 움직임을 시작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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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므로살롱, 〈성인물〉: 스타일 혹은 코스프레로서 형식REVIEW/Dance 2026. 5. 15. 13:36
〈성인물〉은 투명 막 구조물 안에서 일관되게 진행되는데, 이러한 진공 형식의 기술은 통일된 캐릭터성의 차원에서 발현되는, 2박자의 긴 호흡 단위의 건조한 움직임의 나열을 영화적 장면처럼 편집해 내는 데 주효하다. 곧 명확히 구별되는 몇 개의 외부 음원 트랙은 그들의 안쪽 공간 ‘바깥’에서 그들과 동조된다. 완벽히 분리된 공간은 그 공간에 좁아짐에 반비례하는 밀도로 축적되는 한편, 2차원으로 납작해진다. 이 스크린에 가까운 장치에 이들이 포박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음을, 음악으로 완벽히 잠식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소리를 완전히 ‘소거’하지 못한다. 저기는 곳 하나의 ‘막 안’이다. 이러한 차폐 장치로부터 “성인물”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솟아나는가. 관음증적 시각 장치의 메커니즘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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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정, 〈무허리〉: 모호하고 뚜렷한 것들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6
조익정의 〈무허리〉는 도로를 경유한 도시의 지속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아래, 일상에서 추출된, 다섯 명의 존재들이 파편적으로 이동하며 관계 맺는 양상을 하나의 서사적 단위의 소급으로 처리한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일종의 재즈의 은유에 빌려 처리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어떤 멋의 기호학적 발현이면서, 자의적인 코드를 간직한다. 곧 행위-조각들은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정확히 포집되지 않는다. 무용은 그 ‘형식’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표현의 연장을 봉쇄한다. 그리고 이는 장소-사건의 차원으로 형해화되며, 일종의 ‘기억 상실’의 서사적 실재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무허리〉의 어렴풋한 서사적 조각은 그것이 기억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는 환각 안에서 단지 추출되는 바다, 또는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으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