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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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시우, 《비프리 B-FREE》: 비평가에의 풀이REVIEW/Visual arts 2026. 5. 17. 19:56
권시우의 《비프리》에는 권시우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하나의 랩 곡이 흘러나오는데―〈안티 비평가〉(2026. 사운드 설치, 8분 15초.), 이는 랩퍼 비프리(B-FREE)의 〈네르갈〉을 배경음으로 전유한 것이다. 음악 매체의 전용을 지시하는 제목은 비프리를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독해하는 대신, 카세트테이프의 B면이 비어져 있음을 지시하는(b-free) ‘비프리’의 또 다른 의미로 이행되고, 이어 포스터 이미지와 실제 전시 조각―〈mixtape〉(2026)―의 오직 B면만이 일곱 개의 트랙으로 채워져 있음을 경유해, 그 부재를 자유의 위치로 바꾼다, 또는 공백으로서 주체의 자유로움을 현상한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무엇보다 비평가 자신으로 (우선) 돌아옴으로써 어떤 환시로서 오지각을 동반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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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척〉: 몸‘들’의 서사를 향해REVIEW/Dance 2026. 5. 17. 19:55
〈척〉에서 처음 무용수가 등장하기 전 빈 공간에 프로젝션되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척〉의 안무 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공연의 프로토타입이자 안무의 이상향으로, 영상은 존재한다. 검은 배경에 흰 도형들이 정신없이 자리바꿈을 하는 복잡다단한 풍경이 부감 쇼트 아래 축소된다. 먼저 이 작은 도형들의 구성은 자의적인 질서를 가장한다. 또는 무한한 질서를 추구한다. 자유로운 움직임인 동시에 일종의 알고리즘화된 움직임의 산출이 그것이다. 이는 차이에 입각한 반복을 유도하기보다는 반복을 통해 일정한 움직임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식적 구성 속에서 자유로움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 어떤 도형의 움직임도 다른 도형과의 관계 속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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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PDPC, 〈애니멀〉: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을 비추다REVIEW/Dance 2026. 5. 17. 19:55
PDPC의 〈애니멀〉(안영준 안무)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상에서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혼자만의 완전한 고립을 선택할 수 있지 않다. 인간은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로서, 자유의 의미 역시 그리고 온전한 독립의 의미 역시 필연적으로 사회와의 긴장 관계를 수반한다. 여기서 사회는 물리적인 토대이기도 하지만, 실상 보이지 않는 힘의 토대를 구성한다. 개인에게 사회는 표층적인 행위의 차원에서도 작용하지만, 욕망과 같은 무의식적 차원에서 심리적 기제를 조종하는 더 근원적인 동력을 갖기도 한다. 여기서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욕망하는 자와 욕망이 투사되는 자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1902~1981)에 의하면,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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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Roh Dance Project, 〈프랑켄슈타인〉: ‘괴물로의 승화’REVIEW/Dance 2026. 5. 17. 19:54
Roh Dance Project의 〈프랑켄슈타인〉에는 일정한 하나의 신체-움직임의 표식이 있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뻗고, 목을 움츠리고 상체 전반을 구부정하게 한 상태에서, 고개와 신경을 앞쪽으로 쏠리게 만듦으로써 힘의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표현주의적 밀도의 체현을 달성하기 위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긴장된 심리를 주도하며 추상 공간을 구성하는 첫 번째 음악에서 풀려나며, 움직임으로부터 휘발되는 고양된 클래식 음악에 맞물려 승화된 버전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한 번은 스펙터클한 군무의 힘으로 집약되었다가 한 번은 끊임없는, 지연된 커튼콜 자체이거나 커튼콜에 대한 지연으로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가운데, 똑같은 움직임은 한번은 일회적 현존으로서 클라이맥스로 다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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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ODAFE Collection #1] TOB GROUP, 〈Are You Guilty?〉: 순간들의 타격 혹은 솔기REVIEW/Dance 2026. 5. 17. 19:54
TOB GROUP의 〈Are You Guilty?〉에는 중앙이 깊게 휜 하얀 테이블과 의자들이 무대에 놓이는데, 여기에 대한 타격음, 끌거나 밀 때의 마찰음은 움직임의 단위를 지정하는 음향이 된다. 곧 움직임의 단위는 주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향하지만, 신체를 포함하기도 해서 A에서 B로, B에서 C로, C에서 A로 약간의 시차를 두며 연이어지는 동시성의 구성 아래 움직임의 단위가 결정된다. 음향은 배경음악이 동원되지 않는, 그 움직임의 급작스러운/격렬한 마무리에 동반된다. 이 같은 분절 단위들을 끊임없이 구성하는, 과격한 관계망의 움직임 기술은 일종의 쇼트의 영화적 문법을 닮아 있는데, 처음 두 팔을 든 채 입을 한껏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중앙의 존재가 그 옆의 존재가 움직임을 시작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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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므로살롱, 〈성인물〉: 스타일 혹은 코스프레로서 형식REVIEW/Dance 2026. 5. 15. 13:36
〈성인물〉은 투명 막 구조물 안에서 일관되게 진행되는데, 이러한 진공 형식의 기술은 통일된 캐릭터성의 차원에서 발현되는, 2박자의 긴 호흡 단위의 건조한 움직임의 나열을 영화적 장면처럼 편집해 내는 데 주효하다. 곧 명확히 구별되는 몇 개의 외부 음원 트랙은 그들의 안쪽 공간 ‘바깥’에서 그들과 동조된다. 완벽히 분리된 공간은 그 공간에 좁아짐에 반비례하는 밀도로 축적되는 한편, 2차원으로 납작해진다. 이 스크린에 가까운 장치에 이들이 포박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음을, 음악으로 완벽히 잠식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소리를 완전히 ‘소거’하지 못한다. 저기는 곳 하나의 ‘막 안’이다. 이러한 차폐 장치로부터 “성인물”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솟아나는가. 관음증적 시각 장치의 메커니즘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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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정, 〈무허리〉: 모호하고 뚜렷한 것들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6
조익정의 〈무허리〉는 도로를 경유한 도시의 지속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아래, 일상에서 추출된, 다섯 명의 존재들이 파편적으로 이동하며 관계 맺는 양상을 하나의 서사적 단위의 소급으로 처리한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일종의 재즈의 은유에 빌려 처리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어떤 멋의 기호학적 발현이면서, 자의적인 코드를 간직한다. 곧 행위-조각들은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정확히 포집되지 않는다. 무용은 그 ‘형식’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표현의 연장을 봉쇄한다. 그리고 이는 장소-사건의 차원으로 형해화되며, 일종의 ‘기억 상실’의 서사적 실재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무허리〉의 어렴풋한 서사적 조각은 그것이 기억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는 환각 안에서 단지 추출되는 바다, 또는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으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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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ERFORMANCE # 21] 황혜란, 양종욱, 〈황혜란 × 양종욱 8〉: 단위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연기 기술로부터...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5
황혜란과 양종욱의 〈황혜란 × 양종욱 8〉은 그동안 두 배우가 함께 연습해 오며 한 자리에서 발표해 온 여덟 번째 자리로, 양종욱에서 황혜란의 독무대로 그리고 다시 양종욱이 그 위에 끼어들어 화음을 맞추는 것으로 이어졌다. “점-선-면”에 관심을 갖고, “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해보겠다는 양종욱의 소개는, 점과 점을 이어 어떤 여러 다른 선을 만드는 것으로, 점으로 분절되지만 점과 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치한다는 수용성의 감각을 경유해 ‘소리 실험’을 펼쳐나갔는데, 이는 목과 입술을 푸는 훈련이나 스캣과 같이 즉흥적으로 음을 만드는 메소드 방식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 선은 점들의 물리적 궤적이다. 공간의 미시 분절적 횡단이다. 신체-소리의 차원은 공간-신체―그 사이에 소리가 있다.―의 차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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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형제, 〈풍경〉에 대한 주석: 4·16 세월호 참사를 경유하여...REVIEW/Visual arts 2026. 5. 15. 13:33
경기도미술관의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2024.04.12~ 07.14)는 4·16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작가의 여러 방식, 또 주제의 확장성과 연계성의 테마를 생각해보게 한다. 곧 세월호를 재현하거나 지시, 정의하려는 것 대신에 작가의 태도가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상기하고 연장시키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몫이 관람객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각 작품이 세월호 참사와 모두 상응하고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각 작품의 고유한 미학적 영역들을 ‘태도들’의 관점과 함께 전시의 주제적 차원에 따른 이차적 접근에 의해 획득되는 사유의 영역, 곧 큐레이팅에 따른 전유와 연결의 영역을 동시에 진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중 무진형제의 〈풍경〉(2016)은 무진형제 특유의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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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롤란트 쉼멜페니히, 연출 김수정,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 전혜진이라는 효과 혹은 물화REVIEW/Theater 2026. 5. 15. 13:32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는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두 번째 편으로, 신화와 역사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소포클레스 희곡에서 처음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언급되는 정도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 라이오스 왕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구성해 낸 작품이다. 이는 1인극으로 기획되었으며, 라이오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라이오스 자신으로 분하는 역할의 자유자재의 변신이 이뤄진다. 저주의 신탁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이야기가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대한 네 가지 가정이 전제되는 것처럼, 이야기는 그것이 이야기임을 숨기지 않고 더 나은 추측과 더 매끈한 플롯을 궁구하는 저자의 매개적 입장과 그럴듯함을 충족시키는 이야기의 본질적 차원과 이야기에 대한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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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회화》: 동시대의 회화성은 어떻게 이행되는가의 질문REVIEW/Visual arts 2026. 5. 13. 20:13
큐레토리얼: 회화의 동시대성을 외부에서 바라보기 “봄 회화”라는 전시명은 크게 작품과 상관되지 않아 보이는데, 이는 그 전의 《겨울 회화》(2024~2025, 대안공간 루프.)에 이은 계열적 차원에서의 기획으로, 봄이라는 시간 특정적 차원의 계절을 수식어 차원으로 차용함으로써 회화라는 매체를 탐색하고 성찰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봉합한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회화들을 추가적으로 따라붙는 어떤 내용과 이념에 직접 복무시키는 대신, 실재적 대상으로 두고 다루기 위함으로, 회화 자체가 동시대에 갖는 의미를 지시하는 차원에서 큐레이토리얼 실천을 상정한다. 그에 따르면, 회화를 바라보는 외부―“제도와 시장”―의 맥락은 회화가 성립하고 변화하는 어떤 조건과는 독립적이며, 마찬가지로 회화의 내재적 조건 역시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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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안무자창작공연] 조준홍, 〈1, 2, 3 Slap!〉: 형식과 서사의 틈새 속에서…REVIEW/Dance 2026. 5. 13. 20:10
조준홍의 〈1, 2, 3 Slap!〉은 제목과 같이 상대를 ‘손바닥으로 철썩 때리는’ 행위로써 관계를 맺는 남자 둘의 유희-의식적 차원의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서열상의 위계가 높은 문경재의 조준홍에 대한 지배 양상과 미묘하게 합성되고 있다. 곧 심리-실제적 관계는 상대를 사물로 삼는 전적인 힘의 구사로서 폭력이며, 그것에 대한 대응적 차원의 저항적 방어로 이뤄진다. 반면 상징적 차원에서 그 둘은 하나의 의례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가운데 공통의 질서에 입각해서 움직이며, 일정한 패턴과 질서, 정렬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물론 예술이라는 제도적 틀, 그것 아래 심미적 관점으로 치환된 합의의 결과로 환원 가능한 부분이지만, 문제는 미학적 질서와 폭력의 내재적 규율이 각기 다른 층위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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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안무자창작공연] 김영웅, 〈Gentle〉: ‘신사들의 춤’REVIEW/Dance 2026. 5. 13. 20:10
김영웅의 〈Gentle〉은 강현욱과 김영웅이 한 쌍을 이뤄, 루즈 핏의 치렁치렁한 의상을 지지체 삼아 격렬한 꿀렁거림과 흐느적거림으로 움직임을 연장해 낸다. 여기서 합치된 둘의 관계가 일종의 앞과 뒤로 이어지는, 또는 사선으로 맞물리는 경로 의존성에 기초해 발생한다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일정하게 강현욱이 앞에, 김영웅이 뒤에 위치하면서 주종 관계와 유사한 차원을 낳지만, 이는 미묘한 차원이며, 이후 각자의 독립적인 수행과 현실에서의 동등한 층위로 돌아감을 통해 각자의 차이와 공통의 유대감으로 확장된다. ‘신사적인’ 양태는 이 의상의 힘에 입각하며, 그것에서 착안되어 나타난다. 가령 굴신하여 앞뒤로 스텝을 빠르게 잴 때 더 과도하고 풍만한 외양 아래 무거움―힘―과 유연하고 부유하는 몸짓의 가벼움―수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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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안무자창작공연] 홍은채, 〈텅, ( )〉: 존재의 균열 그리고 존재론적 차이REVIEW/Dance 2026. 5. 13. 20:09
홍은채의 〈텅, ( )〉은 무대 중앙 안쪽에 위치한 테이블을 두고, 정면을 향해 앉아 무언가를 적는 여자(이수연)의 모습에서 시작하는데, 뒤에는 다른 존재(홍은채)가 달라붙어 있어, 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물과의 어떤 관계들이 조종되고 어긋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령 헐렁한 상의를 중앙 쪽으로 바싹 좁혀 넥타이를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거의 목을 옥죄기에 이르는 일련의 크고 급격한 동작의 반복은, 역설적으로 자기를 과잉 통제하여 타동적 신체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데, 이는 여자가 테이블 밑, 하수 쪽으로 털썩 떨어지고 나서 기포 소리와 함께 수면 아래로 잠겼음을 가정하는 상황에서, 네 발의 겹쳐진 신체 두 쌍이 확연해짐으로써, 겹-존재의 의지와 상관없는 조작이었음을 가늠하게 한다. 〈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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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람펜-피버〉: 불투명한/불안한 매체-막들REVIEW/Performance 2026. 5. 13. 20:08
이민재의 〈람펜-피버〉는 무대 공포증을 뜻하는 독일어 람펜피버(Lampenfieber)를 재분절해, 램프들(Lampen)과 열(병)(Fieber)의 합성으로, ‘무대공포증’을 재정의한다. 그러니까 밝은 조명 아래에 서는 배우의 두려움과 불안, 긴장 따위는 ‘공포’라는 의미로 증폭되고 확장되며 그 나머지의 정동들 역시 포함하는데―그러면서 환원하는데―, 이민재는 무대를 막의 공간으로 분절하고 신체와 등가시킴으로써 단어를 본래의 기원으로 되돌려 준다. 천장에서 내려와 몸을 마는, 감싸는, 투명 비닐 막의 좁은 공간, 전체적으로 원기둥 형상을 띤 이 공간은, 신체가 정박하는 유일한 장소가 된다. 두 개의 입구를 기준으로 그 앞에 각각 세로로 두 개씩 그 원기둥이 자리하고, 공간 중앙에 하나의 투명막이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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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트신 초이스Column 2026. 5. 12. 23:19
2025 아트신 초이스 2025 올해의 연극: 〈걸리버스 2〉, 〈사사로운 사서〉, 〈안트로폴리스: 프롤로그/디오니소스〉 2025 올해의 무용: 〈GRAVITY〉, 〈꼬끼-오〉, 〈swallow swallow quick quick〉 2025 올해의 전시: 《Doppel-Lumpen》,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하이퍼 옐로우》 2025 올해의 해외 작업: 〈이 환희〉, 〈지우개 산〉 2025 주목할 만한 작업자/팀: 음이온, 이성직(가나다 순) 2025 올해의 연극으로, 극단 성북동비둘기(김현탁 연출)의 〈걸리버스 2〉, 강현주 작/연출의 〈사사로운 사서〉, 롤란트 쉼멜페니히 작/윤한솔 연출의 〈안트로폴리스: 프롤로그/디오니소스〉을 꼽는다. 〈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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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하지민, 〈밤짐승 놀이패〉: 역사를 뒤집기 또는 존재를 입기로서 수행REVIEW/Performance 2026. 5. 11. 20:31
조현진, 하지민의 〈밤짐승 놀이패〉는 동일한 크기로 분할, 배열된 거대한 “이동식 배경막”을 뒤집고, 수거하고, 바꾸고, 바닥에 던지며,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한 집단이 여러 카드를 동시에 내보이거나 하는 일종의 “카드섹션”의 형식을 변주한다. 이때 적용되는 집체적인 움직임은 통일성을 지향하는 “매스게임”에 가까워지는데, 이는 의례의 비의성을 기계적 합리성으로 분산시킨다. 그것은 제식과 가까운데, 이때 제목이 가리키듯 “밤짐승”은 재현되지 않고 전문적으로 수행된다―“놀이패”―. 여기서 배경막은, 카드는 모두 존재를 초과하므로, 행위는 찰라적이기보다 지루한 수공업적 노동에 가까워지는데, 엄밀히 카드의 반 바퀴 회전, 곧 카드를 떼서 카드 중앙 상단의 홈을 다시 후크에 거는 이 행위는, 배경에 부착되는 형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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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 작·연출, 〈이야기와 전설〉: 인간의 편견을 (재)경유하는 로봇REVIEW/Theater 2026. 5. 11. 20:30
조엘 폼므라 작, 연출의 〈이야기와 전설〉은 안드로이드―“AI 휴먼”―가 일상에 상용화된 시점에서, 로봇이 인간에게 건네주는 의미를 탐색한다, 주로 청소년 세대의 자의식과 연애와 사랑을 경유하며, 반-페미니즘의 기류를 감지하면서, 그리고 가족 안에서 그것을 정위하면서. 이는 인물들의 개별 서사와 관계가 빚어내는 형상(이야기)보다는 인물들에 놓이는 예고되지 않은 더 큰 서사의 축(전설)이 어떻게 그 이야기를 조직해 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 시제의 ‘가정’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첫 장면의 양극단에 선 아이와 성인 여성 간의 대화에서는 쏟아지는 아이의 매우 거친 말들로부터 체화된 남녀 차별적 사고를 추출해 낼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차분하고 끈기 있고 현명한 대처에 의해, 일정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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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쿼드 초이스, ‘다른, 춤을 위해’ Part2: 불균질한, 변증법적 대치의 흐름REVIEW/Dance 2026. 5. 11. 20:29
이루다, 〈Nu Black〉: 기괴한 이미지 아니 신체로부터 이루다의 기본적 양식은 보통은 검은 토슈즈와 상의 아래, 기괴한 펄럭임과 어긋난 스텝을 기초로 강렬한 캐릭터를 구축해 낸다. 바텐 앞뒤 여러 층차를 구성하는 프로젝션의 중층적 시각적 양상이 독자적인 군무를 시행하는 가운데, 이러한 공간에의 입자적 포석에 상응하여 〈Nu Black〉은 무용수들의 다양한 배치와 등장으로 입체화된다. 이는 사이키델릭한 이미지의 영도, 움직임과 배치의 끊임없는 변경을 통한 중첩된 이미지의 연쇄 작용을 경유하면서 오히려 캐릭터의 기괴함을 강화한다. 그것은 형해화된 캐릭터의 표층성을 지시한다. ‘기괴한 펄럭임’은 팔부터 몸통으로 번져가는 상체 전반의 움직임의 형태적 유사성을 가리킨다. 이는 움직임 전반을 관통하는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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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쿼드 초이스, ‘다른, 춤을 위해’ Part1: 불균질한, 변증법적 대치의 흐름REVIEW/Dance 2026. 5. 11. 20:25
쿼드 초이스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에서 각각 두 명의 안무가의 기존 작업을 선택해, 이를 재편집, 재구성하여 두 번의 무대로 올리는 방식이다. 첫 번째 파트는 윤별의 〈갓GAT〉, 김재덕의 〈BreathingAttackII〉, 정보경의 〈안녕, 나의 소녀: 디렉터스컷〉 순으로 열렸다. 결과적으로, 세 개의 무대가 내용이나 주제상으로 상응하지는 않으며, 장르적으로 순수한 차이를 전제한 채 출발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세 개의 무대는 하나의 현장에서 연장될 수밖에 없으며, ‘초이스’의 차원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기획은 어떤 최선의 것들의 선별에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택의 기준을 고도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윤별, 〈갓GAT〉: 강박적, 하이브리드 신체 윤별 안무가의 〈갓GAT〉은 본래 7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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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연출, 〈살기 좋은 ○○〉: 우리라는 자화상REVIEW/Theater 2026. 5. 11. 20:17
〈살기 좋은 ○○〉은 중반 이후, 미래의 주거상을 AI를 매개해서 현재화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현재의 심리가 투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에 대한 두 배우의 자기 서사를 연장한 실제적 욕망의 세부가 그 전까지 발화된다면, 이는 욕망과 현실의 지나친 격차로부터 기술 이전을 통한 또 다른 현재의 버전이 미래를 가장하여 제시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여기서 집은 공적 공간의 폴리스가 아닌, 사적 생활단위의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에 상응하며, 순수한 의미에서 정치적 영역의 바깥을 가리킨다. 오이코스는 ‘경제’의 어원이기도 한데, 따라서 부상할 것은, 환기되어야 할 것은 정치적 영역이다. 미시사는 교환되며 사회적 접점을 찾아 확장되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초점과 관심은 전반부에서처럼 사적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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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과 신촌극장: 플랫폼의 실종과 교체Column 2026. 5. 10. 22:13
월간 《몸지》에서 5월호 좌담 의 자리는 창작산실을 주제로 이야기되었는데, 이는 주로 창작산실의 개별 작업 대신에 제도의 허점과 문제점에 대한 것이었다. 정식 명칭은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이는 공연예술의 분야에서 연극,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을 아우르는데, 적어도 무용에서는 “망작산실”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공연 단체의 활동 번반에 대한 지원인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을 제하고는 단일 작품 지원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 2025년 선정된 여덟 단체/예술가는 대략 4,000~9,000만 원(가장 적게는 4,300, 그리고 모두 6,000 이상이었고, 가장 많은 액수는 8,900이었다.) 사이에 있었는데, 그중 발레 두 작품을 제하고 여섯 작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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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태 개인전, 《개울가의 나한들》: 본질적 삶으로 향해 가는 특이한 노동의 형상들(이라는 과도기적 단계)REVIEW/Visual arts 2026. 5. 10. 21:56
박은태 작가의 개인전, 《개울가의 나한들》에서 가장 첫 번째 자리한 〈노동산수도2〉(2023. 캔버스에 아크릴, 130×194cm.)는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또한 예외적인 작업이다. 바로 옆의 〈노동산수도1〉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30×194cm.)는 그것보다 원형적이고 기초적인 차원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노동산수도2〉는 그것을 더 확장하는 한편, 완성한다. ‘노동산수도’는 과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초기 시작 단계를 보여주는, 〈개울가의 나한들〉(2024. 캔버스에 아크릴, 130×388cm) 에서처럼 그 에스키스를 같이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인물들로 결국 수렴되는 작업임에도, 인물보다 대략적인 풍광의 전체적인 구도를 선의 흐름과 리듬으로 구성했음을 일러주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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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서서울〉: 고래 뱃속이라는 상상적 공간REVIEW/Performance 2026. 5. 10. 21:43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다페르튜토 서서울〉(이하 〈서서울〉)은 서서울미술관의 일몰에서 일출까지의 시간 안에 세 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일몰과 일출은 극장을 세계의 제의 공간으로 재처리함으로써 성립하며 이때 각각 서쪽과 동쪽은 높은 층고에 천장과 거의 맞물린 창문이 바투게 지상을 경유한 공간 내 그 창문 방향의 커다란 해의 전면 도상과 그 맞은편의 역시 블라인드를 열어 벽 내부에 숨겨져 있다 드러나면서 긴 벽면을 따라 사선 아래를 향해 투여되는 서치라이트로서 대별되며, 곧 스펙터클의 오브제-빛의 점멸로써 갈음된다. 일몰과 일출로 시간을 되돌리는 경로 안에는 세 개의 이야기 토막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모듈형 창작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그것은 오브제들의 측면에서는 일상 사물들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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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리모트 서울〉: 서울이라는 상상계적 극장으로부터 ‘개인’으로 소급되기REVIEW/Theater 2026. 5. 10. 21:20
리미니 프로토콜의 〈리모트 서울〉은 서울을 ‘원격’으로 현전하면서 ‘외딴’ 서울에의 고립을 구성하는데, 여기에는 헤드폰의 AI 음성의 가이드가 있다. 이 가이드는 국립현충원에서 GS아트센터를 오가는 서울의 특정 구간‘과’ 조우하게 하며, 서울‘로부터’ 나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 이때 30명의 관객은 개인이 연장된 집단의 형상을 하는데, 그것은 이 거리로써 접면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지지체 역할을 한다―극장이라는 경계를 지시한다. 이 듣기의 일시적 공동체는 실재를 무대(“stage”)라기보다 화면으로 각색하는데―‘관객은 리모컨으로 TV를 튼다.’―, 이때의 ‘고립’을 집단적 신체의 근거로써 보족하며 연장한다―그것은 고립을 하나의 발화 형식으로 전도한다. 특히 시민과의 ‘대치’와 시민에의 고립을 오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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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세게, 쳐주세요〉: 숭고한 역사적 형상을 전도하기*REVIEW/Dance 2026. 5. 10. 20:45
이은경의 〈세게, 쳐주세요〉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과정에 부역한 아돌프 아이히만 하면 자동 연상 되는 “악의 진부함(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갖고 아이히만에 접근한다. 이는 익숙한 이야기인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서의 발화를 토대로 도출해 낸 개념으로, 공연의 주요한 전제로 자리 잡는다. 곧 아이히만의 서사의 절편이 아렌트적 진단으로 응결되는 차원에서,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의 구체성은 축약되거나 소거되는 것 역시 가능한데, 이는 역사적 차원이 수렴하는 지점을 또한 아렌트의 개념적 매개가 완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아이히만은 고유한 이미지의 차원보다는 개념에 대한 아이콘에 가까워진다. 물론 거기에는 문화적 차원의 번역에 따른 변용과 누락의 차원 역시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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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무르쿠스 & 쿨르드 바젤 - 카사비 시어터 Khashabi Theatre, 〈뮤지엄 THE MUSEUM〉: 테러의 재기입REVIEW/Theater 2026. 5. 9. 13:45
〈뮤지엄〉은 테러를 저지르고 7년이 지난 후, 사형을 앞둔 사형수와 형사의 만남과 밀실에서의 하루를 구현하며, 두 남자의 언어가 복합적으로 착종되고 얽히며 상호 반영되고 굴절되는 심리의 일환을 치밀하게 바라보게끔 만든다. 형사의 은근한 주도 아래, 두 남자는 후반으로 갈수록 무대 안쪽에 놓인 카메라를 직접 향하며, 제삼자의 시점에 은밀한 둘의 시간을 맞세운다. 관찰되고 있음의 환상을 경유하며 연극 하기는 과잉으로 현상된다. 여기에 1막까지는 크게 의미가 없었던, 아니 이미지를 열화시키거나 중화시키는 감산적인 장치로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었던, 그 둘 앞에 쓰인 거대한 샤막은 은밀한 관찰자의 심리와 결부되는 제4의 벽을 실제적으로 연장한다. 우리는 그 점들로, 점들의 틈으로 그 둘을 흐릿하게 바라본다.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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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잉거, 〈워킹 매드 & 블리스〉: 고전/과거에서 현대/현재로…REVIEW/Dance 2026. 5. 9. 13:39
〈워킹 매드〉와 〈블리스〉는 일정한 서사의 전개 양상 아래 움직임을 예속시키는데, 이는 〈워킹 매드〉에서 강화되며, 〈블리스〉에서 해체된 양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는 음악적 차이에 상응한다. 우선, 하나의 음악을 사용하는, 곧 일종의 재즈 즉흥 피아노 연주인 후자의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를 사용하는 후자에서는 개별 동작들의 수행성과 자율성, 일의적 차원의 특성이 강조되는 한편, 등장과 퇴장의 가변적 특질 아래 개입과 분산이 자유롭게 일어난다. 반면, 두 개의 음악을 사용하는 전자는 곧 (너무나도 익숙한)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1875~1937)의 〈볼레로〉와 이후 등장하는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1935~)의 피아노 독창곡 〈알리나를 위하여〉, 두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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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연출 류사라, 〈신의 바늘〉: 체험주의적 당사자성의 체현, 그리고 계몽의 다른 판본REVIEW/Theater 2026. 5. 9. 13:20
〈신의 바늘〉은 두 명의 등장인물이 그 둘만의 공간에서 마약을 하는 체험을 강도 높은 것으로 현상하는데, 이는 마약에서 깨어났을 때의 불쾌함 등을 동반한 잔여 감각까지 전달하며, 자기 파멸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하는 가운데, 이 둘의 자아의 확장과 극단적인 변용의 순간은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탈구된 사회와 비대해진 자아의 해소할 수 없는 간격으로 인한 위기감으로 연장된다. 리얼리티로 측정되는 건 두 사람만의 내재적이고 은밀한 세계의 발현이며, 곧 관찰하는 이들에게 열린 닫힌 세계의 틈이며, 예외적이고도 고유한 체험을 하는 이의 당사자성은 〈신의 바늘〉의 표현 양식의 토대이자 주제의 중심 의미를 이룬다. 따라서 그 주제를 선택한 윤리적 고려의 차원은 다분히 재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서사는 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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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극장 쿼드X즉각반응,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문학의 견지에서 타자성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26. 5. 8. 13:10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이하 〈엔드 월〉)는 한쪽 끝 벽에 깔려 죽은 주인공 아성이, 질문을 통해 이전의 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며 죽음의 원인이 아닌, 그 상황 속에 자신의 행위에 개입된 자신의 의식을 탐문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죽음 직전의 상황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계속해서 소환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화두로 삼는 이 과정은 문장의 빈 공간을 찾고 거기에 들어갈 적합한 말을 찾는 글쓰기에 비유되는데, 곧 아성이 본인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작가로서 사건과 한 인물에 대한 접근이 이뤄짐은, 한편으로는 애도의 차원 바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한 인물에 대한 서술의 차원이 문학적으로 승화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