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
열혈예술청년단, 〈Equilibrium 03: 방황하는 몸들 stray bodles〉: 몸에 대한 방황하는 정신 혹은 개념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10. 12:59
〈방황하는 몸들〉에서는 시적 텍스트들의 파편적 양상과 그에 대응하는 움직임 조각들과의 관계로부터 추상적인 몸의 기호들에 대한 문학적 메타포가 출현하는데, 마주하는 두 명의 해설자 혹은 발화자의 조망 아래, 그 사이, 중앙의 텅 빈 공간으로 네 명의 “방랑자”가 위치하며, 따라서 이들은 무대의 경계를 구성하고 게임의 단서를 예표한다. 몸들이 산출하는 제각각의 여러 경로와 서로 간의 관계 맺음을 시야에 두는 이들의 말들은 대략 몸에 앞서 전제되며, 그 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채 현상에 대한 인식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말들의 파편성과 몸들의 파편성, 다시 말해 단속적이며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이 각기 다른 언어들, 추상성에 기초한 언어와 비언어적 재현을 향한 언어의 교직에 따라 흘러가는 시공간..
-
걸작들, 〈휘이-청〉: 위험과 안전 사이에 존재하는 서커스라는 은유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9. 21:48
〈휘이-청〉은 인간 사회 내 “위험”이 갖는 사회학적 함의를 두 사람의 질문과 대화 양식 안에서 풀어내는데, 이때 걸작들은 결정적으로 ‘위험’을 서커스 양식으로 전이시킨다. 그러니까 ‘위험’이라는 소재는 위험을 바탕으로 한, 하지만 위험의 궁극적 제어라는 메커니즘으로서 서커스에 대한 암약하는 코드가 되는데, 서커스라는 형식이 다루는 위험은 기실 위험에 대한 매개로서 서커스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결정적 언급이 된다. 이러한 순환 고리 안에서, ‘휘이-청’이라는 제목이 상기하는바, ‘휘청’이라는 부사를 더 길게 늘여 그 안의 흔들리는 움직임의 유격을 더 긴장감 있게 묘사하는 이 같은 명기는, 위험을 겪는 인간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그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표현으로 연장하는 서커스의 표현이기도 하다...
-
한스 판 덴 브룩x김영미댄스프로젝트,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 개체의 권리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기REVIEW/Dance 2026. 6. 9. 21:48
SOIT(한스 판 덴 브룩 안무)와 김영미댄스프로젝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는 하나의 ‘벽’, 한계 혹은 억압에 대한 이미지를 상정하고, 그로부터 개개인의 서사를 검출하는 방식에서 그것을 괄호 치는 집단이라는 형식의 투명성을 만드는데, 이 원자들의 끊임없는 교환과 엔트로피적 발산의 무작위성이 혼란스럽게 관객을 몰아넣고자 한다. 제목은 1970년 달을 향해 떠난 아폴로 13호의 선장 짐 러블이 우주선 폭발 사건이 발생했음을 휴스턴에 있는 NASA 관제 본부에 알릴 때 쓴 표현으로, 이는 출연자 개개인의 심각한 문제가 공연의 언어로, 발신의 형태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표어로 드러남으로써 개인의 내밀한 차이로 분별되는 대신에, 사회적 구호로, 메시지로 전화한다. 어..
-
[Modafe 2025] Adriano Bolognino, 〈Last Movement Of Hope(II Chapter: Organs)〉: 하나의 멈춤, 그 이행적 순간들REVIEW/Dance 2026. 6. 9. 21:48
두 사람의 가녀린, 연약한 몸짓은 미시적인 상호 모방과 동기화로 이뤄진다. 한 몸으로 붙어 있음, 서로에게 중심을 이양한 상태에서 출발한 둘은 서로를 향한 하나의 기저의 몸 아래에서 끊임없이 변용되는 움직임을 구가하는데, 어떤 움직임이 (새롭게) 시작됨으로써 둘의 대형은 흐트러지고 다시 하나의 움직임으로 합산되는 가운데 이 흐트러짐은 상쇄된다. 그 봉합의 순간, 후자의 상태에 몸짓에 대한 의지가 있다. 독립적인 순간은 후반에 이따금 찾아오지만, 이 역시도 자율적 면모를 띤다기보다 서로에 대한 지지체적인 순간을 형성한다. 여기에는 서로가 자신의 장기를 대변한다는 허구의 정념이 전제되는데(“당신은 어쩌면 내 몸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기기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내 안에서 그렇게 강하게 느끼니까요.”..
-
[Modafe 2025] Chueh-Kai Kuo, 〈Puah-pue-Divination Blocks〉: 운명 공동체를 향한 수행의 언어REVIEW/Dance 2026. 6. 9. 21:48
Chueh-Kai Kuo, 〈Puah-pue-Divination Blocks〉는 두 무용수가 고대 중국의 점술, 푸아푸에(跋桮)를 수행한다. 이는 윷놀이의 윷가락과 유사한 형태적 원리를 공유하는 두 조각을 통하는데, 초승달 모양의 이 나무 조각 한 쌍을 던져 두 개가 달리 안착하면, 사전 질문에 대한 신의 승인을 받는 것이고, 두 개 모두 엎어지면, 또는 평평하게 떨어지면,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두 개 모두 꼬리가 나오면, 신이 부정한 것, 그 반대의 경우, 두 개 모두 젖혀지면, 또는 바닥을 향하면, 또는 두 개 모두 머리가 나오면, 신의 농담을 나타낸다. 또 하나의 다른 경우로, 블록이 옆면으로 위치하면 다시 던지는 규칙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여 경우의 수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관객(..
-
[Modafe 2025] Stephanie Dai, 〈uretchko〉: 악기-기계로서 신체가 주는 정동REVIEW/Dance 2026. 6. 9. 21:47
〈uretchko〉는 악기로 변용되는 Stephanie Dai의 독특한 신체-행위 양상에 주목하게 하는 작품이다. Dai는 신체를 고정된 축 아래 두고, 미시적인 분절과 직조에 기초해 몸을 연장하는데, 이는 몸 전체의 양상에 대한 분절 신체들의 난립으로 나타난다. 이는 신체-배경과 조각 신체-이미지의 합성된 양상으로, 전자가 침묵하는 의식의 심층으로 갈음된다면, 후자는 시선의 끌개로서 끊임없이 약동하는 비의식적 표층으로 산화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명상적이고도 비의적이며 다른 한편으로 생동적이고도 물질적이다. 요가의 한 동작 같은, 정좌한 상태에서 다리를 말아 같은 쪽 팔에 낀 부동의 자세가 시간의 지층을 쌓고 난 후, 몸 안에서 끊임없는 재배치의 양상, 복잡계의 입체적 성좌, 거미가 실을 잣는 움직임 같..
-
공놀이클럽, 〈미미의 미미한 연애〉(조민송 작, 강훈구 연출): 변증법적 되먹임으로서 구원을 향해REVIEW/Theater 2026. 6. 7. 19:31
〈미미의 미미한 연애〉(이하 〈미미한 연애〉)는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웹 소설 작가를 꿈꾸는 미미라는 배경의 기원적 지점을 추적하는데, 그것은 아버지 문건식이 어렸을 적 자신에게 휘둘렀던 폭력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미미는 또한 14살 때 아버지가 가출하면서 “미안해 미민해”라고 남긴 불완전한 사과에 고착되어 그 말을 줄인 미미가 되며, 남자 친구인 기승의 집에 살며 규약적인 관계로써 그를 지배하며, 도무지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미미의 중핵에 있는 왜상적 아버지의 자취는 미미를 현실로 나가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대리물로서 또는 남성에 대한 부정성의 차원에서 미숙한 실천과 태도로 연애의 상대를 대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자친구가 단순히 아버..
-
티아고 호드리게즈 Tiago Rodrigues, 〈바이 하트 By Heart〉: 합성되는 현재, 신체, 정치REVIEW/Theater 2026. 6. 7. 19:31
티아고 호드리게즈(Tiago Rodrigues)의 〈바이 하트 By Heart〉는 제목처럼 외운다는 행위에 기반을 두며, 이를 현장의 관객 10명의 참여로 완성하는 과제로 변환한다. 이는 14행으로 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서 앞 4행을 모두가 제창하고, 뒤의 10행을 무대 좌에서 우로 한 행씩 맡아 외우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는 몇 차례의 번역과 직접적인 신체의 변환 과정,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수여, 외운다는 것의 의미, 참여의 감각 등이 동반되는데, 고대 영어의 번역과 한글로의 재번역을 통해 원래의 언어는 의미적으로 그리고 또 형식적으로 둥글어지고 마모된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문화적, 시대적 기억의 탈각, 운율의 형식적 규칙 등이 사라지는 자리에 발화의 용이함이 남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모두..
-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나열과 대비라는 전시의 시각적 단면REVIEW/Visual arts 2026. 6. 7. 19:30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의 혼합된 형식은 베니스비엔날레의 전시명과 작가의 간단한 식별 절차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표기 방식을 연장해 온 것일 수 있다. 전시를 재현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시차적으로 펼쳐놓는 행위는 전시의 이전 맥락을 보존하는 한편, 그 전시를 물리적으로 해제하는 방식으로, 곧 더 친절한 언어의 서브 텍스트의 나열과 그 텍스트로부터 추출한 향들의 분포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아마도 비엔날레의 국가 박람회라는 형식 속에, 서구의 동시대적인 공통된 주제 대신에, 세계 속 다른 한국은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이질성과 타자성의 기호를 체현함으로써 각인시키는 방식은 한국(인)이라는 원재료의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추출 방식과 비시각적인 산출의 실험으로 이행되었다. 작가는 한국인의 대등..
-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에반 플레이시 작, 류주연 연출): 고립과 제한의 효과REVIEW/Theater 2026. 6. 7. 19:30
〈그의 어머니〉는 제목과 같이 ‘그’에 대한 소격 효과를 경유해 (그의) ‘어머니’에 대한 관찰적 시점을 창출해 낸다. 이는 집을 당위성의 장소로 산출함을 통해 증폭된다. 브렌다는 3명의 여성을 하룻밤에 강간한 자신의 첫째 아들 매튜는 가택연금 상태로 2층의 방에서 주로 머물며 실루엣 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는 동안,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의 집 앞에 진을 친 미디어들을 바깥에 둔 채 고군분투하며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종종 문을 열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지만, 보이지 않는 시선은 사실 정면을 향한다. 〈그의 어머니〉는 대중의 시선, 관찰자의 시선을 경유해 대상화된 한 여성의 모습을 옴짝달싹못하게 감금한 채 지켜본다. 매튜의 범죄 행위는 분명한 것이고, 그 이유나 정당성의 근거..
-
국립현대무용단, 〈인잇〉(김성용 안무): 표현 방식 그 자체의 잠재성 혹은 닫힘REVIEW/Dance 2026. 6. 7. 19:30
‘나는 걷는다’, ‘나는 듣는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결정한다’, 〈인잇〉의 각기 다른 막을 지정해 내는, 이 네 개의 목적어 없는 짧은 문장은 각 행동―전자의 두 동사―와 행위―후자의 두 동사―로 구분되는데, 더 직접적인 감각의 차원에서 심리적이고 의지적인 차원의 자아가 개입되는 것으로 전진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전자를 포함해도 ‘나’라는 주체로부터 파생되는 각각의 동사들은 수행의 직접적인 지침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이는 희미하게나마 또는 간접적으로나마 서사의 일단을 완성하는 차원에서 그 부분적 단위로서 움직임이 확장되며 분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대상을 거론하지 않는, 나 자신만을 그 대상으로 삼는 이 문장‘들’이 어떤 서사의 명확한 얼개를 지정하지 않는 건 자연..
-
앤드씨어터, 〈통로〉(이양구 작, 전윤환 연출): 소통의 불가능성 혹은 시차로부터REVIEW/Theater 2026. 6. 5. 21:36
상연으로서 통로 〈통로〉는 학교 내 담배 피우는 장소를 공론의 합의에 입각해 가설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면피의 통로임을 드러내는 지점에서, 〈통로〉는 상징계적 잔여 또는 실재에 다다르는 듯 보인다. “통로”는 학교 개구멍에서 이어지는 담벼락 사이 공간으로, 마을과 바깥의 경계에 있다. 이는 학교의 ‘권’역에 있지만, 마을 주민(다 은)의 개인 부지를 침입한다는 항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담장의 위치를 다투는 측량의 사태―측량사(변준섭)의 소환―로까지 번진다. 근본적으로 그 두 행위자의 의도는 학생이 담배 피우는 장소를 비가시적인 것으로 두는 것에 있는데, 그것이 그들을 자유롭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최현조)의 흡연 자체에 대한 비판, 곧 부정성을 갖는 게..
-
독공독무 서울교방 6인전: 깎여나가며 자리 잡는 형식들REVIEW/Dance 2026. 6. 5. 21:36
6인전이 지시하는바, 홀로 춘다는 ‘독무’는 홀로 닦아 낸다는 ‘독공’과 운을 맞추는 기능적 구성에 가깝다. ‘독’은 완전함의 요체를 가정하고 거기에 대한 1인칭의 신화적 서사를 가설한다. 그 완성을 위한 스스로의 깎여 나감을 감내하는 지난한 노력의 비가시적 시간이 ‘독’이며, 그 ‘독‘의 시간이 펼쳐지는 건 침범하지 못하는 신성의 영역에 다다르게 됨을 암시한다. 곧 6인전에서의 각각의 방들, 일종의 모나드들은 혼자만의 온전한 공간을 구성한다. 제목에 가정되지 않은 “온습회”는 “근대 시기에 권번에서 수련생들의 예술적 기량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던 “행사”로, 여기에는 다시 대타자의 시선이 들어온다. 그것은 완전함의 요체에 선행하는 엄격함의 틀과 가치가 전제되며, 전통의 확립은 연대기적 시간 안에서 유예..
-
천승세 작, 심재찬 연출, 〈만선〉: 시대의 한계와 변경에서 이야기하다REVIEW/Theater 2026. 6. 5. 21:36
〈만선〉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어부 곰치와 그의 가족, 구포댁, 도삼, 슬슬이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는데, 이는 지극히도 비극적인 양상으로 흘러간다. 그 비극의 원인은 무엇보다 선주 임제순의 급작스러운/무리한/얄궂은 빚 독촉의 시점, 곧 부서 떼가 가득 밀려오는 시점에 배를 묶으며 요구하는 빚으로 인해 곰치가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시점에 무리하게 배를 겨우 띄우게 되고, 당장 상환일을 앞둔 상황에서 엄청난 만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기 때문이겠지만, 이는 결국 곰치의 고집스러운/굳건한/독단적 의지, 그리고 그에 선행하는 맹목적인 열정 때문인 것으로 환원되는 듯 보인다. 먼저, 자기 소유의 배가 없는 곰치는 선주 임제순에게 빚으로 묶여 있으며 동시에 배의 이용권 역시 묶여 있다..
-
이실론 작, 김재엽 연출, 〈베를리너〉: 이국성으로서 자유에 대한 이념REVIEW/Theater 2026. 6. 5. 21:36
〈베를리너〉의 무대는 원형 광장을 상정한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평화의 현재를 결말의 풍경으로 제시함에 따라 광장이라는 장소에는 초월적 이념으로서 메시지를 부여되며, 밤과 정전의 몇 순간을 제외한 시종일관 밝은 무대의 조도 설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그 광장을 완성하는 건 옆에 나오는 그래픽 이미지가 아닌, 마주하고 있는 관객이다. 이 광장을 관통하는 건 2층 높이의 난간으로 이는 연극의 해설자의 독립적인 위치와 예외적 영역에서 베를린을 횡단하는 사다리, “저쪽”으로 가기 위한 “이쪽”의 말미로 상정되며, 이 분리된 경계 영역에서의 여러 죽음의 장면을 불러옴으로써 파생되는 트라우마의 상징적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현실과의 간격 아래, 잠재하는 기억의 이미지는 시선을 방해하고 공간을 관통하고 있음으..
-
[2025젊은안무자창작공연] 박주환, 〈무언의 삼각형〉, 윤나영, 〈한낱 작은 존재들〉, 김재권, 〈생각 조종자들〉 리뷰REVIEW/Dance 2026. 6. 5. 21:35
김재권, 〈생각 조종자들〉: 나로서의 너의 현상학 생각을 조종한다는 건 몸짓을 통해 어떻게 표현 가능한가. 한 남자(박현규)와 여자(고시아), 마네킹이 등장하는 〈생각 조종자들〉에서 한 남자가 부착하는, 한 남자에 부착되는 마네킹 혹은 여자의 표현에서 보면, 그것은 타자가 이전된 형식으로서 ‘나’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곧 몸짓이 나의 의식적 주체성을 상대에게 저당 잡힌 채 발현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무의지적으로 산출될 때 나의 생각이 조종되고 있음이 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을 조종당하는 것과 그 반대의 존재가 하나의 짝을 이룰 것인데, 거의 둘씩의 관계에서 생각 조종자’들’은 어떻게 가능한가, 또는 또 다른 누구를 호명하는 것일까. 〈생각 조종자들〉은 인형극의 원리를 차용하고 있는데, 뒷모습으로..
-
[소닉 블룸 2026] (2) MOTOKO, AMELIE DUCHOW, ∈Y∋ + C.O.L.O: 심연의 대상 너머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4. 22:02
사운드가 생성되고 출발하는 지점에서, 이미지의 최초는 어떤 모습일까. MOTOKO의 평면이 이미지 너머를 이미지의 표층으로 드리우면서 세계를 표층 이미지의 급격한 확장과 전이의 타격과 함께 암시한다면, AMELIE DUCHOW에게 평면은 피부적인 것이다. 그것은 그것을 뚫을 듯 긴밀하게 접지하며 내려오는 인공적 직선에 의해 탄력적인 것으로서 드러난다. ∈Y∋ + C.O.L.O에게 그것은 우주 배경 복사를 담은 텔레비전의 기본적 영점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이후 MOTOKO가 검은 바탕의 흰 얼룩에서 점차 푸티지 영화 필름의 이미지로, AMELIE DUCHOW가 피부를 입은 채 테트리스 블록의 하강하는 모습의 연속적 재출현과 함께 빠르게 뒤바뀌는 언어들의 전사 그리고 세계 지도로서 이미지의 지배로, ∈Y∋ ..
-
로렌 군더슨 작, 김민정 윤색·연출, 〈사일런트 스카이〉: 우주라는 질서의 숭고함에 대한 서사, 그리고 남는 미완의 부유물들REVIEW/Theater 2026. 6. 4. 22:01
〈사일런트 스카이〉는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안은진 배우)이 하버드 천문대에서 일할 기회를 잡게 되면서부터 별의 좌표를 기록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화에 집중하며 눈부신 과학적 성취를 이루게 되는 그의 일대기를 펼쳐 내는 작품이다. 여기에 전제된 제약 조건은 레빗이 보청기를 껴야 하는 약한 청력의 신체를 가지고 있음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으로, 20세기 초의 역사적 배경은 바로 그러한 차원에서만 주요하게 드러난다. 남성 중심적 사고, 여성 차별적 시선의 사회적인 조건이 레빗의 삶을 지배한다. 그에 비한다면, 의상, 편지라는 커뮤니케이션 체계, 과학의 연구 방식과 과학의 패러다임 등과 같은 오늘날과 다른 시대적 사실의 차이는 표피적이고 부차적인 차원이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대형굴절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
에릭 민 쿠엉 카스테잉(Erik minh Cuong Castaing), 〈삶의 형태(들) Forme(s) de Vie〉: 공통과 차이의 변증법REVIEW/Performance 2026. 6. 4. 22:01
〈삶의 형태(들)〉은 신체 활동이 불편한 퍼포머들과 그를 보족하는 퍼포머들의 상호 긴밀하게 일어나는 움직임의 과정을 드러낸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카말 메세레카와 전직 무용수였던 엘리스 아르고의 두 축으로 연장되는 특이성의 신체들은 공통의 집합적 장에 분포함으로써 어떤 삶의 형태를 구성한다. 움직임은 그 집합적 덩어리 자체가 아닌 그 ‘안’에서 일어난다. 또한 그 안의 한 부분에서 다른 한 부분으로, 혹은 그 반대의 방향으로 발생한다. 이 형태는 형식의 이름이기도 하며, 표현 자체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잠재적 신체의 영토를 따른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부터 형식이 정의하는 틀을 벗어나며 표현이 수여하는 완결적 면모를 기각한다는 점에서, ‘형태’라는 물리적이고 형용하기 어려운 형상 그 자체로 일단 드러..
-
윤성민 작, 유영봉 연출, 〈내 무덤에 너를 묻고〉: 역사를 추출해 현실을 장면화하기REVIEW/Theater 2026. 6. 4. 22:01
〈내 무덤에 너를 묻고〉에는 커다란 관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는 집이 하나의 무덤이라는 극의 주요한 모티프이자 메타포를 견인해 낸다. 무덤으로서 무대는 극의 은밀한 담론과 내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비좁은/한정된 영역을 수여하며, 이 같은 공간감은 극을, 극 안의 존재들을 지배하는 물리적 요인으로 따라 붙는다. 또한 이러한 지나치게 큰 오브제로서 무대는 그 위에 선 자와 아래에 있는 자 간의 극단적인 시각적 비대칭성을 구현한다거나 그 바깥에 선 자들―주요 등장인물의 죽음을 상징하거나 그밖의 인물들 혹은 코러스 등―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지문 행위의 처리나 마이크를 사용한 형식적이고도 물리적인 무대의 확장을 통해, 수직적 구도로 또는 입체적 확장으로 연장된다. 신체적 환유로 자리하며 신체들과 상호 작..
-
스테파니 레이크 컴퍼니 Stephanie Lake Company, 〈콜로서스 Colossus〉: 재현이 아닌 현전이 담보하는 정치적인 것REVIEW/Dance 2026. 6. 4. 22:01
45명의 무용수가 출현하며 거대한 “파도”나 “홍수”의 흐름과 부피를 창출하는, 스테파니 레이크 컴퍼니의 〈콜로서스〉에서 그 묘사가 지닌 온전한 심미적 형상을 정치성 저편의 움직임으로 괄호 칠 수 있을까. ‘거대한’ 형상, 곧 거대한 것 혹은 거대한 조각상을 가리키는 ‘콜로서스’라는 단어와 결부되는 외피와 함께, 〈콜로서스〉는 군중, 통치, 파시즘, 판옵티콘과 같은 정치에 상응하는 개념들을 첨예화하는데, 이는 종국에는 순수한 형태를 직조하는 데 총력전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거대한 물결이 조직하는 장면을 관통하는 건 또한 해외 안무가와 현지 무용수들의 협업의 과정 아래, 아마추어리즘의 솔기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현장 자체의 정동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시간적인 차원,..
-
[소닉 블룸 2026] (1) HAIHM, RICARDO GIOVINETTO, ROBERT HENKE: 오디오에서 비주얼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2. 19:27
소닉 블룸은 전자음악 혹은 실험음악의 일환이면서 무엇보다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의 특질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것은 오디오와 마찬가지로 비주얼의 압도적인 지점이 그것과 함께 공명함을 의미하며, 어쩌면 싱크레즈적 현상에 따라, 오디오가 비주얼과 동기화되는 지점에서 함께 감각됨을, 곧 전복됨을 뜻할 수 있다. 물론, 이는 VJing과의 유사성도 짙은데, 반면,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에서는 무엇보다 이미지가 사운드와 직접적으로 공명하는 지점에서 출현한다는 점에서, 따라서 이미지는 사운드‘만큼이나’ 진지한 실험의 근거가 되며, 합목적적인 경로로 소급된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서의 이미지는 배경이나 장식과는 다르다, 물론 VJing을 그렇게 정의 짓는 건 아니며, 오디오와 비주얼을 동시..
-
김민정 극본, 서정완 연출, 〈덴동어미 화전가〉: 이야기하기와 연행 속 교직되는 여성들의 삶과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 19:21
〈덴동어미 화전가〉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이야기하기의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일종의 재현의 기법을 차용한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에 의탁할 수 없는 기구한 여성의 삶이 얼마만큼 한의 정서를 함축하는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지로 나아가는 결절점들을 여성들의 연대에 두는 역사를 재현하면서 동시에 연장, 수행하는 기술이 된다. 남편을 잃은 청춘과부의 장면에서 시작되는 〈덴동어미 화전가〉는 그에게 들려주는 덴동어미의 회고 속에 네 명의 남편을 잃은 사연이 플래시백처럼 흘러가게 되는데, 그에게 삶의 안식처를 기꺼이 제공했던 국밥집 여성들의 연대로써 이어지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끝이 난다―그리고 청춘과부는 자신의 삶과 유사한 덴동어미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감화되며 ..
-
이요·황예간, 《눈치채길 기다리며》: 감각하거나 해석을 통한 작품의 존재방식을 읽어내기REVIEW/Visual arts 2026. 6. 2. 19:18
황예간 작가의 비교적 덜 잘려나간 그래서 읽을 수 있는 글자 동시에 의미가 아닌 읽는 우리의 능력에 단지 대응하며 시각적으로 더 부각되는 기호로서의 글자와 많이 잘려나간 신체 부위들과 그 기능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는 배경 이미지, 그리고 잘려나갔지만 여기서 유일하게 주체가 되는 어떤 존재의 이미지, 그렇지만 특정 언어가 온전히 구성되지 않는 것과 더불어 특정 발화를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이미지가 중심된 위치를 차지하면서 회화를 보는 순서를 어느 정도 결정 짓는 바 있다. 그러니까 회화의 색감은 여기서 다소 부가적이며 오히려 도상의 해독 가능성의 차원에서 이 회화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거기에 물론 회화의 색 역시 따라붙는다. 〈찰싹!화들짝!풀썩!〉은 화면 위에 살짝..
-
극단 신세계, 〈하미〉: 역사를 마주하는 절대적 체험성…REVIEW/Theater 2026. 6. 2. 19:13
연극 〈하미〉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한 다크투어로부터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취해야 하는지를 시험하고 질문한다. 130분간의 긴 러닝타임에서 이 다크투어는 현장의 체험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반응과 관계 들을 ‘여과 없이 ‘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따라서 극은 생생하지만 들러붙는 잉여를 수용함으로써 그것의 합목적성을 타진하게 한다. 체험과 반응은 순전한 입력과 출력의 관계 아래 있고, 관계는 그것이 증폭되거나 확장돼 다른 이슈와 접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하미〉는 생생한 체험 아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일차적으로 그것과 거리를 벌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는 그것을 의도한다. 이러한 직접성은 사유의 파편들을 심어놓지만..
-
장수미,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 리허설과 퍼포먼스 사이에서 결정되는 지각들REVIEW/Performance 2026. 6. 1. 18:51
장수미의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이하 〈폐기호흡〉)은 호흡을 일종의 순간의 질적, 인식론적 물질의 단위로 처리하며 이를 기입하여 ‘폐기’ 조처하고 다시 시작하는 연습~훈련(practice)의 기저를, 곧 리허설의 시간을 연장한 것과 같다. 공간 전체에 편재하는 문장의 조각들, 그리고 울퉁불퉁한 종이로 만들어진 반쪽의 구 형상으로, 속이 드러나도록 뒤집혀 있으며, 그 안에 호흡에 대한 연습 단위의 기술들이 빼곡하게 혹은 산재한 채 있는 흰색 오브제가 여기저기에 있으며, 입구에서 가장 먼 맞은편에는 음향 장비와 장수미의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이하 〈폐기호흡〉)은 호흡을 일종의 순간의 질적, 인식론적 물질의 단위로 처리하며 이를 기입하여 ‘폐기’ 조처하고 다시 시작하는 연습~훈련(pract..
-
이정 작, 윤혜진 연출, 〈선애에게〉: 입구에서 출구로REVIEW/Theater 2026. 6. 1. 18:50
“선애에게”는 일종의 편지와 같이 시간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존재에게서 출현할 수 있는 호칭의 말이다. 나아가 이는 동등한 지위와 친분을 전제한다. 〈선애에게〉에서 이 말이 가능한 이는 선애(성수연 배우) 자신과 그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하는 해원(박용우 배우)뿐인데, 이 말이 존귀한 것은 선애 주변의 가족과 사람들 모두 그를 기능이나 수단의 차원으로 대하기 때문이며, 이 말이 비로소 (그에게 보내는 발신의) 의미로 구성되는 건 선애가 자신으로 깊이 ‘잠수’를 시도하는 순간 이후이다. 선애에게는 온갖 모욕과 멸시가 점증되고, 이는 반복되며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을 형성한다.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선애를 바라볼 때와 같이 인격이 없고, 따라서 이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일종의 일정한 플롯을 구성하는 부..
-
코리아댄스어브로드×Petri Dish×JUBIN Company, 〈스트러글〉: 누구를 향한 투쟁 혹은 투쟁의 주체는 존재하는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1. 18:48
〈스트러글〉 의 도입부는 길고 또 인상적인데, 공간 전체에 퍼지는 불안정한 사운드-진동과 함께 거대한 폴 아래, 희미하게 감지되기 시작한 여러 덩어리들은 대체로 한쪽 다리가 또는 예외적으로 한쪽 팔이 묶여 올라가서 축 늘어진 신체로 판명난다. 안쪽에는 화장대 앞에 선 여자가 일상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 두 다른 시간과 이미지의 축은 〈스트러글〉의 명암을 드러내는 꽤 긴 시간의 지속이다. 후자에 의한 전자의 지배 양상이 드러나면서 두 존재들은 인접된다. 여자는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해 관객과 마주하고 호응을 유도한다. 그는 현실의 면에 접촉할 수 있는 존재이고, 동시에 그 안쪽의 존재들을 고깃덩어리 같은 출현으로부터 사육과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서 동등하지 않고 기능하는 차원에서만 유효한 것..
-
지젤 비엔(Gisèle Vienne), 〈사람들〉: 음악과 춤의 상응 관계에 대한 탐구REVIEW/Dance 2026. 6. 1. 18:45
지젤 비엔의 〈사람들〉은 음악이 춤을 대리하고 정지하거나 잠잠하거나 실은 단순한 몸은 음악을 들음으로써 순전하게 발화되는 음악의 영역이 미시적인 몸의 영토의 광대함으로 되먹임된다. 처음에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등장하는 여자 무용수는 느려지고 무거워지며 장면을 입체화한다. 시각을 왜곡하며 시간성을 굴절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로 확장된 이 같은 느림의 층위는 ‘지연의 숭고함’을 발생시킨다. 모든 것은 지연되고 유예되며 그를 통해 나아가고 시간축의 변화로서 공간을 발생시킨다. 현재를 붙잡고 늦추며 순간들의 집적으로 영원화함으로써 현재는 무화되고, 과거의 시간이 곧장 미래로 향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는 미래로부터 추출되는 시간이 과거의 시간과 접면하고 있다. 순간의 영원성은 현재주의의 강박을 분..
-
조용진 · 황태인, 〈조금만 바꿔볼까?〉*: 좁은 지대에서 너른 시간으로 전통을 구가하기REVIEW/Dance 2026. 6. 1. 18:44
“조금만 바꿔볼까?”라는 제목은 한국무용이 가진 형식에 대한 다른 접근을 일컫는다. 착장의 방식, 음악의 혼종적 결합, 전통의 재수용의 차원 등 공연 전반을 통한 한국무용의 형식에 변화를 두는 시도는, 제안의 형태를 띤 문장으로 나타나고, 이는 한국무용의 동시대적 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전제한다. 조용진, 황태인, 박소영, 이태웅, 이상 네 명의 출연자는 모두 국립무용단 단원이며, 서울남산국악당과 국립무용단의 협력으로 프로젝트가 성사되었다. 다소 길게 자리하는 인트로는 〈조금만 바꿔볼까?〉가 지닌 태도를 일종의 콩트와도 같은 재현의 형식을 의도적으로 차용한다. 무대 안쪽 중앙에서 시냇물 소리와 함께 거문고를 연주하는 목기린을 두고, 무대 왼쪽에 등장한 이태웅은 두 발을 뻗고 먼지를 떨궈 내고 겹버선에 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