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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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2〉: 연쇄적인 이미지 기호들의 병치, 파국에서 쾌락을 맛보다REVIEW/Theater 2026. 3. 3. 20:23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 2〉(2025)는 영국의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4부로 구성된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하는데, 〈걸리버스〉(2022)가 소인국을 다룬 1부를 가져온다면, 이번에는 2부의 거인국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4부는 차례대로 무대화되며 일종의 시리즈물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을 예측하게 한다. 〈걸리버스 2〉는 『걸리버 여행기』가 아닌, 〈걸리버스〉 자체와의 연관성을 맨 앞의 부재의 공간을 통해(서만) 구현하며 시작한다. 〈걸리버스 2〉는 〈걸리버스〉와 독립된 작품이며 바로 그 지점을 여기서 공준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빈’ 형식으로서 인용이라는 점에서의 본질, 곧 공통됨이 성립한다.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배경음악으로 나오고 텅 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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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의 발화에 대한 단상: 담론 구성으로서 영화 그리고 정치라는 공통의 장소 - 오동진의 말을 문장으로 만들기의 기술을 통해Column 2026. 3. 2. 21:33
정의당 장혜영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보낸 오동진 신임 집행위원장 선임에 대한 질의서는 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겨 있다. 이는 과거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댓글 한 문장으로 소급된다. 이 질의서는 2005년 8월 12일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한 장혜영의 페이스북에 쓴 비판에 대한 답변인 오동진의 비판에 대한 사후적 재처리로서, 엄밀히는 오동진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비판을 경유해 오동진의 자격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영화제의 불성실한 혹은 불합리한 선임의 비가시화된 과정 자체를 겨냥한다. 그러니까 이는 영화제에 오동진이라는 곤궁을 떠안기는 곤궁을 초래하는 셈인데, 질의서에 충실하게 답변하는 방식으로서, 오동진을 설사 소거했다고 해도, 그 절차는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일이 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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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Doppel-Lumpen》: 시선으로부터 은신하기, 그 반대편에서 시선의 주인을 찾기REVIEW/Visual arts 2026. 3. 2. 21:20
《Doppel-Lumpen》은 작가의 수많은 복제된 형상을 마주하게 하는데, 이는 세 가지 퍼포먼스를 순차적으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전시 내내 지속하는 체계 아래, 그 퍼포먼스 시스템이 작가 단독의 형상을 가시화하기보다는 그것이 끊임없이 지연되고 부인되면서 재가시화되는 국면 아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작가의 수행은 매체로서 사물-공간의 경유를 통해 그 행위의 명확함 대신에 그 매체에의 작가의 체현됨의 양상으로 구조화되는데, 따라서 작가는 매체를 투영하는 신체, 그것이 연장되는 신체적 부산물로 재결정되어진다. 아마도 가장 명확하게 작가가 드러나는 또는 전시명에서처럼 도플갱어로서 중첩된 존재 양상을 동시적으로 관철하는 유일한 작업은 〈앙스트할레에서의 도플갱어 Doppelgänger in der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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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주, 《그냥 생긴 기억》: 사물을 놓아두는 법―충동을 경유해REVIEW/Visual arts 2026. 3. 2. 21:15
김방주 작가의 개인전 《그냥 생긴 기억》은 어느 날 자신에게 ‘떠맡겨진’ 아버지의 집과 사물들을 “‘되돌려’” 놓는 방식을 취한다. 작가를 초과하는 물건‘들’, 또는 그것으로서 집은 아마도예술공간이라는 전시장을 상회하는 차원으로, 초과된 시공간의 차원으로 다시 열리는데, 아마도 이는 작가의 현상학적 체험에서의 난감함, 곤궁, 비릿한 숭고, 알 수 없는 심연 등의 여러 추정되는, 해소되지 않는 복합적 정서와 심리, 미학적-윤리적 기전을 재현이 아니라 전치를 통해 관객에게 수여한다고 보인다, 그가 “갑자기” 그것을 떠맡게 된 것과 같이. 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보다는 그것에 대한 어떤 자리를 주는 것에 가까운데, 곧 그것을 주는 건 작가를 초과하는 그 무언가를 셈할 수 없는 상태로, 셈하지 않고서 그냥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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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아이들〉: 주체의 선택을 예기하는 미래REVIEW/Theater 2026. 3. 2. 21:02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은 쓰나미로 인해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그 주변 지역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로빈(권정훈)과 헤이즐(윤미경) 부부를 로즈(조어진)가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부부의 거주 지역이 방사능 오염의 위협을 받는 황폐화된 곳임은 주로 그 효과의 차원에서 드러나기보다는 대응의 차원에서 짐작되는 사실에 가까운데, 이는 초반에 전기가 일상 대부분의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에서 강조된다. 전기는 이따금 일정한 시각에 들어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전기가 나갔음이 사고의 여파 때문으로 판단되기보다 굳이 이곳을 버리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선택의 몫으로 환원된다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니까 방사능 오염의 결과는 비가시적인 축적과 영향의 범주로서 눈으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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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예술과 연약함 Arts and Vulnerability〉에 대한 주석: 예술을 내파하는 연약함이라는 새 개념REVIEW/Performance 2026. 3. 2. 20:44
모두예술극장 열린, 국제협력 리서치 워크숍 〈예술과 연약함 Arts and Vulnerability〉은 이틀에 걸려 열린 이른바 스펙터클한 기획의 산물이다. 워크숍은 기본적으로 관망하고 지켜보는 것으로써 구현되는 건 아니다. 유령 주체가 무엇을 느끼는지 비평하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알 이유도 없다. 단지, 경계 안의 참여의 감각만이 ‘나’의 신체를 지지할 뿐이다. 객관적 거리를 잃어버렸거나 나와 상대방의 거리를 재고 탐색하고 궁구하기 위한 거리의 시차와 간격 속에서 임시적으로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객관적 거리는 주관적이며 유동적인 거리로 대체된다. 결과적으로, 이 워크숍은 공동을 구성한다는 의미의 “커머닝”이라는 이름 아래 이틀 동안 1, 2회차로 구성되었고, 첫째 날은 “40BPM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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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은, 〈그림자-숲〉: 이미지-몸짓의 이미지-세계에의 기입 혹은 비약REVIEW/Movie 2026. 3. 2. 20:41
임고은의 〈그림자-숲〉은 전적으로 환유적인 차원으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자막의 서사, 곧 나무-벌레-숲의 어떤 계열의 스펙트럼 안에서 주어지는 주요한 메타포들 사이의 ‘횡단’의 방식에서, 영상에 담기는 이미지‘의’ 기입, 이미지 ‘위’의 이미지라는 수행의 기술 방식에서, 그리고 전자를 추적하며 그에 결절되려는 또는 그와 상관되지 않으나 결부되는 후자의 이미지, 곧 상의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출현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그러하다. 전자의 차원이 사물의 시간과 영겁의 시간, 역사의 시간을 이야기한다면, 후자의 차원은 역사의 흔적으로서 이미지를 가져오되, 그것을 헤집는, 유동적인 것으로 만드는 흔적으로서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다. 거기에는 주체의 ‘손’이 일부 포함되는데, 유희와 놀이의 차원에서 이 손은 의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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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 와이즈먼, 〈발레〉: 전표현으로서 움직임, 그리고 무대라는 실재REVIEW/Movie 2026. 3. 2. 20:36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발레〉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무대 뒤의 연습과 훈련을 비롯해 리허설, 휴식, 물리치료, 의상 맞춤 등 공연이 이뤄지기 전의 거의 모든 과정, 그리고 사업적 논의나 입단 절차 등의 공연 외적 측면들, 발레 마스터들과의 짧은 인터뷰들, 그리고 마침내 앞의 연습 장면이 실제로 이뤄지는 두 개의 공연을 나머지 한 시간가량 직접 보여주는 대단원으로 나아간다. 공연은 앞선 연습의 실제적 성취이자 이상향적 구현이라는 점에서, 예술이 갖는 아우라는 인물들, 몸짓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관여된 상태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다. 곧 전적으로 공연이 완성되고 그것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그것들이 어떤 경로와 시간을 지나쳐 왔는지를 상기하는 차원에서, 그것을 거쳐 다다른 지점으로서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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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 와이즈먼, 〈에세네파〉: 소통 불가능성에 대한 두 가지 판본REVIEW/Movie 2026. 3. 2. 20:33
〈에세네파〉는 프레더릭 와이즈먼이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찍고 그 영상들을 편집한 작업으로, 이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보다는 존재 간의 소통 (불)가능성의 대화로서 신과 인간의 거리,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절대적 거리 같은 역설적 차원의 소통의 면모에 초점이 실린다. 이는 처음 윌프레드 수사와 수도원장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한 매끄럽지 않은 대화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이후 전자의 외부로의 독립적 장면에서의 뚜렷한 ‘변신’과 그가 없는 가운데 그와의 관계의 어려움과 곤궁에 대한 수사들의 수도원장에 대한 민원, 그리고 세계 내 균열에 대한 서사를 투영하는 리처드의 미사 안의 독백, 마지막의 수도원장의 두 개의 상반된 자아에 대한 강연으로도 마치 확장되며 갈음되는 것으로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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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에스퍼의 빛〉: 서로를 반향하는 두 개의 분리된 장소REVIEW/Movie 2026. 3. 2. 20:28
〈에스퍼의 빛〉은 눈 덮인 산에서 빵조각들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온 이능력자 이마 기쉬에게 아이들을 돕는 행위는 이제 그만할 것을 충고하는 동료의 메시지와 함께 그가 그 고립된 아이들에게 생존 규칙과 몇 개의 통조림들을 나눈다는 두루마기 용지에 쓴 편지가 온라인상의 트위터 자막으로 번역되면서 일상 현실이 출현한다. 이 둘의 간극, 두 세계의 장소성은 봉합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그 순서상 이마 기쉬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한다는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영화적 긴장감의 무대로부터 일상의 무미건조한 태도로 나아가며 균열을 일으키는 이 장면은, “TRPG를 온라인 가상공간인 트위터에서 플레이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캐 커뮤(자작캐릭터커뮤니티)’를 기록”한다는 영화 설명과 같이, 오직 현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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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비밀기지, 〈몸 기울여〉: 하나로 맞물리는 다른 두 개의 세계REVIEW/Theater 2026. 2. 25. 14:02
극단 비밀기지의 〈몸 기울여〉는 길고양이를 찾는 두 인물과 그 나머지 인물들을 평행 몽타주로 교차시키거나 대위법으로 교차, 중첩시키는데, 특히 후자를 통해, 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는 연극의 물리적 장소를 두 축의 인물이 동시에 경유하는 장면들을 적극 활용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의 프레임 바깥으로 비치는 단일한 평면에 모든 인물이 제각각의 포즈를 취하다가 음악에 맞춰 군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몸 기울여〉의 심리우화적인 역설을 명시하는데, 이는 그 전에 서로 다른 목적으로 고양이를 찾는 두 인물과 거기에 더해지는 고양이는 삼각 편대를 이루면서 쫓고 쫓기는 인과관계의 폭력적 사슬을 환유적이고 실재적인 차원에서 감각화함을 하나의 코드로 완성 짓는 것이다. 곧 우리는 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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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하, 최가영, 《방금 전의 소문과 오래된 증거로부터》: 이미지의 서사를 수행하고 체현하는 방식들REVIEW/Visual arts 2026. 2. 25. 13:46
반재하와 최가영 작가의 2인전 《방금 전의 소문과 오래된 증거로부터》는 작가가 참여, 개입하는 각각의 영상 작업, 〈허풍선이, 촌뜨기, 익살꾼〉과 〈103년 전의 가이드북과 털이 자라나는 게〉를 기준으로, 그것과 관계된, 그 부산물로서 재료들을 다소 산만하게 병치하는 방식으로 전시된다. 반재하의 작업이 2018년의 것이지만, 여전히 작업 안팎의 사회와 시대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유효하다면, 최가영의 작업은 모두 올해 제작된 것으로 과거의 흔적들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유효할 것이었다. 곧 즉물적으로 제목에 대입해 보자면, 반재하의 작업은 조금 전의 소문이라면, 최가영의 작업은 오래된 증거일 것이다. 이 둘은 이미지의 경계, 경계를 넘는 이미지의 차원을 탐구하는 데 있어 모두 북한이라는 이미지를 경유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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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 〈Pan & Opticon〉: 우리를 붙들어매는, 자유의 장치REVIEW/Dance 2026. 2. 25. 13:34
이해니 안무가의 〈Pan & Opticon〉은 18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옥을 뜻하는 ‘판옵티콘’을 어원적으로 다시 분절해 인터랙티브한 환경 조성으로부터 주제의식을 설정해 낸다. 곧 모두[편재하는(pan)]와 보다[시각(opticon)을 가진 존재(on)] 사이에 간격을 둔 두 단어의 절합을 통해, 모두‘가’ 보는 능동적 보기의 산출과 모두‘를’ 보는 일방향적 보기의 산출을 끌어내며, 본래적 의미에서의 후자를 전자의 환경으로부터 추출해 내고자 한다. ‘판옵티콘’은 20세기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보이지 않는 시선에 의해 내면화되는 감시 체제의 일환으로서 규율 권력을 가리키기 위해 새롭게 발굴해 내며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Pan & Opticon〉은 원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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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작/연출, 〈사사로운 사서〉: 사사로울 수 있는 장소 위의 주체들REVIEW/Theater 2026. 2. 25. 13:22
북부 도서관이라는 가상의 실재하는 도서관의 사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사로운 사서〉는, 도서관 일부를 그대로 옮겨 놓으려 한 무대 세트의 배경 아래, 도서관의 일상 업무의 세부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대화의 시작으로써 극사실주의적 토대를 마련한다. 물론 이는 일차적인 것이며, 장마 기간의 엄청난 비로 인해 발생한 지하 보존 서고의 침수 피해로부터 책 복원 작업이라는 비일상적 차원의 특수한 업무의 긴급한 미션이 사서들에게 주어지며, 이는 책과 이들의 관계성을 묻고 책을 매개하고 다루는 이들로부터 어떻게 책 자체가 세계를 마주하는지, 나아가 세계를 반영하는 메타포로서 확장된 책의 모습이 펼쳐진다. 보존 서고 한편에 우물이 있다는 괴담은 망각된 한국 근현대사의 알레고리들을 담는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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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숙 개인전, 《파랑의 여항》: 자본주의 이후의 고고학, 그리고 (비)주체적 투사REVIEW/Visual arts 2026. 2. 24. 20:50
용해숙 작가의 《파랑의 여항》은, 그간 이어온 그의 파노라마 연작의 계승이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정치적 차원의 세계를 또는 세계에 대한 관점을 현시해 왔다. 그리고 전자의 차원에서 《파랑의 여항》을 볼 수 있으며, 여기서 이 세계의 연합체로서 존재들의 연결 양상이 부각되는 가운데, 그 풍경 안에 속하는 인물들은 연극적 차원에서 미션을 하달받아 그것을 수행하는 중이다. “파랑(波浪)의 여항(閭巷)”은 오기이거나 오인을 유도하는 제목이다. 그를 통해 파랑색 여행에 대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병기되는 한자를 알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주어는 여항이 아니라 파랑이다. 주거지들이 집산된 곳의 삶의 내력에 관한 메타포가 아닌, 여러 물결 자체를 의인화하여 삶을 전환시킨 것이다. 장소의 선택과 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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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 세갈, 〈이 환희〉: 신체에의 음악적 가시화 또는 음악의 신체적 (재)용출REVIEW/Dance 2026. 2. 24. 20:23
티노 세갈의 〈이 환희〉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 "환희의 송가"를 포함한 베토벤의 여섯 곡에서 발췌한 곡들을 스코어로 재구성해 이행된다. 이는 두 명의 퍼포머의 노래-연주-움직임의 어떤 계열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4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예정되었었다. 이 두 사람 안의 공유된 스코어는 음악의 어떤 분기들 아래 있으며, 그 음악에 대한 상호적 교환, 침투, 공명 등에 대한 약속과 합의를 위한 조건 혹은 기억이 된다. 두 명의 퍼포먼스 중 마르게리타 디아다모에게 주도권이 있는데, 이는 지휘의 역할이 주로 그에게 이전되었음을 뜻한다. 계단 아래, 분리된 위치에서 그가 연주의 시작을 음가로 표현할 때 길게 늘어뜨린 “This Joy”라는 표제는, 결코 표제음악으로서 음악이 아닌, 이 정전으로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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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거의 새로운 춤〉에 대한 주석: 새로움과의 시차로서 주어REVIEW/Dance 2026. 2. 24. 19:59
“거의 새로운 춤”은 새로움에 가깝지만 새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의 무용과의 관계가 새로움에 대한 강박 일변도로 흘러왔다는 전미숙 안무가의 말은, 언제까지 무용수로 무대에 설 수 있을까에 대한 조바심 혹은 걱정과 같은 정서를 안고 살아온 최수진 무용가의 발화 이후에 출현한다. 거기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않지만, 다만 마흔이 채 되기 전―39살이 되었다고 하는 최수진의 언급―의 무용수가 이미 그러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의 뉘앙스로부터, 65살이 되어서도 역시 무대에 서고 있는 자신의 삶의 차원에서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느냐의 부분은,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는 영역이며, 너는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지를 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반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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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바즈, 〈아메리카의 밤 É NOITE NA AMÉRICA〉: 징후적이거나 잠재적인 도시의 표현REVIEW/Movie 2026. 2. 24. 19:47
아나 바즈의 〈아메리카의 밤 É NOITE NA AMÉRICA〉(2022)는 영화의 주조색인 남색과 보라색의 어느 사이에 있는 어둡게 물든 도시 빌딩의 한 옥상에서 360도 패닝하는 영상으로부터 시작된다―아마도 이 영화를 오랜 시간 후에 기억한다면, 아마도 이 색의 대비일 것이고, 실제로 그러했다. 매끄럽지만은 않은 덜컹거리는 이미지는 흔들리는 카메라의 존재를 반증하는데, 이와 같은 영화의 눈은 전반적으로 현재를, 상황을, 도시를 또는 존재를 체험하고 감지하는 자의식적 반향이 영화를 지지하고 있음으로 연장된다. 여기서 옥상의 환경 자체가 사건의 발생 장소가 아니며, 주체가 직면한 “아메리카의 밤”으로서 하나의 메타포적 대상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하는데, 배경으로서의 잉여가 아닌, 잉여로서의 이 도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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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티브 뒹굴, 〈꿈의 방주: Demo〉: 방주 너머 꿈 그리고 누수되는 방주REVIEW/Theater 2026. 2. 24. 19:43
콜렉티브 뒹굴의 〈꿈의 방주: Demo〉(이하 〈꿈의 방주〉)에서 무대는, 극장의 위험과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차원이 형식적 차원의 안내 멘트로 삽입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점의 시작으로서 형식 자체가 된다. 이 발화는 그 자체로 내재화되고 육화된 하나의 가설 공간으로서, 외부의 형식으로부터 파생된 차원을 뒤집어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에 철저히 붙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무대 상수의 사선으로 놓인 창고에서 주인공이 등장하고 공연의 이전과 바깥의 경계에서 안내하는 건 공연의 외부가 아니라, 공연에 달라붙는 그 외부가 바로 공연의 중핵이라는 데서 공연에 대한 하나의 근본적인 정초의 움직임이 된다. “기후정의 창작집단”으로 콜렉티브 뒹굴을 소개하는 것에 이어, 기후위기 속 그것과 너무 지나치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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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하이퍼 옐로우》: 관점으로서 역사 혹은 관점을 향한 역사의 간격들REVIEW/Visual arts 2026. 2. 24. 19:36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에 등장하는 솔라리스 행성의 바다는 인간의 사고로는 이해 불가능한 의식의 세계를 갖고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 심연의 중핵을 차지하는 실재라 할 수 있다. 《하이퍼 옐로우》의 입구에 있는 임민욱의 〈솔라리스〉(2025. 코르크, LED 조명, 혼합 재료, 가변 크기.)는 이 행성의 지표면을 재현하는데, 그것은 주로 코르크라는 재료로 만든 황톳빛 봉분들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공포 대신에 미지의 영역으로서 여러 자국, 문양, 사물 들을 관찰하고 탐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신발을 벗거나 덧신을 신고 들어간 관객이 맞는 건, 신체 전체를 감싸는 건 하나의 조망할 수 없는 공간이며, 이 전체는 하나의 장소이다. 이 총체의 세계는 분리된 오브제의 형식적 진단의 경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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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민, 《폭포와 희열》: 일상의 기호학적 검출로서 사유 혹은 리서치REVIEW/Visual arts 2026. 2. 20. 20:30
《폭포와 희열》은 하나의 동명의 영상과 그것의 단초가 될 법한 여타 드로잉들로 구성된 전시로, 그 둘의 상호 연관성은 하나의 닫힌 루프를 그리는 가운데, 무언가에 도달하기 직전의 잠재태로서 가시화된다. 실제 드로잉이 영상에 이르기 전의 어떤 사고, 언어, 관념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영상을 예비하고 선취한다면, 영상은 어떤 무한히 반복되는 순환성의 시간 체제를 그리며 특정 장소들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주는데, 이러한 결말의 서사가 없는, 과정의 연속된 경계만을 그리는 건 잠재태로서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드로잉은 그것을 형식적으로 인계하는 어떤 과정 차원의 잠재적인 것이 된다. 이 전시의 주요한 지점을 차지‘할’ 것인, 일상의 평범함을 조금 특이한 것으로 비범한 것으로 포착해 낸 이 밋밋한 영상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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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연출 김예은, 〈이 세상 너머〉: ‘너머’, 두 개의 세계로부터 분열되지 않고서REVIEW/Theater 2026. 2. 20. 20:16
1〈이 세상 너머〉는 주인공, 늑대족 소녀 모울을 경유해 주요한 두 축의 서사에 진입하는데, 이는 늑대족과 바깥 세계를 투과하는 예외적 존재로서 모울의 서사가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늑대족 안에서의 내재적인 분기, 그리고 이후 바깥 세계를 경유하여 성찰되는 변증법적인 분기가 교차된다. 이 둘은 모두 모울을 향해 있고, 모울의 성장 서사의 외양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서로를 마주하는데, 문제는 또는 본질은 그 두 방향성 모두가 모울이 감당하기 어려운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성장은 유예되며, 또한 그 충격의 간격을 봉합하기 위해 ‘성장’이라는 관념이 역설적으로 필요해지는데, 〈이 세상 너머〉는 따라서 문제의 중핵을 바라보고 성찰하기보다 그것에 절대적으로 휘말리는 주체의 불안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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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중 안무,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 경보를 경유한 춤의 재정초성REVIEW/Dance 2026. 2. 20. 19:53
김건중의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은 스포츠의 일종인 경보를 분절하고 파편으로 추출, 미세한 신체 단위로 변주한다. 대체적인 흐름은 경보를 느린 동작으로 분쇄하다가 이내 경보를 재현하며, 들숨과 날숨의 단위로 구분 지어 어느 하나를 선택해 연결함으로써 부각시키며 몸 전체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경보를 표상하되 그것의 변형, 감축, 확대를 통한 파편적 조합을 통해 환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보를 하는 몸의 탐구일 수도 있으며, 그보다는 그로써 얻어진 결과, 경보에서 움직임의 작동 원리가 무용의 그것에 상응하는 경계를 발견하는 것 혹은 역으로, 그 전이 지대를 찾아내기 위한 경보의 탈경보화를 감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또한 절대적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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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댄스컴퍼니, 〈모빌리티 : 테스트드라이브〉: 이동에 대한 열망 혹은 제약과 변용, 축적에 대한 욕망REVIEW/Dance 2026. 2. 20. 14:11
〈모빌리티 : 테스트드라이브〉는 전적으로 이동성을 지닌 도구로서 몸을 재편한다. 이는 일종의 두 개의 런웨이, 두 개의 직사각형이 X자로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두 개의 경로를 이동하는 흐름으로만 구성되는데, 다시 말해, 모든 움직임은 이동성에 기초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몸에 특정한 제약을 거는 걸 의미한다. 곧 전진의 한 방향성을 지속하기 위한 혹은 힘을 가하기 위한 하반신에 초점을 맞춘 신체 전반의 운용은, 좌우축의 움직임과 수직축의 움직임을, 나아가 그에 수반되는 유연성의 움직임을 모두 제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의 배제, 비자율적인 기계 장치로의 단순화는 다양한 형상이라는 대치, 이행, 변주의 차원에서 상쇄되는데, 그것은 질적, 내재적 차원의 전개가 아닌,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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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1〉: 경계를 간직하기 혹은 흔들리는 주체에 머물기REVIEW/Theater 2026. 2. 20. 13:55
박소영의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1〉(이하 〈경계넘기〉)는 공고하고 자연스러운 관습으로 치부되어 온 아버지 성 대신에 어머니 성을 씀을 선택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 아래, 여러 시도를 해왔던 과정과 제반 리서치를 전한다. 이는 후반, 그가 어머니 신진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가시화되는데, 어머니의 삶을 존중하고 그 중요성과 가치가 승인되고 기념되며 설파되기를 바라는바, 그 흔적이 자신을 타고 각인되기를 소망함에 따른 것으로서 비로소 그 의미가 결정된다. 그가 이름을 바꾸게 됨에 일정 정도 주저하는 바는 그의 행동이 페미니즘 운동으로 읽히며 그가 페미니즘 전사로 명명될 수 있음에 따른 부분도 있는데, 그보다 추상적인 차원에서는 그에게 올 어떤 즉자적인 변화가 근원적인 변화로 그의 삶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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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브앤드, 〈물의 놀이〉: 물에 대한 지각 혹은 인식REVIEW/Music 2026. 2. 20. 13:38
그루브앤드의 〈물의 놀이〉는 “물의 여정”을 소재로, 물의 이동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변화의 양상을 하나의 서사로 갈음하는데, 그것은 물이라는 하나의 유동하는 흐름에서 각각의 양태를 특정한 하나의 주어의 상태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의 구분하기 힘든 집합적 이행의 방식을 그 바깥으로 향하는 특정 개체가 겪는 시간적 변화의 질서로 재인식하는 것에 다름없다―그것은 내부에서의 주어의 구분과 외부라는 방향성의 정립으로 이뤄지는데, 그 둘은 물론 동시적이지만 약간의 시차 안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곧 주어가 하나의 분별된 지각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점에서, 음악은 표제음악의 성격을 띤다. 이때 다양한 악기의 쓰임은 질감과 운동성이라는 물질적 차원에서의 여러 감각에 접근하는 한편, 그것에 입체적인 생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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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공공적인 그러나 사적인Column 2026. 2. 9. 17:11
《연극in》, 부재의 현상《악티오》의 《악티오》 스스로에 대한 메타비평은 두 번에 걸친 좌담으로 최근 발행되었는데,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비평의 위기”로 낙착된다. 이러한 논의의 주제는 우선, 《연극in》이 소거된 자리가 역설적으로 연극에 대한 상징적 공론의 유일한/예외적 장소로 부상하는 현 시점에서, 곧 기존의 공론장으로서 《연극in》의 자리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 부재를 비판하며 어쩌면 상기하(거나 나아가 애도하)며 상상적으로 《연극in》으로 연장―《연극in》은 자신들이 소거된 자리 그 바깥에서 유일하게 그 자리를 차지한다. 또는 그 자리에 대한 권리를 부르짖는다.―되는 현재로부터 출발한다고 보인다. 현재 《연극in》에 대한 소급적 차원의 정의가 실재적 차원으로 드러남으로부터, 공공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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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진 작·연출,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 혁명의 정동, 그리고 욕망으로의 하강REVIEW/Theater 2026. 2. 4. 21:51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이하 〈히스테리 앵자이어티〉는 1막과 2막이 절합되어 있는데, 1막이 각 배우들의 자전적 이야기에 입각한 수행성을 띤 발화들이 교차한다면, 2막은 가상의 시점에서 이들이 하나의 삶을 이루는 연극적 상황으로 전개된다. 1막이 강렬한 정동의 소실점을 향해 다양한 음악의 힘을 난사한다면, 2막은 상속 재산의 나눔이라는 공동의 의제 속에 개체들을 분화시킨다. 여기서 여성의 공동의 연대라는 이념은 1막의 “어떤 여자들”로 묶이는 차이의 집합을 개체들의 코러스로서 연장하며 승화되는데, 2막은 이러한 이념을 현실로 떨어뜨려 돈을 경유한 가장 지질하고도 구체적인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시험’한다. 1막이 순수하게 육박하는 매니페스토의 형태를 띤다면, 2막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갈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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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하리보 김치〉: 냄새나는 아시아인에 대한 자각 혹은 정신 승리REVIEW/Theater 2026. 2. 4. 21:14
구자하의 〈하리보 김치〉는 무대 위에 포장마차 세트를 갖다 놓고, 현장의 관객 2명을 초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작가의 유학 경험 당시 김치를 고국에서 가져왔다가 겪은 곤궁으로부터 자신의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데 역할을 했던 유명한 젤리 브랜드의 하리보 젤리가 합성된 제목에서처럼 이방인으로서 경험을 그렇게 후각적, 미각적 차원의 음식 혹은 식품을 이어나가며 기호들의 환유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그것은 기억으로 체현되고 구자하의 요리로써 수행되는 기호들의 매우 분명한, 그럴듯한 연결, 접촉의 과정으로, 이는 물론 서사의 개연성의 측면, 곧 파편적 소재들의 나열로서 강도 높은 체험의 영역에서의 기호가 단지 표상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자리 잡는지, 곧 분절되는지의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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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스와이프〉: 현존을 재정의하기 또는 재설정하기REVIEW/Theater 2026. 2. 4. 21:04
1 〈스와이프〉는 다이애나밴드의 “소리-사물”들이 극장 전반에 배치되어 단속적으로 소리를 내는 가운데, 네 명의 배우가 순차적으로 어떤 관념들을, 돌아가며 발화하며 잇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교환적, 교차적 놀이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네 명의 배우들이 말을 위임받고 수행하는 존재이며, 관계항으로서 역할들의 위상차가 아닌 이야기 전달자로서 단지 그 역할들을 임의적이고 임시적으로 ‘도입’하기에 동등함, 이야기 전달자로서 효율적으로 또 형식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기술적 차원에서 동등함이 전제된다. 디에게시스의 말하기 방식을 전적으로 구사하는 배우들이 독립적이고 특정적인 자기 자체로서 임하면서 일부 미메시스 차원에서 관계항의 연기가 가능한 지점을 삽입하는데, 이는 현실 차원에서 이 넷의 ‘자신’과 그 관계에서 묻..